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핑계로 죽음 내몰리는 현실 두고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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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 핑계로 죽음 내몰리는 현실 두고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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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4 12:11:48 | 수정 : 2017-12-01 17: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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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115개 모여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대책회의’ 꾸려
13일 오전'LG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대책회의'가 서울 구로동 LB휴넷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북 전주의 한 특성화고에서 애완동물학과를 전공한 홍 모(17) 양이 지난해 9월 전공과는 무관한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했다가 4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 양이 근무한 곳은 ‘해지방어부서’다. 통신사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고객을 설득해 계약을 유지하는 게 업무다. 언론이 여러 차례 보도한 것처럼 해지방어부서는 고객센터에서도 인격적 모독이 심해 ‘욕받이 부서’로 불린다.

홍 양의 안타까운 사망을 계기로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3일 오전 서울 구로구 LB휴넷 사무실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115곳이 모여 꾸린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가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LB휴넷은 LG유플러스 상담업무를 대행하는 곳으로, 홍 양은 LB휴넷 전주 고객센터에서 근무했다.

대책회의는 “현장실습에 책임이 있는 학교와 교육청은 해당 업체에 30명이나 실습을 내보내 놓고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며, “청소년 노동자가 ‘현장실습’을 핑계로 열악한 일터에서 버티며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훼손되고 고립감으로 죽음에 내몰리는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의 삶을 담보로 작전하듯이 취업률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현실에 적극 참여, 동조, 방치한 정부와 시도교육청, 학교와 교사, 시민사회, 정치집단 등은 이제 답변을 해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학생으로서 누려야 할 노동인권과 청소년의 노동에 대해 논의를 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책회의는 현장실습의 실질적인 내용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고, 대법원 역시 실습생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현장실습생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을 적용할 수 있는 노동자인 동시에 직업교육법의 현장실습생 지위를 모두 가진다는 것이다.

13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석자들과 시민들은 홍 양을 추모하는 글을 글을 남겼다.
홍 양은 지난해 9월 LB휴넷·학교장과 3자 간 현장실습계약을 체결했는데 출근을 시작하면서 LB휴넷과 근로계약을 다시 맺었다. 이렇게 체결한 근로계약은 현장실습계약에 명시한 임금과 근로시간 면에서 불리했다. 대책회의는 홍 양 뿐 아니라 LB휴넷에서 일한 현장실습생 전원에 해당하는 문제인 만큼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으로 이 문제를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LB휴넷의 입장을 듣고 싶었지만 관계자는 “담당자에게 메모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담당자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LG휴넷은 홍 양에게 실적 목표를 강요한 일이 없고 본인 동의 하에 연장근무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현장실습계약과 근로계약이 다른 이유는 현장실습계약에 '수습 3개월 기간을 둔다'는 단서가 빠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책회의는 학교의 안이한 태도도 지적했다. 직업교육법은 ‘현장실습산업체를 선정할 때에는 직업교육훈련생의 전공 분야, 현장실습프로그램의 적절성, 현장실습 시설·설비의 적합성 및 후생복지 여건 등을 고려’하고, ‘산업체에 현장실습 중이 직업교육훈련생에 대하여 필요한 현장지도를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전라북도교육청이 2015년 1월 2일에 개정한 특성화고 현장실습 운영지침 역시 ‘학교는 현장실습 산업체를 방문하여 학생들의 현장실습 이수 태도, 학생 건강, 현장실습 협약의 준수, 산업체의 산업안전보건의 예방과 근로환경, 근로기준 준수 등을 지도하고 파악’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법과 지침은 있었지만 홍 양과는 거리가 멀었다.

홍 양의 담임교사는 지난해 12월 22일, 올해 1월 9일 두 차례 현장지도를 하고도 “학생 건강 및 안전 사항에 특이점 없음. 근로시간 및 임금은 표준협약을 잘 이행하고 있음”이라고 지도결과를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회의는 “홍 양이 현장실습을 나간 지 3개월 16일이 지나서야 담임교사가 현장에 나갔고, 사망 10여 일 전에 현장지도를 했을 때에도 이상이 없다고 평가했다. 현장지도를 소홀히 했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대책회의는 홍 양 사망사건의 대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와 국회·노동부·교육청과 좌담회를 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고 콜센터 노동자 노동권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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