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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임신중지 접근성은 인권" 레베카 곰퍼츠 내한 국회 토론회

등록 2018-07-05 18:29:29 | 수정 2018-07-05 23:40:58

"임신 여성 중 22% 임신중지 선택…합법·금지 국가 간 큰 차이 없어"

레베카 곰퍼츠 위민온웹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전 세계적 연대로 만들어가는 성·재생산건강과 권리'를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뉴스한국)
임신중지 합법화를 주장하는 네덜란드 산부인과 의사 레베카 곰퍼츠 위민온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초청 토론회에서 "여성이 아닌 다른 사람이 여성의 선택을 대신할 수 없다"며 "한국도 인공유산 합법화에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곰퍼츠 박사는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위민온웹을 운영하며 2005년부터 임신중지를 원하는 임신 여성의 신청을 받아 온라인으로 먹는 인공유산약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초청토론회는 건강과 대안,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 정의당이 주최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은 "임신중지는 한국 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이슈인데 곰퍼츠 대표는 아일랜드는 물론 남미와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돌며 다양한 재생산권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한국적 맥락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맥락에서 이 이슈의 의미와 진행 형태를 소개하기에 적절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곰퍼츠 대표는 불법과 합법의 사이를 활용해 활동하는 특징이 있다. 네덜란드가 임신중지 합법 국가인 점을 이용해 네덜란드 선박을 타고 바다 위에서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경구용 인공유산약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드론을 이용해 이 약을 배달하는 식이다. 곰퍼츠 대표의 배에 타면 네덜란드 영토에 들어선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활동기는 다큐멘터리 '파도 위의 여성들'에 담겨 있으며 6일 서울 하자세터에서 이 영화 상영회를 연다.

곰퍼츠 대표는 "인전한 임신중지 접근성은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가 가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라고 설명하며, "건강권과 인권은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WHO 회원국인데 WHO는 2005년부터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리스톨을 필수의약품으로 등재했다"고 밝혔다.

두 약은 먹는 인공유산약이다. 미페프리스톤은 1990년대 프랑스에서 개발했고, 2000년부터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미소프리스톨은 산후 출혈이나 불안정 유산을 치료하는 데 쓰여 임신중지 금지 국가에서도 사용하지만 미페프리스톨은 오직 임신중지를 허용한 나라만 들여온다.

WHO뿐 아니라 유엔경제사회이사회는 2016년 발표한 '성적 및 생식 보건 권리에 관한 논평'에서 "임신중지에 사용되는 약물을 포함, 필수 의약품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곰퍼츠 대표는 "임신중지는 결국 인권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못된 정보가 만연하다. 무엇보다 임신중지가 드물다고 알려져 있지만 임신한 여성 중 22%가 임신중지를 선택하는데 연간 5600만 건의 임신중지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곰퍼츠 대표는 "여러 의학 시술 중 가장 많은 시술이 임신중지이며, 임신중지를 법적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나라(1000명 당 34명)와 합법인 나라(1000명 당 37명)의 임신중단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하며, "사회적 낙인과 수치심 때문에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들은 자신이 예외적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침묵을 깨야 정치인·국회의원들로 하여금 임신중지를 합법화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곰퍼츠 대표는 임신중지가 유방암을 유발한다거나 우울증 등으로 자살률을 높인다는 것 역시 모두 잘못된 정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메사추세츠 의학협회가 발간하는 의학잡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 실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말했다.

한편 곰퍼츠 대표는 위민온웹을 통해 먹는 인공유산약을 제공하는 한편 2016년부터는 임신중지 원격 의료서비스도 진행한다. 매달 방문자는 100만 명이 넘는다. 17개 언어로 쓴 50여만 건의 도움 요청 메일에 응답하고 있다. 곰퍼츠 대표는 발제를 마무리하며 위민온웹을 통해 임신중지를 한 한 여성이 보낸 글을 인용했다. "나는 여성들이 무엇이 자기 자신을 위해 제일 중요한지 선택할 권리를 갖고 있어야 함을 이해한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