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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저유소 화재’는 풍등 탓…송유관공사 18분간 화재 인지 못 해

등록 2018-10-10 10:47:09 | 수정 2018-10-10 13:59:33

경찰, 중실화 혐의로 스리랑카인 노동자 긴급체포…구속영장 신청
풍등 탱크 주변 잔디밭 추락…배출구에서 나온 유증기와 만나 발화

강신걸 고양경찰서장이 9일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서에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화재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43억 원이 넘는 피해를 남긴 고양저유소 화재가 한 외국인 노동자가 날린 풍등으로 인한 것이라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측은 휘발유탱크에 불이 옮겨 붙기 전 18분간 화재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신걸 고양경찰서장은 9일 오전 고양경찰서 소회의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8일 불이 붙은 풍등을 날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공터에 불이 붙도록 한 혐의로 외국인 근로자 A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강 서장은 “피의자가 7일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와 인접한 터널공사장에서 일하던 중 쉬는 시간에 풍등을 날렸고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이를 쫓아가다 저유소 잔디에 떨어진 것을 보고 되돌아왔다고 진술했다”며 “피의자가 저유소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점을 감안해 중실화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피의자 A씨는 2015년 5월 취업비자로 입국한 스리랑카 국적의 27세 남성으로, 8일 오후 4시 30분께 고양시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긴급체포됐다. 그는 처음에 혐의를 부인하다가 CCTV 영상 등을 보고 풍등을 날린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등은 지난 6일 인근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날아온 것을 주워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9일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서에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화재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 중 경찰 관계자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풍등과 동일한 모형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7일 오전 10시 32분께 지름 40cm, 높이 60cm의 풍등을 날렸고, 이는 300m를 날아가 저유소 잔디밭에 추락했다. 탱크 바깥 잔디에서는 10시 36분께 연기가 나기 시작했고 10시 54분께 폭발이 일어나 탱크 상부 지붕이 날아갔다. 경찰은 불씨가 탱크 유증기 배출구에서 나온 유증기와 만나 발화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9일 오후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에 중실화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10일 오전 검찰이 수사 보강 지시를 해 내용을 보강한 후 다시 구속연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강 서장은 “풍등과 저유소 화재의 인과관계를 정밀 확인하고 재차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등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 떨어진 풍등으로 화재가 발생한 모습. (고양경찰서 제공=뉴시스)
한편 잔디밭에 추락한 풍등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한 지 18분이 지나도록 화재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대한송유관공사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탱크 외부에 화재 감지 센서가 없었던 점, 유증기 배출구에 불씨가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장치가 없었던 점, CCTV가 45대나 설치돼 있는데도 화재를 발견하지 못한 점 등이 알려지면서 피의자 A씨가 아닌 공사의 ‘안전 관리 부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9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며 “외부 인사를 포함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기구’를 만들어 사업장의 안전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적·사회적 요구 수준을 넘어선 최고 수준의 안전설비 능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며 “이번 화재의 원인과 확산 과정에 대한 회사 내부의 분석과 당국의 조사 결과, 안전기구의 사업장 안전 점검 등을 종합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 대책을 만들어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은희 기자 news@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