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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시민행동, SBS '김어준 블랙하우스'에 후속 조치 요구

등록 2018-03-29 11:58:52 | 수정 2018-03-29 15:21:10

"가해자 관점에 선 뉴스를 지상파 보도한 책임 면할 수 없어"

22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 화면 갈무리. 정봉주 전 의원이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며 검찰에 제출한 780장의 사진을 입수해 방송에 내보냈다. (뉴시스)
340여 개 여성·노동·시민단체와 160여 명의 개인이 참여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이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성폭력 의혹 사건을 가해자 관점에서 보도했다며 관련자 교체와 책임자 징계 등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미투시민행동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한 후 상황실을 열고 미투운동과 관련한 입장문을 매일 언론에 배포한다.

미투시민행동은 29일자 일일브리핑에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이하 블랙하우스) 제작진 일동의 공식 입장에 부쳐-공작은 누가 했는가'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놨다. 블랙하우스는 앞서 22일, 약 7년 전 당시 기자 지망생 A씨를 성추행한 의혹에 휩싸인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 사건을 다뤘다. 정 전 의원과 피해자 A씨의 주장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이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블랙하우스는 정 전 의원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내놓은 780장의 사진을 단독 공개했다.

정 전 의원은 피해자 A씨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2011년 12월 23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간 적이 없으니 A씨를 만나지 않았고 성추행도 없었다는 논리를 근거로 당일의 알리바이를 입증해왔다. 같은 맥락에서 이날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한 사진 780장을 확보해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블랙하우스는 언론 매체로는 처음으로 이 사진 전체를 입수해 공개하며, 조작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상파가 성추행 가해 의혹을 받는 정 전 의원의 알리바이를 검증해 그의 결백을 지지한 모양새가 됐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어준 씨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정 전 의원과 함께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인물이라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씨가 언론인으로 이 사건을 공정하게 보기보다는 자신과 가까운 정 전 의원을 옹호하기 위해 방송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28일 정 전 의원이 호텔에 간 사실을 시인하며 프레시안과 싸움에서 패배를 인정하자 블랙하우스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블랙하우스 제작진은 이날 발표한 공식 입장에서 정 전 의원의 사진 780장을 방송에 내보낸 배경을 설명하며, "사건 전체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진실 규명에 혼선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 여러분과 피해자 A씨께 깊이 사과드린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보다 공정한 방송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투시민행동은 "면피와 변명에 대부분을 할애한 입장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특정 프레임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던 가해자의 관점에 선 뉴스를 지상파에서 보도한 데에 대한 책임은 입장 발표로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작진이 밝힌 대로 '시청자 여러분과 피해자 A씨께 깊이 사과'하며, '보다 공정한 방송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자 한다면 응당한 후속 조치 또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SBS가 명확한 사과를 하고 관련자 전원 교체와 책임자 징계를 하며, 정상화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본 사건을 '불똥이 튀었다'는 표현으로 보도해 SBS의 책임을 축소시키는 언론사 역시 본연의 목적과 책임을 상기하여 자성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지난달 자신이 진행하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미투운동과 관련한 예언을 하겠다며, 공작을 하려는 누군가가 미투운동 폭로자를 뽑아 진보 지지자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