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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을 아직도 '집안일'로 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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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07 22:53:16 | 수정 : 2017-03-15 11: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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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경, "가정폭력범죄 특례법 목적조항부터 개정 필요"
세계여성의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현장의 목소리로 젠더폭력 근절 정책을 밝.히.다' 젠더폭력 근절 정책토론회에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가정보호가 아닌 피해자 인권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109주년을 맞는 세계여성의 날(3월 8일)을 하루 앞둔 7일, 여성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젠더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현장의 목소리로 젠더폭력 근절 정책을 밝.히.다'라는 제목의 토론회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2시간 반 동안 열렸다.

'가정보호가 아닌 피해자 인권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표에 나선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과 제도로 이어지지 않는 결정적 이유가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정폭력은 명백한 '인권' 문제이지만 정부부처나 관계기관 입법론자들은 이를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집안일이나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다룬다는 것이다. 심지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에서 나타나듯 '상담'으로 교화가 가능하다고까지 본다. 고 상임대표는 "가정폭력에 국가가 개입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근절하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가정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라고 말했다.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조항을 개정하는 게 급선무라고 고 상임대표는 지적했다. '가정 보호와 유지'라는 패러다임에 법이 묶여있는 게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 상임대표는 "인권 보호보다 가정 보호와 유지를 중점에 둔 목적 조항 때문에 가정폭력을 심각한 폭력 범죄가 아니라 여전히 가정 내의 경미한 범죄로 여기는 법 관점이 작동한다. 이는 실효성 있는 조항의 도입을 가로막는 장애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1997년에 이 법을 제정할 때는 가급적 가정을 해체하지 않으면서 가해자를 개선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었다. 문제는 19년이 지난 지금 가해자 개선도 피해자 보호도 미흡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범죄율에 비해 기소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불기소와 가정보호사건 송치는 늘고 있다. 고 상임대표는 "기소하지 않거나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하는 경우가 전체의 85%임을 볼 때 신고해도 가해자가 전혀 처벌받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고 상임대표는 "법의 목적조항을 가정구성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개정해 가정폭력이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 행위임을 분명히 하고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며, 이 법의 1조를 '가정폭력범죄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를 정하고, 가정폭력범죄의 피해자와 가정구성원의 안전을 도모하고 인권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법의 1조는 "이 법은 가정폭력범죄의 형사처벌 절차에 관한 특례를 정하고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환경의 조정과 성행(性行)의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함으로써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고 상임대표는 가정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 폐지 ▶가정폭력 범죄자 체포우선제도 도입 ▶피해자의 합의·처벌불원 의사를 종용하는 여성폭력 사법처리 개선 ▶가정폭력 피해자에 의한 가해자 사망사건 정당방위 구성요건 완화 ▶조건 없는 가정폭력피해자 지원 및 자립지원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과정 중 가해자의 자녀면접교섭권 매제 및 부부상담 처분금지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체계 마련 ▶사법기관의 전문성 강화 및 사법처리실태 개선 ▶여성폭력근절기본법(가칭) 제정 및 독자적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장애여성공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주최하고 한국여성의전화가 주관했다. 양현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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