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첫날 TPP 폐기" 선언에 亞太 경제구도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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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첫날 TPP 폐기" 선언에 亞太 경제구도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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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3 15:22:04 | 수정 : 2016-12-05 13: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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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시간) 뉴욕 뉴욕타임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떠나고 있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폐기 선언 방침을 밝히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구도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트럼프의 이 같은 발표를 전해들은 뒤 "미국 없는 TPP는 의미가 없다"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파이내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21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취임 첫날) 우리나라에 잠재적 재앙인 TPP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이다. 그 대신 미국에 일자리와 산업을 돌려줄 공정하고 호혜적인 양자 무역 협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회귀’ 전략의 일환으로 공을 들여온 TPP는 미국과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페루, 호주, 멕시코, 캐나다, 일본 등 총 12개국을 회원국으로 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라는 간단한 핵심 원칙에 기반을 두고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철을 생산하든 차를 생산하든 혹은 병을 치료하든, 다음 세대에는 우리의 위대한 조국인 미국에서 생산과 혁신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그로 인해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부와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법과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취임 첫날 의회의 승인 없이도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들을 준비하라고 정권인수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행정 규제 한 개를 만들면 두 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한 취임 첫날 미국의 인프라(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공격과 다른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개발할 것을 국방부에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한 미국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자 프로그램의 남용 등을 조사하라고 노동부에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한 "워싱턴 오물 빼기(Drain the Swamp) 계획의 하나로 공직자들이 행정부를 떠난 뒤 5년간 로비스트로 활동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외국 정부를 돕는 로비 활동은 평생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자신의 핵심 공약들을 줄줄이 수정하거나 아예 없던 일로 돌리는 등 빠른 속도로 현실노선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악의 정책이라면서 폐지를 공언했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는 일부 조항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일부 펜스로 대체한다는 방향으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도 수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방위에서 한 발 빼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도 한층 자세를 누그러트리고 있다.

그러나 유독 TPP의 경우만 취임 첫날 폐지를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TPP의 폐지로 가장 당혹감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해 꼴찌로 TPP에 가입했다. 아베 총리는 가장 늦게 TPP에 가입했지만 가장 열성적으로 TPP 발효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트럼프의 이 같은 발표를 전해들은 뒤 "미국 없는 TPP는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 리마에 모였던 TPP 참가국 정상들도 미국이 빠질 경우 TPP 발효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TPP 참가국들끼리 회동한 별도 모임에서 "이대로 가면 TPP가 완전히 죽어버린다. 각국이 국내 비준 절차를 단호하게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TPP 탈퇴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 TPP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아베 총리는 중국을 제외한 주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참여한 TPP 성사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지난 17일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트럼프를 만난 아베 총리는 이날 TPP 추진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이야기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90여 분 간에 걸친 이날 회동에서 TPP 필요성을 집중 제기했지만 트럼프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의회는 10일 TPP 협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중의원 본회의장 표결에 앞서 집권 자민당 소속 의원은 "자유롭고 공정한 열린 경제의 틀을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의 큰 사명이다. 그 핵심이 TPP 협정이다. TPP의 중요성을 트럼프 등 미국에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아베는 당시 의회에서 만일 TPP가 추진되지 않으면 (아시아태평양국가들이) 중국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RCEP은 미국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RCEP 회원국 중 최대 국내총생산(GDP) 국가”라고 말했다. 2013년부터 중국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RCEP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미국의 TPP 탈퇴에 따른 여파를 우려했다. 일부 국가들은 중국에 문호를 더 크게 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대통령은 20일 APEC 정상회담 폐막식에서 “중국이 국제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중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다.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활력을 지지한다. 그 활력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프레도 손 페루 재무장관은 “가장 큰 궁금증은 앞으로 TPP가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우리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타진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기를 원한다. 우리는 (미국이 주도해 온 TPP) 자유무역협정에 참여하기를 원했다. 만일 (트럼프 정부의) 미국이 참석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존의 협정내용을 개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말콤 턴불 호주총리는 미국과의 TPP를 계속 이어나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턴불 총리는 “보호무역주의는 경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사다리가 아니다. 그것은 침체의 구덩이를 더 깊이 파는 삽일 뿐”이라면서 트럼프를 비난했다.

반면 존 키 뉴질랜드총리는 만일 트럼프가 TPP를 폐기하면 자신은 중국에 문을 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키 총리는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보여주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빠진다면 그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 중국이 미국의 빈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대학 폴슨연구소의 에반 페이겐바움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역점사업이었던 ‘아시아 회귀’ 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날로 팽창하는 중국의 경제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지적했다. 페이겐바움은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TPP에서 손을 뗄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퇴조는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겐바움은 인도와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걸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패자(loser)다. 미국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규정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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