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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헌법 수호 의지 드러나지 않은 대통령…박근혜 파면" 역사적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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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0 12:32:53 | 수정 : 2017-03-10 13: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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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주문 선고
"피청구인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9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고 밝혔다. 10일 오전 11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선고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밝혔다. 헌재가 박 대통령 파면 결정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이라고 판단한 청구 사유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61·개명 후 최서원·구속 기소) 씨의 국정개입을 허용한 것과 권한을 남용한 대목이다.

헌재에 따르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 씨에게 전달했다. 최 씨는 내용을 수정하거나 박 대통령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했고 공직 후보자를 추전하기도 했으며 그중 일부가 최 씨의 이권 추구를 도왔다. 박 대통령의 지시 또는 방치로 인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 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은 박 대통령이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이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헌재는 박 대통령의 잘못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로부터 자동차 부품회사 KD코퍼레이션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시켜 현대자동차 그룹에게 거래를 부탁했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해 대기업으로부터 486억 원을 출연받아 미르재단을, 288억 원을 출연 받아 K스포츠를 설립했다. 두 재단 운영의 의사결정은 박 대통령과 최 씨가 했고 출연한 기업들은 관여하지 못했다. 최 씨는 미르재단을 장악하고 미르 설립 전 만든 자신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도록 해 이익을 취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의 요청으로 안 전 수석을 통해 KT 인사에 개입했고, 플레이그라운드는 KT 광고대행사로 68억 원의 광고를 수주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로 플레이그라운드를 현대차그룹에 소개했고, 현대 ·기아자동차는 9억여 원의 광고를 발주했다.

최 씨는 노승일·박헌영을 K스포츠재단 직원으로 채용해 자신이 설립한 더블루케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을 통해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케이가 운영을 맡도록 했다. 최 씨는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을 통해 지역 스포츠클럽 전면 개편을 담은 문체부 내부 문건을 받아 K스포츠가 관여해 더블루케이가 이득을 취할 방안을 마련했다. 박 대통령은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해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요구했고, 롯데는 K스포츠에 70억 원을 송금했다.

헌재는 미르·K스포츠재단을 만들어 최 씨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박 대통령의 행위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국가공무원법·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 사실을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며,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한 결과 피청구인 지시에 따른 안종범·김종·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러한 박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가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는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고 했으면서 정작 검찰·특검 조사 및 청와대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은 만큼 언행에서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권한대행은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라고 밝히며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선고했다.

한편, 헌재는 최 씨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됐다며 문화체육관광부 노 국장 등을 문책성 인사했다는 국회의 탄핵 소추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증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탄핵 소추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판관 8명은 이날 오전 11시 정시에 대심판정에 입장했다. 이 권한대행이 22분 동안 선고문을 낭독했고 이후 곧바로 퇴정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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