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진복이 가린 상처 마스크가 숨긴 눈물, 다큐멘터리 '클린룸 이야기' 국회 상영회 열려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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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진복이 가린 상처 마스크가 숨긴 눈물, 다큐멘터리 '클린룸 이야기' 국회 상영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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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0 13:57:09 | 수정 : 2017-06-20 23: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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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LCD 공장 직업병 피해자·가족 24명의 생생한 증언 담아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클린룸 이야기' 상영회가 열렸다. (뉴스한국)
새하얀 방진복을 벗은 이들은 몸과 마음이 온통 상처투성이다. 가족들에게 절대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기고 결국 눈을 감은 이들도 부지기수다. 반짝이는 반도체 실리콘 기판과 LCD를 만들며 21세기 최첨단 산업의 정수를 생산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정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갖가지 유독 물질을 들이마시며 쓰러져가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클린룸 이야기'에는 반도체·LCD를 만들다 이름도 생소한 각종 희귀병과 백혈병·뇌종양·난소암·재상불량성빈혈·악성림프종 등에 걸린 직업병 피해 노동자와 그 가족까지 24명의 생생한 증언이 담겼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클린룸 이야기' 상영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유해물질 없는 미래를 위한 국제 네트워크 IPEN(아이펜)·반도체 노동자의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주최하고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주관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클린룸이야기' 제작을 제안한 조 디간지 아이펜 과학전문 상임고문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대중의 눈에 노동자나 노동자가 사용하는 독성물질은 보이지 않는다. 이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이도록 만드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클린룸 이야기'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불이 꺼지자 화면에 직업병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피해자들이 클린룸에서 어떤 작업을 했는지, 작업 과정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말했고, 입사 당시 절박함과 설렘을 회상했다. 그리고 클린룸에서 일하며 얻은 직업병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클린룸은 말 그대로 먼지 한 톨 없는 공간이다. 반도체와 LCD 등 정밀한 기기를 만들기 위해 습도와 온도는 물론 압력을 조절하고 공중에 떠다니는 미립자까지 일정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전적인 정의다. 직업병 피해자들과 그 가족은 클린룸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설비를 열면 안에서 나오는 가스가 주변 벽에 묻는데 쌓이고 쌓이다 보면 유리가 뿌옇게 될 정도로 장비에서 많은 가스가 나온다."
"시간이 흐르면 적응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힘들어진다."
"아들은 자다가도 호출이 오면 나가야 했다. 혼자 가서 일해야 했고 20시간 일한 적도 있다."
"시끄러워서 사람 말소리가 잘 안들린다. 기압이 다르기 때문에 호흡이 힘든 느낌도 있다. 마스크를 계속 껴야 하니까 갑갑한데다 기계가 크고 위험해 처음에는 막막했다."
"신입사원 때 셧다운이 크게 났는데도 진행하는 런(제품)들 박스 안에 다 넣고 가라고 해서 정리하고 나와야 했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클린룸 이야기' 상영회가 열린 후 영상에 등장한 이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과 대화를 나눴다. 왼쪽부터 한혜경, 김시녀, 김유경 노무사, 김성교, 공유정옥 활동가. (뉴스한국)
약 40분 분량의 영화가 끝나자 객석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인터뷰에 응했던 피해자와 가족들은 쏟아지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연신 닦았다. 영화에 출연한 4명과 이들의 증언을 기록한 김유경 돌꽃법률사무소 노무사, 사회를 맡은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가 무대에 올랐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하고 유방암에 걸린 박민숙 씨는 "불임과 유산은 기본이다. 저 또한 결혼해서 유산했고 불임으로 고생했지만 유산 축에도 못 낀다. 같이 일한 17명 중 4명 정도가 7년~9년 불임을 겪었고 3~4번 유산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 등에서 일하다 악성림프종을 얻은 김성교 씨는 코와 눈 밑이 괴사해 반창고를 붙이고 다닌다. 그는 클린룸이 노동자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반도체 칩을 위한 곳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입에서는 염산·황산 처럼 귀에 익은 유독 물질 외에도 생소한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홀로코스트에서 유태인을 학살할 때 사용했다는 가스도 들어 있다. 그러면서도 김 씨는 이런 물질의 독성 교육보다는 공정을 빨리 해 물량을 많이 생산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삼성LCD에서 일하다 뇌종양을 앓게 된 한혜경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는 "다른 부모나 다른 자식이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상영회를 주최한 이학영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생명보다 귀한 게 어디 있겠나.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이다. 기업의 이윤 때문에 피해를 당하게 하고 가족을 잃게 했음에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본인들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비극"이라며, "기업의 이윤보다 생명이 더 소중하다는 인식으로 함께 하겠다. 반려자가 생겼다는 믿음으로 꿋꿋하게 함께 서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상영회를 주관한 강병원 의원은 "그렇게 깨끗한 곳에서 일하는 꽃다운 청춘들이 이름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과연 클린룸인지 우리가 알 수 없는 물질로 청춘을 혹사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삼성은 이 많은 죽음과 고통을 사과하고 손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산재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국회는 산재 입증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법 개정을 서두르겠다. 독성화학물질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영업비밀 심사제도를 도입해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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