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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2차 가해’, 잘못 휘두르면 피해 남는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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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5 21:35:10 | 수정 : 2017-05-16 1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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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내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 토론회 열려
“2차 피해 문제 심각성 흐릿하게 하거나 가해 중심 관점 옹호하는 목적 아냐”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2차 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 토론회에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전희경 씨가 발표하는 모습. (뉴스한국)
“‘2차 가해’라는 언어는 성폭력 사건에 있어 가해자 관점이 익숙한 사회에 문제의식을 전달하기 위해 필요했다. ‘강간문화’를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의 균열을 위해서도 그렇다. 하지만 ‘2차 가해’라는 개념이 개인을 향해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개인의 행위가 ‘2차 가해’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급기야 ‘2차 가해’ 행위 자체를 나열식으로만 이해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 대강당에서 ‘2017 공동체 내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2차 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 토론회가 열렸다. 300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한 토론회에서는 성폭력 사건에 있어 중요 기제로 작동한 ‘2차 가해’ 개념이 한계에 직면한 만큼 이를 계속 사용할 것인지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2차 가해’란 성폭력 사건에 있어 사회의 가해 행위를 말한다. 남성중심적 성문화·성폭력을 폭력으로 접근하지 않고 성관계나 개인 간의 문제로 바라보는 편견을 지적하는 용어다. 일부 성폭력 피해자를 대하는 경찰·검찰, 사법부, 언론 등이 가부장적인 시선으로 문제에 접근해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을 어렵게 하는 것을 말한다. 피해자가 느끼는 소외·배제·비난이 되풀이하는 문화를 지적하고 피해자가 처한 불합리한 상황을 설명한다.

‘2차 가해’라는 개념이 피해자를 방어할 수 있는 언어로서 힘을 가지고 피해자를 겨냥한 역공을 줄이는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지만 반성폭력 담론을 형성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2차 가해’의 몰이해가 피해자를 공동체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성’으로 인식하게 하면서 피해자는 자신의 ‘순수한 피해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피해자의 서사는 끔찍한 고통에 집중된다”며, “피해자를 약한 존재로 인식하게 해 성폭력 사건 해결에서 피해자를 소외시키고, 공동체 안에서 성폭력 사건의 차별적인 시선을 이야기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고 말했다.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비판적으로 무엇이 2차 가해인지 자체에만 집중하면 성폭력사건을 왜곡하게 되고 문제 해결마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2차 가해 행위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에 집중하느라 그 누구도 성폭력 사건의 주체자가 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물론 공동체 안에서 토론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사무국장은 “개념이 잘못 작동한다면 이 개념을 지속하는 것을 진지하게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전희경 씨도 “‘2차 가해’를 문화와 구조를 분석하는 언어가 아니라 절차적 개념(지목과 처벌)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하기를 두려워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가장 말조심을 해야 할 자들이 이 위력적 개념의 영향권에서 가장 자유롭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정의하다”고 말했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 씨는 “‘2차 가해’ 용어는 잘못 휘두르면 부수적인 피해가 남는 개념이다. 가능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 용어로 인해 1차 피해 조사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가해자는 사라진 채 피해자가 고립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정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피해자에게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사가 필요한데 ‘2차 가해’라는 개념이 조사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이후 논의를 막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문화 속에서 일어난 일을 문제제기하는 것보다 그런 문화와 관련한 모두를 ‘가해자’라고 지목하는 방식으로 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권김 씨는 “경찰이나 의료인들이 수사과정과 치료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성희롱하는 일이 생겼다면 그것은 ‘2차 가해’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해결해야 할 성범죄”라면서도 “’2차 가해’란 말을 통해 피해자를 공감하고 강간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의 역사가 모두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 관점’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2차 피해’의 심각성을 흐릿하게 만들거나 가해 중심 관점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 성평등기금이 후원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가 사회를 봤다. 앞서 언급한 3명과 함께 오헤진 문화연구자,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 장임다혜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 김주희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이 토론회 발제와 토론에 참석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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