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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과거사위 “박종철 고문치사, 외압에 굴복해 사건 축소·조작”

등록 2018-10-11 15:12:53 | 수정 2018-10-11 18:01:03

“김근태 고문은폐, 검찰 권한 남용해 은폐에 적극 가담”
“검찰 과오 통렬히 반성하고 국민·피해자에 사과해야”

자료사진, 1987년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인 고 박정기 씨의 영정을 든 유가족이 지난 7월 31일 서울 경찰청 인권센터(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마련된 박 열사의 추모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 검찰이 실체적 진실 발견과 인권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정권안정이라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해 치안본부에 사건을 축소·조작할 기회를 주었고, 치안본부 간부들이 범인을 도피시키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심의한 결과, “수사 초기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는 관계기관대책회의를 통해 검찰총장 이하 검찰지휘부에 전달되는 청와대,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의 외압에 굴복해 졸속수사, 늦장수사, 부실수사로 점철됐음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1987년 1월 14일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치안본부 대공수사2단 소속 경찰관 5명으로부터 수사를 받던 대학생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인해 질식사한 후 치안본부가 고문을 은폐하려 시도하고, 고문치사의 범인을 2명으로 축소·조작한 사건이다.

과거사위는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검찰의 과오에 대해 통렬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검찰총장이 피해자의 유족을 직접 찾아가 이와 같은 검찰의 과오에 대해 사죄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검찰의 잘못된 수사 사례와 모범적 수사 사례를 대비해 그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대응방안 등을 현직 검사와 수사관, 검사 및 수사관 신규 임용자에 대한 교육과정에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과거사위는 이날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과 관련해서도 준사법기관으로서 수사를 주재하고 경찰의 불법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이 경찰의 고문수사를 용인·방조했으며, 고문을 은폐하는 데 검찰의 권한을 남용했다고 평가했다.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은 고 김근태 전 의원이 1985년 9월 4일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강제 연행돼 23일간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검찰에서 고문 사실을 폭로하며 수사를 요구했으나 검찰이 이를 묵살하고 고문한 경찰관에 대한 고소·고발을 무혐의 처분하는 등 고문은폐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건이다.

과거사위는 “검찰은 경찰의 고문수사를 용인·방조한 사실, 고문을 은폐하는 데 검찰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과 피해 당사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정보기관이 정보사범 등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을 통보받거나 사건에 관여해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안보수사조정권’도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안보수사조정권은 대통령령인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과거사위는 이 규정에 대해 “냉전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권위주의 정부 시대의 유물에 불과한 것으로 이에 대한 검찰의 인식 전환과 새로운 접근이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규정은 현행법 하에서도 그대로 효력을 유지하고 있어 이를 시급하게 시정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관련 규정의 개정 또는 폐지를 통해 정보기관이 검찰의 수사와 공소를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하루속히 없애고 앞으로는 정보기관이 검찰의 수사와 공소제기에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희 기자 news@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