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저질러도 후원하면 감경? 성폭력상담소, “형사사법체계 패착” 질타y
사회

성폭력 저질러도 후원하면 감경? 성폭력상담소, “형사사법체계 패착” 질타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로 기사보내기 미투데이로 기사보내기 네이버로 기사보내기 구글로 기사보내기 싸이월드로 기사보내기

입력 : 2017-09-14 13:44:51 | 수정 : 2017-09-14 22:17:34

프린트 | 기사 스크랩     글자작게글자크게


“일방적 후원은 ‘반성’ 아냐…감경요인에서 ‘기부’ 배제해야”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 중인 성폭력 피고인의 일방적인 후원을 재판에서 감경 요인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뉴스한국)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14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 중인 성폭력 사건 피고인이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에 일방적으로 후원하거나 기부하는 행위를 감경 요인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제출했다.

몰카 범죄 저지르고 피해 지원 단체 돈 내면 '반성'?
2013년 성폭력 범죄의 친고죄를 폐지하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경찰은 이와 상관 없이 수사를 진행한다. 다만 재판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를 했는지 또는 피해자를 위해 공탁했는지에 따라 양형이 달라진다는 지적이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최근 가해자들이 찾은 새로운 길은 단체에 일방적으로 후원해 반성했다는 것을 보여 감경 받는 것이다. 이는 현행 양형기준의 감경요소인 ‘상당 금액 공탁’ 및 ‘진지한 반성’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러한 후원활동과 기부금은 진정한 반성이 아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로로 피고인들이 감형을 받는 것을 적극 반대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2015년에 후원금을 내고 법원에서 감형을 받은 선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015년 지하철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한 혐의 사건을 심리하며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데다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점을 들어 300만 원의 벌금형과 신상정보 등록을 각각 선고유예한다고 밝혔다. 검사 항소로 2심이 열렸지만 법원은 또다시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검사와 피고인 모두 항소하지 않아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2심이 “(피고인이)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정기후원금을 납부하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양형 사유를 언급한 점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기관에 후원한 것을 반성의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소장은 “(서울동부지법 판결) 이후 가해자들의 정기후원과 일시 기부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법원은 피고인의 일방적인 후원·기부 실태와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 감경요소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고인이 양형요소와 관련해 자료를 제출할 때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와 합의했다면 이를 핵심 감경요소로 고려하는 사법관행을 비판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반성이라면 대가 치른 후에 사회봉사하거나 기부해야”
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7월 28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전국 회원 126개소를 상대로 성폭력 사건 피고인의 일방적 후원 사례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조사에 응한 7개 기관에서 ‘가해자 측이 기부금을 제안했다’거나 ‘가해자가 기부금을 납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사례는 101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방적인 기부 실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28건이다. 사례 중에는 피고인의 변호인이 기부문의를 하거나 기부영수증을 즉시 발급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있었고, ‘후원을 했는데도 감경이 되지 않았다’고 화를 내며 후원금을 돌려달라는 사례도 있었다.

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후원·기부금이 반성의 표시가 되려면 피고인이 성폭력 사실을 시인하고, 재범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고,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를 후원해 재발방지에 참여했다는 행동이어야 한다. 이에 반해 ‘일방적인 후원’은 성폭력 근절을 위한 다짐이라기보다 재판에서 감경받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 중인 피고인의 기부행위는 상담소도 피해자도 원하지 않는 방법이고 가해자의 선량한 의지로도 해석할 수 없다. 진정한 반성은 재범하지 않는 것이기에 해당 사건의 대가를 치른 후 사회봉사를 하거나 기부행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가해자의 일방적 후원금을 반성과 사죄로 해석하고, 감경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는 성폭력 사건에 있어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오류이자 패착”이라며, “가해자의 일방적인 후원·기부를 감경요인에서 배제하고, 피해자 권리를 위축시키는 가해자 위주의 감경요인을 재판부가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가 피해자 권리 보장 제도와 정책을 이해하고 피해자 목소리를 들어 판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하경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여성단체와 성폭력상담소에서 발급받은 기부금 영수증을 감형의 근거로 제출하는 행위는 성폭력 범죄의 반성이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이 아니다. 성폭력 피해자와 그 조력자를 조롱하며 법의 사회 정의와 신뢰를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양형의 주체인 법원이 감형 목적 기부는 감형 사유가 아니며 가중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피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편 성폭력 피해자 국선 변호사로 활동하는 정수경 변호사는 재판이 피고인의 변명과 하소연을 듣는 장으로 변질한 반면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을 위한 각종 권리고지가 상세히 이뤄지는 것처럼 동등한 비중으로 피해자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가능하도록 세밀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저작권자 ⓒ 뉴스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분야별 주요뉴스

| 정치 | 경제 | 사회 | 국제 | 문화 | 연예 | 스포츠 | 북한

이전 다음




핫이슈

경찰 위법·부당행위로 인한 국가배상 5년간 22억 7600만 원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
WMO, "약한 라니냐 가능성" 전망…한반도 춥고 건조한 겨울 올 수도
열대 태평양 바닷물 표면의 온도가 최근 평년보다 낮아지기 시작해...
의정부 아파트 건설 현장서 타워크레인 넘어져 5명 사상
경기도 의정부시 낙양동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철거 작업 중이...
경찰, 친구 딸 살해 혐의 받는 '어금니 아빠' 수사 본격화
경찰이 중학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적용한 ...
北,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해킹 시도 확인…현재까지 피해 無
최근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국내...
'뇌물 혐의 ' 도태호 수원부시장 광교 저수지서 숨진 채 발견
도태호(57) 수원시 2부시장이 저수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월호 침몰 당시 레이더에 잡힌 주황색 물체 정체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위원장 김창준·이하 선조위)가 23일 병...
텀블러, 방통심의위 음란물 삭제 요청 거절 “우리는 미국 회사”
최근 국내에서 불법 성인 콘텐츠 등 인터넷 음란물 유통의 창구로...
‘청주 20대 여성 살인’ 용의자 “험담에 화가 나 범행했다”
20대 여성을 살해해 나체 상태로 유기한 용의자가 피해자가 아이...

많이 본 뉴스

멀티미디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