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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들 “탁현민 승소 판결 사법부 규탄…강간 판타지 출판 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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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2 15:19:56 | 수정 : 2018-07-12 16: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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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행정관 소송 제기, 여성 비판적 목소리 틀어막는 행위”
“여성신문이 ‘손해’ 배상하라는 판결…언론의 공익성 위축”
“‘첫눈 오면 놓아주겠다’…가해자 감싸주는 강간 문화 강화”
탁현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이 여성신문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1심 판결과 관련해 청와대·사법부 규탄 긴급 기자회견이 열린 12일 오전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여성단체들이 탁현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의 손을 들어준 사법부와 그의 사의 표명을 만류한 청와대를 규탄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과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탁 행정관이 여성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사법부에 대해 “고위 공직자가 강간을 판타지로, 여성에 대한 명백한 성폭력을 성문화로 낭만화한 내용을 출판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공적 업무 수행에 지장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아울러 이 판결에 대해 “미투운동으로 촉발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또 다시 억압하면서 성평등으로 향하는 여정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으로 보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여세연 등은 “탁 행정관의 소송은 수많은 기사와 언론사 중에 본인의 피해 경험을 털어놓은 생존자의 글을 실어준 여성신문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라며 “정정 혹은 반론보도를 제기하는 통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여성·젠더 이슈를 중요하게 다루는 언론사에 소송을 거는 것은 여성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틀어막으려는 저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탁 행정관은 지난 2007년 출간한 저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자신의 성관계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살 아래 경험이 많은 애였다. 그를 친구들과 공유했다”고 썼다. 이 글이 논란이 되자 그는 “모두 픽션이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7월 여성신문은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라는 제목의 기고글을 실었다. 실제 탁 행정관 글 속의 여중생은 아니고 탁 행정관의 저서로 인해 과거 성폭행을 당한 상처가 떠올랐다며 그의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탁 행정관은 그 글이 허위사실을 담고 있어 본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여성신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여세연 등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용기 있게 이야기한 생존자와 그 목소리를 유일하게 실어준 여성신문의 보도는 여성의 성폭력 현실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언론의 공익적 책무를 다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여성신문에게 ‘손해’를 배상하게 함으로써 이미 존재하는 여성의 피해사실과 가해를 폭로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고,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판의 자유에 재갈을 물린다는 점에서 언론의 공익성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탁현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이 여성신문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1심 판결과 관련해 청와대·사법부 규탄 긴급 기자회견이 열린 12일 오전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청와대 로고를 향해 눈을 뿌리고 있다. (뉴시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 여름에 눈과 함께 온 우리가 정치를 바꾼다”는 구호를 외치며 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탁 행정관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으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가을에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 등을 이유로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며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져 이를 조롱한 것이다.

여세연 등은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는 ‘낭만적’ 수사는 성폭력 사실을 지워버리고 가해자를 감싸주는 강간 문화를 강화할 뿐”이라며 “구조적인 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정부가 고위 공직자의 문제적 저서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지키게끔 하는 것은 남성 중심 정치가 전혀 바뀌지 않았으며, 여성들의 요구는 사소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조은희 기자  [news@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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