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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과거사위 “형제복지원 국가 책임 인정…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

등록 2018-10-10 15:39:48 | 수정 2018-11-27 22:57:44

“인권침해 추가 진상규명·피해회복 위한 특별법 제정 권고”
“검찰총장, 수사축소 검찰 과오 사과하고 비상상고 신청해야”

자료사진, 지난 1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등 피해자, 생존자, 유족 단체 회원들이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외압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형제복지원의 위법한 수용과정과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국가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것과 추가 진상규명·피해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으로부터 형제복지원 사건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를 심의해 이같이 권고한다고 10일 밝혔다.

아울러 과거사위는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한 사실이 확인됐고 그로 인해 형제복지원 본원에 대한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피해가 확대됐다”며 “검찰총장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해 검찰의 과오를 사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검찰의 이와 같은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소상히 알려야 한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며 검사 개개인에게 직업적 소명의식을 확고히 정립할 수 있는 제도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형제복지원 원장 등이 1986년 7월경부터 1987년 1월경까지 경남 울주군에 있는 울주작업장에서 수용자들에게 강제 노역을 시키며 폭행하는 등 인권침해 행위를 일삼은 데 대해 검사가 수사하려고 했으나 검찰 지휘부, 정부, 부산시 등의 외압에 의해 축소수사를 하게 됐고, 축소된 공소사실마저 법원에서 대부분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다.

조사단은 이 사건의 진상조사를 위해 당시 담당검사, 수사관, 검찰지휘부, 형제복지원 수용자 48명 등의 진술을 청취하고, 사건 당시의 수사·재판 기록, 신민당 조사보고서, 각종 자료집과 증언자료, 언론보도자료, 국가기록원과 부산시에 남아 있는 자료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당시 전국 최대의 부랑인 보호시설이었던 형제복지원에는 1975년경부터 1986년경까지 연인원 약 3만 8000명이 수용됐다. 수용자들은 강제노역을 하며 구타, 기합, 성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그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형제복지원 발간자료와 신민당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연도 말 수용자 합계 인원 2만 1685명 대비 513명이 사망해 수용자의 2.4%가 사망했다. 특히 1986년 말경에는 수용자 3164명 대비 95명이 숨져 사망률이 3%에 이르렀다.

또한 확인된 수용자 대부분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수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용의 근거가 된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수용대상인을 ‘일정한 주거가 없이 관광업소, 접객업소, 역, 버스정류소 등 많은 사람이 모이거나 통행하는 곳과 주택가를 배회하거나 좌정하여 구걸 또는 물품을 강매함으로써 통행인을 괴롭히는 걸인, 껌팔이, 앵벌이 등 건전한 사회 및 도시질서를 저해하는 모든 부랑인’으로 정의했으나 실제 수용자들 중에는 가족 등 연고자가 있고,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던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막차를 놓쳐 역 대합실에서 잠을 자던 사람, 직장을 구하러 부산에 왔던 사람, 술에 취해 역 대합실 등지에서 잠을 자던 사람, 저녁에 귀가하던 학생, 집을 찾지 못하는 어린아이 등이 수용되기도 했다.

당시 수사검사의 수사가 검찰 지휘부 등의 외압에 중단되고 축소됐다는 의혹과 형제복지원의 위법행위가 부산시 공무원의 방조·묵인 하에 계속됐다는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지검 지휘부는 형제복지원 원장에 대한 인권침해 수사를 무산시키고, 원장의 횡령 금액이 10억 원 이상으로 확인됐음에도 7억 원 이하로 공소장을 변경하게 했다. 형제복지원 원장과 관할 부산시 공무원이 유착관계에 있어 금전이 오가고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형제복지원 수용의 근거가 된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법률상의 근거가 필요함에도 아무런 법률의 위임이 없었으므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됐다. 단속 목적·대상에 대한 표현이 분명하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 점, 모든 부랑인을 구별 없이, 수용 기한의 제한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 점, 수용조치에 대한 이의절차가 없어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점도 위헌의 근거다.

과거사위는 “위헌·위법한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한 형제복지원 원장의 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당시 법원의 판결은 법령에 위반한 판결에 해당한다”며 “형사소송법 제441조에 따라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신청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조은희 기자 news@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