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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 “대통령 개헌안, 성평등 낙제점…여성 대표성 확대 실종”

등록 2018-03-27 15:34:25 | 수정 2018-03-27 16:04:57

“여성 노동은 보호 대상 아닌 당당한 시민권 가진 주체의 권리”
“임신·출산·육아, 사회 전체가 돌봄 민주주의 실천 통해 책임져야”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병도(가운데)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외숙 법제처장이 진정구(왼쪽) 국회 사무처 입법차장에게 ‘대통령 문재인’ 명의의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여성단체가 26일 발의된 대통령 개헌안이 ‘성평등’과 관련해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연합)은 27일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차별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의 헌법적 근거는 마련했으나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여성 대표성 확대 조항은 실종됐다”며 “여성들을 수동적인 보호 대상으로 타자화시키고 사회적인 약자로 범주화시키고 있다”고 논평했다.

연합은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은 단편적인 정책 입안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헌법 원리와 국가 목표로 설정해 하위 법령과 제도, 정책에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며 “대통령 개헌안의 전문, 총강, 개별 기본권 조항 어디에도 이러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통령 개헌안은 여성의 노동을 현행 헌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특별한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어 문제”라며 “여성의 노동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닌 당당한 시민권을 가진 주체의 권리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은 “개헌안은 임신, 출산,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대신 보호를 약속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노동영역에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을 재생산하는 과정인 임신, 출산, 육아를 여성의 역할로 한정하고 보호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돌봄 민주주의의 실천을 통해 책임져야 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또한 대통령 개헌안이 혼인과 가족생활 관련 규정을 그대로 존치해 1인 가구 증가, 비혼율 증가 등으로 인한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가족에 대한 국가 정책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외면하고 소위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배제되는 국민을 소외시켰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연합은 “대통령 개헌안은 젠더와 실질적 성평등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막연한 보호주의를 그대로 온존시킨 채, 모든 부분에서의 대표성 확대라는 시대적 과제에는 눈감았다”며 “현 정부의 여성들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 여성 정책과 성평등 정책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이 헌법원리로서 국가의 목표로 명기되고, 여성 대표성 확대, 성과 재생산권 보장, 가족 다양성 반영 등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권리목록들을 담아 ‘여성의 삶이 바뀌는 개헌안’을 만들기 바란다”며 “6월 촛불개헌이라는 역사적 책무를 완성하는 것만이 땅에 떨어진 국회에 대한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조은희 기자 news@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