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성폭행 혐의 연예기획사 대표 ‘무죄’…21세기 가장 폭력적 판결”y
사회

“여중생 성폭행 혐의 연예기획사 대표 ‘무죄’…21세기 가장 폭력적 판결”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로 기사보내기 미투데이로 기사보내기 네이버로 기사보내기 구글로 기사보내기 싸이월드로 기사보내기

입력 : 2017-12-06 20:49:17 | 수정 : 2017-12-06 23:55:24

프린트 | 기사 스크랩     글자작게글자크게


6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토론회…법원이 무시한 ‘피해자 관점’ 중요성 강조
6일 오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연예기획사 대표에 의한 청소년 성폭력 사건의 의미와 쟁점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김재련 변호사,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 피해자 대리인. 피해자 대리인은 요청에 따라 얼굴을 가렸다.(뉴스한국)
15살 A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2살의 연예기획사 대표 B씨가 사건 발생 6년여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A양은 줄곧 성폭행 피해를 주장했지만 B씨는 서로 사랑한 것이라고 맞섰다. 1심과 2심 법원이 B씨에게 각각 12년형과 9년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재상고심에서 대법원이 검찰의 재상고를 기각해 결국 가해자의 손을 들어줘 무죄를 확정지었다. 지난달 9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법원 1호 법정에서 대법관이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는 한 마디로 사건은 모두 끝났다.

법원을 떠난 사건이 약 한 달 만인 6일 오후 서울 합정동에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토론회 탁자 위로 올라왔다. 토론회는 그간 사건 해결을 위해 340개 여성·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연예기획사대표에 의한 청소녀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것으로 법원 판결의 의미와 쟁점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사회가 꾸준히 쌓아온 피해자 권리 보장 여정 뒤로 돌리는 판결”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중학생이 27살 나이 차이가 나는 연예기획사 대표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고소를 했는데도 이를 사랑으로 본 대법원의 판결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A양은 1심·2심 법원에 각각 증인으로 출석해 한결같이 학교와 친구들 가족에게 성폭행 피해 사실이 알려질 경우 극도로 힘들게 될 뿐 아니라 난폭한 성질의 가해자가 혹여 자신의 가족들에게 더 큰 해악을 입힐 것을 염려해 차마 피해 사실조차 알릴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1심과 2심이 B씨의 유죄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양이 B씨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해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아래는 2014년 11월 13일 선고한 대법원 판결문 중 일부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접견한 횟수나 접견 시의 대화 내용, 서신을 보낸 횟수, 서신의 내용, 형식 즉 색색의 펜을 사용한 것은 물론 하트 표시 등 각종 기호를 그리고 스티커를 사용하여 꾸미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내용은 피해자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달리 마음에 없는 허위의 감정표현을 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중략) 위와 같은 접견민원서신, 인터넷서신이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사랑의 감정을 느꼈고, 피고인이 구속된 뒤에도 그 감정은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중략)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 또는 유혹하여 피해자를 자신의 물리적·실력적인 지배관계 아래에 두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를 두고 이 소장은 “대법원은 피해자가 피해 후 겪었을 고통과 혼란·갈등에는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객관성’이라는 이름으로 A양에게 쏟아낸 ‘피해자라면 왜 지속적인 피해를 입으면서도 주변의 누구에게 알리거나 도망치지 않았나’·‘가출해서 왜 피고인의 집으로 갔나’·‘왜 다른 건으로 수감된 피고인을 매일 매일 접견했는가’라는 질문들을 나열하며 “질문에는 왜 피해자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맥락에 대한 고려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꾸준히 쌓아온 피해자 권리 보장의 여정을 뒤로 돌리는 판결”이라며, “성폭력범을 준엄하게 처벌해야 할 대법원이 오히려 성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질타했다.

“21세기 가장 폭력적인 판결”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도 대법원이 피해자 관점에서 사건을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단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피해자 관점에서 보지 않으면 피해자가 어떤 두려움과 공포에 처했는지, 왜 즉각 신고하지 못했는지, 왜 저항하지 못한 채 순순히 응할 수밖에 없었는지 공감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 역시 앞서 김 소장이 언급한 대법원 판결문을 발췌해 발표하며, “피해자의 개별적 사실행위에 대해서는 상세히 적시되어 있는데 피해자가 왜 그와 같은 행위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가진 두려움과 공포는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피해자의 주관적 공포인 ‘두려움’은 개별사건에서의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상태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라며, “비록 합리적 판단자 관점에서는 피해자의 두려움이 비합리적이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 이미 두려움이나 공포에 빠져 행동한 것이라면 강압에 의한 성폭력을 적극적으로 인정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아동은 경우에 따라서는 아동의 의사나 행동으로부터도 보호받아야 하며 아동·청소년 폭력 및 성 착취와 성학대로부터 보호하는 게 국가의 책무”라며, “이에 비추어볼 때 이번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한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 판결은 21세기 가장 폭력적 판결”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연예기획사 대표 사건은 전형적인 그루밍 성폭력”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이 사건이 전형적인 ‘그루밍’ 성폭력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루밍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길들이기’라는 의미의 그루밍은, 성 착취를 수월하게 하고 범죄의 폭로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신뢰를 쌓거나 성적 가해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 대인관계와 사회적 환경이 취약한 대상자에게 다양한 통제와 조종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상임대표는 “이 판결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대법원 판례로 남아 다른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피해 아동·청소년의 권리 구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루밍 성폭력은 의도적이긴 하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 피해자 스스로 학대당한다고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A양과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의제강간의 나이를 현재 13살에서 이를 초과해 올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의제강간이란 합의를 했거나 폭행·협박이 없어도 만 13세 미만의 사람과 성관계를 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국회에서는 연예기획사 대표 사건을 계기로 의제강간 연령을 16살로 올리자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저작권자 ⓒ 뉴스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분야별 주요뉴스

| 정치 | 경제 | 사회 | 국제 | 문화 | 연예 | 스포츠 | 북한

이전 다음




핫이슈

‘험담했다’ 이유로 20대 여성 폭행·살해한 30대 남성 ‘무기징역’
자신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몇 년째 알고 지내던 20대 여성을 잔...
전국 타워크레인 현장점검, 안전 불량 등 314건 적발
최근 타워크레인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현장점검을 통해 ...
반려견 목줄 2m 제한…‘반려견 안전관리 대책’ 확정
정부가 공공장소에서 모든 반려견의 목줄 길이를 2m로 제한하기로...
이명박 전 대통령, "적폐청산 검찰 수사는 盧 죽음 정치보복"
최근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사건과 ...
옛 직장상사 살해 후 흔적 없애려 밀가루 뿌려…1심 징역 18년
자신이 일하던 회사 대표를 살해하고 시신에 밀가루를 뿌려 흔적을...
해외 사이트 판매 ‘다이어트·성기능’ 제품서 유해물질 검출
해외 사이트에서 다이어트 효과, 성기능 개선, 근육강화 및 소염...
이스트소프트 회원 16만여 명 정보 빼내 협박한 피의자 검거
이스트소프트의 알툴즈 회원 약 16만 명의 개인정보를 빼내 업체...
해외사이트 항공·호텔 예약 피해 급증…취소·환불 꼼꼼히 확인해야
해외사이트에서 직접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
'세 남매 사망 아파트 화재' 경찰, 母 ‘실화’ 결론…검찰 송치
아파트 화재로 세 남매가 사망한 사건을 조사한 경찰이 화재 원인...
송유관 기름 훔치려다 불기둥 치솟아…2명 검거해 화상 치료 중
전북 완주의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돌리려다 불을 내고 달아난 일당...
맞고 밟히다 숨진 준희 양…경찰, 친부·내연녀 학대치사 결론
실종신고 됐다 전북 군산에서 시신이 유기된 채로 발견된 고준희(...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시민에게 'ㅁㅊㅅㄲ' 답장해 논란 확산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기생활용품안전법(이하 전안법) 통과와...
JTBC,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즐겨본 뉴스채널 1위 영예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인이 가장 즐겨본 뉴스채널은 JTBC였다....
감사원 “감염병 통합정보지원시스템, 접촉자 관리기능 부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6년 구축한 ‘감염병관리 통합정보지원시...
강원 양구서 25인승 군용버스 추락…중상 7명·경상 15명
2일 오후 강원도 양구군에서 발생한 군용버스 추락 사고로 탑승자...

많이 본 뉴스

멀티미디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