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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거장 오태석 연출, 잇단 성폭력 가해 폭로에도 묵묵부답

등록 2018-02-21 09:56:48 | 수정 2018-03-09 20:09:36

피해 사실 고백한 황이선 연출, "아프더라도 온통 헤집어 끊어야 한다"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공연 지원 사업인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기자 간담회에서 오태석 연출가가 작품 소개했다. (뉴시스)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배우를 성추행·성폭행했다는 폭로가 잇따르는 가운데 또 다른 연극계 거장이자 원로 극작가인 오태석(78) 연출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 인다. 오 씨는 서울예술대학교 교수이자 극단 목화레퍼터리컴퍼니 대표다.

오 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폭로는 15일 시작해 줄을 잇고 있다. 이날 배우 출신의 A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대학로의 갈비집 상 위에서는 핑크빛 삼겹살이 불판 위에 춤을 추고, 상 아래에서는 나와 당신의 허벅지,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꼬집고, 주무르던 축축한 선생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고 폭로했다.

A씨는 "단 한 번 만이라도 책임지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 달라"며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B씨가 연극 이름을 공개하면서 오 씨의 이름이 알려졌다. B씨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스물 셋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극판을 기웃거리게 된 나는, '백마강 달밤에'라는 연극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극단의 뒷풀이에 참석했다. 그 연출가는 술잔을 들이키는 행위와 내 허벅지와 사타구니 부근을 주무르고 쓰다듬는 행위를 번갈아 했다"고 말했다. '백마강 달밤에'는 오 씨가 연출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18일에는 실명으로 오 씨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를 공개하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극단 공상집단 뚱단지 연출가 황이선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스물다섯이 되던 2002년 서울예대 극작과에 입학했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전 학회장이 건넨 인사말 '부학회장의 가장 큰 업무는 ***교수님을 잘 모시는 일'이었다. ***. 이름만 들으면 누군지 아는 연극계 대가"라고 썼다. 해당 교수가 '극단을 운영하는 교수'라고도 언급했는데, 당시 극단을 운영하는 서울예대 극작과 교수는 오 씨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는 "연습이 많아질수록 밥자리·술자리가 잦아졌다. 약속이나 한듯 내가 옆에 앉아야 했다. 처음엔 손을 만졌다. 이내 허벅지를 만졌다. 팔둑 안 연한 살을 만지다 꼬집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요즘 내가 고등학생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배우들과 공연을 한다. 그 아이들이 5년에서 10년 사이 '판'에 진입할 거다. 달라야 한다. 그래서 동기들, 선배님들 맘 불편하시겠지만 우린 가해자라고 나는 가해자라고 통탄한다. 이번 세대에 지금 기수에 끊어낼 건 아프더라도 온통 헤집어 끊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오 씨는 애초 20일에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극단 관계자들을 통해 밝혔지만 이를 번복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