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여성 살해사건, 여성폭력·혐오가 공기처럼 퍼진 사회가 응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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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여성 살해사건, 여성폭력·혐오가 공기처럼 퍼진 사회가 응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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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7 13:59:44 | 수정 : 2016-12-01 12: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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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젠더폭력의 현주소' 주제로 강남 여성 살해사건 긴급 집담회 열려
26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시민청 지하 1층 활짝라운지에서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을 계기로 여성혐오범죄의 근본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집담회가 열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인권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여성재단이 후원했다. 수백 명의 시민들은 오후 9시 30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며 여성혐오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을 여성에 대한 '혐오범죄'·'증오범죄'이자 '여성살해 범죄'로 진단했다. 그는 "여성들에게 이 사건은 남성중심사회 속에 오랫동안 존재해 온 일상의 편견, 무시, 비하, 멸시, 조롱, (성적) 대상화, 괴롭힘, 혐오발언, 제도적 차별, 폭력, 강간, 살해라는 젠더폭력의 징후적 표출로 읽힌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추모열기를 바라보는 언론이 혼란을 느끼는 것은 차별적 구조에 기인한 폭력적 언행과 대면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이 교수의 말이다.

"여성들이 남성들의 구조적·우월적 지위에 공식적으로 집단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남성들이 (여성혐오범죄라는 말에)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평소에 인지하지 못했던 공기처럼 누렸던 특권과 이에 기반을 둔 언행들을 처음으로 마주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들이 느꼈던, 느끼고 있는 불편함의 존재, 그 불편함을 구성한 차별적 구조를 인지했다기 보다 자신의 보이지 않던 특권들, 이에 기인한 폭력적 언행들과 대면하는 것이 불편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남성들은 위계적 젠더질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자신의 일상적 사고와 행동을 부정하면서 분열증적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경찰이 이 사건을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비의지적 행위로 규정하고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말하며 여성범죄대응 특별 치안활동과 행정입원 조치 등을 대응으로 내놓은 것에 대해 이 교수는 "사건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 여성들의 문제제기에 대한 이해도 불가능한 성차별 사회의 분열증적인 작인들의 칼춤"이라고 질타했다.

이 교수는 "이 사건은 성차별적 사회 속 남성의 상징적·물리적 우월적 지위를 확증하는 제도화된 부정의로서 여성혐오의 징후로 독해해야 한다"고 말하며,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와 포괄적 사회구조의 변화"를 강조했다. 남성에 대한 공격과 혐오 표출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에게 공존을 위한 투쟁에 동참하라고 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경찰이 피해망상으로 인한 반감이 증오범죄에 속하지 않는다며 강남 여성 살해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분리한 것을 맹비판했다. 그는 “여성을 목표물로 삼았다는 점에서 ‘묻지마 범죄’가 아닌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라고 강조했다. 정 공동대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실체가 분명할 때도 있지만 분명하지 않을 때도 있고 시대상황, 사회적 현상, 문화의식, 사회변화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러나 본질은 젠더불평등을 강화한 성별에 대한 차이를 차별로 구조화한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사회의 젠더폭력의 문제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공동대표는 “여성에게 가하는 연속적인 폭력의 문제를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여성살해를 정당화시킨다”며, “한국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와 젠더폭력을 지속시키는 현실에서 모든 여성폭력 피해자(사회적 약자)들과 살해된 여성들의 사회적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혐오에 저항하고 젠더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드러내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과 몸짓, 행동을 표출해야 한다. 젠더기반폭력은 사회, 문화, 구조적 원인이 깊이 자리 잡은 문제이기 때문에 보다 총체적인 접근을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일본 여성학자 우에노 치즈코의 말을 인용해 "여성혐오(misogyny)'는 성차별적 문화와 제도를 구성하는 핵심 원리로 남성으로서의 성적 주체화를 달성하기 위해 여성 멸시를 정체성의 핵심 깊은 곳에 위치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을 취급하면서 자율성을 부정하는 '대상화'는 최근에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를 유지할 수 있게 한 기제라고 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불평등의 악순환은 강력한 사회적 개입으로 중단할 수 있다”며 그 출발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차별에 기인한 인권 침해인 동시에 사회적 범죄행위임을 명백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체포해 기소함으로써 여성폭력이 국가가 묵인하지 않는 심각한 범죄임을 사회에 각인시키고, 인권의 관점에서 성평등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중의 적극적인 질문과 의견 발표도 이어졌다. 한 대학생이 ‘일상에서 여성혐오를 말하면 크고 작은 충돌을 경험한다며 어떻게 대응할지’를 질문하자 이나영 교수는 “폭력의 현장을 갈등으로 보는 것이 문제”라며 설득을 요구하는 대신 대응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수아 교수는 “PC통신 시절 (여성폭력에 대해 남성들과 토론하는 게) 힘들다고 글 쓰는 것을 그만두었더니 지금 네이버 뉴스 댓글란에 남성들이 더 많은 글을 남기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이 댓글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남성들은 토론을 원하는 게 아니라 ‘네 입을 막겠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니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막혀서는 안 된다. 침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몰카’라는 표현을 폭넓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는 “‘몰카’라는 표현은 가해자의 언어를 그대로 받아쓰는 것인데,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유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무단촬영’ 등 무거운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 역시 “지금 (추모 열기에) 언론이 당황하고 대중이 당황하는 이유는 지금까지는 가해자의 말만 편하게 유통했는데 집단적으로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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