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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사건 핵심은 위력의 존재·행사…비동의간음 입법으로 논점 이탈 말아야"

등록 2018-08-17 15:24:18 | 수정 2018-08-17 16:10:56

여성학 연구자 권김현영 씨, "안희정이 성관계 제안한 것 자체가 위력"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비서 김지은씨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1심 무죄 선고를 규탄했다. (뉴시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에게 조병구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비동의간음 입법 논의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핵심은 '위력의 존재와 행사'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점이 비동의간음 입법으로 흘러가는 게 재판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여성학 연구자 권김현영 씨는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비동의간음 입법으로 논점 이탈하지 않았으면 한다. 논점이 거기로 하면 1심 재판부 판결에 승복하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달 14일 재판부는 안희정 사건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이 자유의사를 제압해 간음 및 추행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한 사건에서 피해자가 명시적 동의를 표현한 적 없고 나름의 방식으로 거절했다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에서는 성폭력 범죄로 볼 수 없다"며 현행 법 체계를 문제 삼았다. 이를 두고 '노 민스 노 룰'로 불리는 비동의 간음죄, 즉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처벌하는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권김 씨는 "이 사건의 논점은 비동의간음죄에 있는 게 아니라 위력의 존재와 행사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달려있다. 현행법으로 엄연히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있다. 재판부가 있는 법 무시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 법을 제대로 활용 안 한 이유는 위력관계에 있는 피해자가 나서기 그만큼 어려웠다는 의미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부도 인정했듯 위력은 있었다. 문제는 위력이 행사되었는지에 있는데 안희정이 성관계를 제안한 것 자체가 위력의 행사"라고 꼬집었다.

윤조원 고려대 교수는 16일자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위력은 물리적 폭력이나 암시적 협박으로만 발휘되지 않는다. 위력을 경험해 본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그것은 '정상적 판단력을 갖춘 성인남녀'를 합리적 판단과 행위의 맥락에서 탈구시키는 힘"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일상적인 것일 수도 있는 성적 접근이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면 취약함을 착취하는 행위가 된다"며, "재판부가 위력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안희정의 '안아 달라'는 말이 위력의 행사인지에 합리적 의심을 가진 반면 물리적 강제력이 없어도 김지은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는 취약한 위치에 있었던 건 아닌지에 합리적 의심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15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판결은 위력의 개념을 지나치게 협의로, 또 경직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