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왜 맞을 짓을"…공동행동, "경찰이라니 가해자인줄"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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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왜 맞을 짓을"…공동행동, "경찰이라니 가해자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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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30 15:28:01 | 수정 : 2017-11-30 20: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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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에 쏟아진 2차 피해 경험담 정리해 경찰청에 전달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경찰청 본청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폭력에 대응하는 경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뉴스한국)
'경찰의 여성폭력 대응 전면쇄신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경찰청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일 한 쉼터에서 있었던 가정폭력 가해자 침입 사건 당시 경찰 대응을 녹음한 파일을 공개했다. 이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 입장을 대변해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경찰의 여성폭력 부당 대응 경험담이 쏟아졌고 한국여성의전화가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어 엮은 사례집 '#경찰이라니_가해자인 줄'을 경찰청에 전달했다.

이달 2일 오후 8시께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쉼터)에 가정폭력 가해자가 침입했다. 112와 인근 지구대로 신고가 들어가 경찰이 출동하면서 문제가 풀리는가 싶었지만 사태는 더 심각해졌다. 가정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맡은 여성청소년 수사팀이 가해자를 격리하기는커녕 활동가들이 피해자를 모두 피신시킬 때까지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고 활동가들을 비난했다는 게 한국여성의전화의 설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여성의전화는 당시 상황을 담은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활동가가 가해자를 강제연행하라고 요구했지만 현장에 온 A 경찰은 "뭘 강제하나. 법이 자녀 만나고 싶다는 사람을 강제연행하면 어떻게 하나"며 거부했다. B 경찰이 "저 분(가해자)이 여기 와서 깽판쳤나"고 말했고 A경찰은 "지금 저 사람(가해자)이 원하는 건 그냥 3개월 동안 자기 자녀 못 봤으니까 자녀 보고 싶다 이거다"고 말했다. 경찰과 활동가의 대화를 듣던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아~"하며 탄식하거나 "기가 차네"·"있을 수 없다"·"상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을 위해 전남 순천에서 올라온 정장엽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공동대표는 "쉼터에 들어오는 피해자들은 잘못을 저지르거나 맞을만한 짓을 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가부장 구조에서 폭력을 당했기 때문"이라며, "행여 바람에 문이 덜컥거려도 폭력의 두려움과 죽임을 당할 위협에 늘 전전긍긍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의 바람은 여성 폭력범죄를 근절하고 피해 여성의 인권보장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라며, "이유를 불문하고 가해자가 쉼터에 침입하면 무조건 접근금지를 하도록 법을 마련하고 가해자가 찾아오는 위급 상황 때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비상벨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 후 경찰청은 한국여성의전화가 제기한 민원에 회신하며 "경찰이 피의자 입장을 대변한다는 인식을 하게 할 소지가 있었으며 시설관계자로 하여금 직접 피의자를 대면토록 한 조치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향후 가정폭력 보호시설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조치토록 대응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경찰청 본청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폭력에 대응하는 경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뉴스한국)
한국여성의전화는 '쉼터 침입 사건'이 발생한 후 이달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경찰이라니_가해자인 줄' 해시태그(#) 캠페인을 시작했다. 해시태그는 게시물을 쉽게 분류하고 검색하도록 구조화한 데이터다. 해시태그 뒤에 특정 용어를 붙여 글을 쓰면 해당 용어와 관련한 글임을 나타낸다. 이 캠페인을 한 지 3일 만에 온라인에서 20만 건이 넘는 언급이 있었는데, 이는 대부분 가정폭력·성폭력·데이트폭력·스토킹 범죄를 신고한 후 겪은 경찰의 잘못된 대응이었다. 자료집에는 2만여 건의 글 가운데 작성자에게 게재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것 중 '112' 숫자에 맞춰 다시 추린 것이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112개의 증언 중 일부를 손팻말을 만들어 들었고, 차례로 해당 증언을 읽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아래 증언 중 일부를 소개한다.

사례 1. 아빠에게 주먹으로 얼굴과 배를 한 30분 정도를 계속 구타당하다가 얼굴이 기어코 피범벅이 되었을 때 경찰서로 겨우 도망쳐서 실제로 들은 말 "그러게 왜 아빠한테 반항했어. 나도 네 나이 때 맞고 자랐어."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자인 줄 알았음.

사례 2.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쓸모없는 서류를 당장 달라며 밤 11시에 찾아왔다. 날이 밝으면 주겠다 안 열겠다 하니까 "문을 부수겠다"·"창문을 깨버리겠다" 위협하며 문을 발로 찼다. 경찰을 부르니 "미련 남아서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그냥 문 열고 주면 되잖아요. 이런 걸로 무슨 신고를 해요."

사례 3. "그게 무슨 성폭력이에요. 성추행도 안 되겠다." 난 9살이었다.

사례 4. 중학생 때 늦은 밤에 집에 가다가 어떤 미친놈이 달려오면서 내 배를 때리고 튄 적이 있었다. 아빠와 경찰이 안에서 대화하는 동안 나는 밖에 나갔다. 그런데 밖에 있던 경찰들이 나를 두고 "솔직히 때릴 만하게 생겼다"라고 말하더라.

사례 5. 스토킹 신고하러 갔더니 "남자가 좋아하면 쫓아다니고 그럴 수도 있지, 꼭 남자애 인생에 빨간 줄을 그어야겠어요?"

사례 6. 성폭행 당해서 경찰 찾아갔더니 여경이 "남자랑 술 마셨네요? 다섯 시간을 같이 있었네. 이러면 위에서도 안 해줘요. 본인이 술 마시러 갔고, 귀책사유가 있잖아" 따위의 말만 했다. 죽고 싶었다.

사례 7. 경찰서에 가서 가정폭력을 당했다며 방금 전까지 당했던 일들을 털어놓았더니 경찰관에게 돌아온 말이 있다. "그러게 왜 맞을 짓을 해서 그래요." 심지어 장난치듯이 웃으며 말했다.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경찰청 본청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폭력에 대응하는 경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부당한 경찰 대응 증언을 기록한 사례집을 경찰청 민원실에 제출했다.(뉴스한국)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이 사례집이 경찰의 뼈아픈 자기 성찰의 토대가 돼 공권력의 신뢰 회복 노력을 촉발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과 집행을 통해 여성폭력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온전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경찰청 민원실을 찾아 사례집을 전달했다. 이들은 17개 지방경찰청과 지구대에까지 이 사례집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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