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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는 위헌?…헌법재판소, 6년 만에 공개 변론

등록 2018-05-24 11:58:59 | 수정 2018-05-24 14:44:49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건강권 침해"
"태아 생명권 보호하고 낙태 급격한 증가 막아야"

자료사진, 2011년 11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를 금지한 형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하는지 가늠하기 위한 공개 변론이 열렸다. 당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법정에 자리한 모습. (뉴시스)
24일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범죄로 규정한 현행법이 헌법을 어긴 것인지 살피기 위해 공개 변론을 연다. 2012년 헌재가 낙태죄를 합헌으로 판단한 지 약 6년 만이다.

헌재 심판 대상은 낙태한 임신부와 임신부의 낙태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 중 '의사' 부분이다. 제269조(낙태) 제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제270조 제1항은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산부인과 의사 A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낙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후 1심 재판 과정에서 형법 제269조 제1항·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헌재는 6년 전 이미 합헌 판단을 내린 만큼 이를 기각하자 A씨는 지난해 2월 해당 조항들이 위헌인지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012년 8월 23일 헌재는 재판관 8명이 4대 4로 찬반 의견을 냈다. 위헌정족수 6명을 채우지 않아 합헌 결정이 났다. 조산원을 운영하던 중 부탁을 받고 낙태를 했던 조산원이 위헌법률신판제청신청을 했었다.

당시 합헌의견 요지는 ▷태아의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 보호를 받아야 하고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더 만연하게 될 것이고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등 불가피한 경우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해 낙태를 금지한 조항이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의견 요지는 ▷태아는 생명의 유지와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는 불완전한 생명이며 임신·출산은 모의 책임 하에 대부분 이뤄지므로 임신기간 중 일정 시점까지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고 ▷불법 낙태로 임부의 건강이나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는 사태가 빈발해 적어도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6년 만에 다시 낙태죄를 마주한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번 공개 변론에서도 태아의 생명권을 공익으로 보는 합헌 측 입장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위헌 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설 전망이다.

낙태죄 합헌을 주장하는 법무부는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모든 태아에게 동일한 생명권의 주체성이 부여된다"며, "태아의 생명 보호는 매우 중요한 공익이고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구인은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자기낙태죄 조항은 여성이 임신·출산을 할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하여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하고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 중절 수술을 받지 못하게 하여 임부의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부 부처 가운데 여성가족부가 유일하게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식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공개 변론 하루 전인 23일 여가부는 "여성의 기본권 가운데 건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여가부는 낙태죄가 여성이 안전한 임신중절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데다 제한적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에서 배우자 동의를 받도록 한 조항이 성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