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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폭로 뜨뜻미지근 법무부, 하루 만에 "엄정 처리" 입장 바꿔

등록 2018-01-30 14:54:59 | 수정 2018-01-30 16:12:35

직장 내 성범죄 근절하는 조치도 마련하기로

(자료사진, 뉴시스)
8년 전 법무부 고위 간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서지현(46·사법연수원 33기)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법무부가 돌연 태도를 바꿨다.

30일 오전 법무부는 출입기자단에게 "오늘(30일) 대검찰청에 2010년 법무부 안 모 국장의 성추행 여부 등 서 검사가 제기한 문제 전반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엄정히 처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 검사가 제기한 인사 불이익 문제와 관련해서도 2015년 8월 당시 서 검사의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철저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무부는 단순히 서 검사가 폭로한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법무부와 검찰청 전반의 '직장 내 성희롱' 등 또 다른 성범죄 여부를 확인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성폭력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서 검사는 29일 검찰청 내부 통신망에 '나는 소망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하던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속 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그 후 어떤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 검사는 또 "(성폭력 피해 후) 갑작스러운 사무감사를 받으며 그간 처리했던 다수 사건에 대해 지적을 받고 그 이유로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고,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서 검사는 내부 망에 글을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날 오후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해 자신이 겪은 피해를 조목조목 설명했고, 이후 얼마나 부당한 인사 조치를 당했는지도 모두 알렸다.

서 검사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29일 오후 "성추행과 관련한 주장은 8년에 가까운 시일의 경과, 문제 된 당사자들의 퇴직으로 인해 경위 파악에 어려움이 있음을 설명해 드린다"며 실망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게다가 "작년 말 당사자의 인사 불이익 주장에 따라 2015년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충분히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문제점을 기록상 발견하지 못했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일관했다.

문제 해결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던 법무부가 하룻밤 사이에 태도를 바꿨다. 이는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서 검사의 폭로를 하나의 사건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검찰 적폐의 민낯을 드러낸 의미 있는 고백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 벌어지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범죄의 실태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법무부 역시 이런 여론에 밀려 자세를 고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은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내 성범죄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여 하나의 사건도 빠짐없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특별수사팀에는 성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임은정(44·사법연수원 30기) 북부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는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서 검사의 고백을 가리켜 '조직 내 성폭력 문제, 감찰제도와 인사제도의 문제가 다 담긴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