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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거래 아니라 성폭력" 여성단체, 김학의 성접대 사건 재수사 촉구

등록 2018-08-06 16:49:12 | 수정 2018-08-06 17:20:35

"검찰이 성폭력 피해 여성 인권 침해 외면하고 뇌물 프레임으로 수사"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을 맡은 검찰이 성폭력 피해 여성의 인권 침해를 외면했다는 주장과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재수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사건을 말한다. 수사 당시 이를 추정할 수 있는 영상을 발견하긴 했지만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올해 4월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 인권 침해가 있었고 은폐 의혹이 있다며 재조사를 권고했다.

한국여성의전화를 포함한 전국 673개 여성단체가 6일 오전 9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는 건설업자 윤 모 씨, 전 법무부 차관 김 모 씨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는 검사·교수·병원장·호텔 사장·기업 회장 등 소위 사회 각층의 권력자들이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유인해 감금·협박·약물 투여 등의 수단을 통해 강제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간음하여 피해자를 정신적·육체적으로 지배하고, 자신의 위세를 이용해 피해자를 억압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이 모 씨는 2014년 김 전 차관과 윤 씨를 성폭력 혐의 등으로 고소했지만 수사기관은 이 씨를 포함한 다른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조사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구체적인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며 처벌을 원한다고 분명하게 주장했음에도 피해자와 다른 여성들은 '인간'이 아닌 '뇌물'로만 여겨졌다"며, "본 사건은 부당한 권력과 폭력 앞에서 피해자의 인권이 철저히 유린된 사안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피해자의 진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일관되게 배척해 성폭력 사건을 기소조차 하지 않아 피해자가 재판을 받을 기회마저 빼앗아 버렸다고 질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여성단체 활동가가 피해자의 증언을 대독했다. 피해자는 "매일 밤 삶과 죽음길에서 밤을 새운다. 윤중천의 협박과 폭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권력이 무서웠다. 저도 숨 쉬고 싶다. 저를 또다시 희생양으로 만들어 놓은 김학의와 윤중천이 처벌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장임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고위공직자 성접대 사건에서 접대의 수단이 된 여성들의 피해는 제대로 조명한 바가 없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윤 씨에 의해 협박·폭행·성폭력 피해 등 1년 7개월이라는 긴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폭력 피해를 입었고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과 성관계를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뇌물죄나 성매매처벌법 등 관련 법이 이익을 기본 구도로 하기 때문에 성접대 수단이 된 여성들의 피해자성을 부정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스스로 폭행·협박 등 강요 행위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정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장임 부연구위원은 "성접대는 권력형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젠더 폭력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성접대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와 동시에 성을 수단화하고 착취하는 데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