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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평등? 군중의 함성이 아니라 지혜가 핵심" '올 젠더와 법 연구소' 창립

등록 2018-11-19 20:52:31 | 수정 2018-11-19 23:42:18

전수안·전효숙·강금실 구심으로 젠더평등 연구…"사회에 좋은 질문던질 것"

19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연구소 창립기념컨퍼런스가 열렸다. 첫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부터 차례대로 전수안 전 대법관·전효숙 전 헌법재판관·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뉴스한국)
"모르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모르는 것을 안다고 믿는 확증편향이다. 연구소가 임하는 생각도 그렇다. 불가지론이나 회의를 늘 경계하되 제대로 알기 위해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게 연구소의 역할이다. (전수안 전 대법관)"

19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페럼타워에서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이하 올젠더법연구소)가 경쾌한 출발을 알렸다. 젠더를 고리로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게 올젠더법연구소의 궁극적 목표다. 전효숙(67·사법연수원 7기) 전 헌법재판관·전수안(66·8기) 전 대법관·강금실(61·13기) 전 법무부 장관이 5년 전부터 구상한 끝에 내놓았다.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법과 제도를 두고 법학자와 법조인들이 머리를 맞댈 일종의 '광장'이다.

이날 창립 기념 컨퍼런스 시작을 알리며 무대에 오른 전수안 올젠더법연구소 대표는 연구소를 가리켜 '특정하지 않고 배제하지 않는 열린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한 올 한 올 다가올 미래를 엮을 아고라(광장)"이라고도 했다. 그는 평화로운 삶이 궁극적 목표라면 젠더는 그에 이르는 통로이자 변화를 이루는 하나의 모멘텀(상태가 바뀌는 한 지점)이라고 표현했다.

전 대표는 "인문·사회·종교 등 어느 하나 젠더와 관련하지 않은 게 없지만 왜 하필 법이냐고 묻는다. 어쩌겠나 아는 게 법 밖에 없어 우선 법학자와 재야 법조인이 모였다"며, "연구소가 모을 수 있는 건 큰 목소리도 아니고 군중의 함성도 아니고 지혜다. 지혜가 광장의 핵심이다. 탁월한 지성과 이성을 가진 법률가가 민법·형법·가족법에 적용해 도출한 게 왜 때로는 헌법과 국제 인권법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지혜다운 지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대표는 "연구소 내면의 화두는 관용과 포용"이라며, "난무하는 혐오는 배제의 레토릭(의미 전달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꾸미는 말)이다. 인권에서 어느 정도 투쟁은 불가피하지만 증오와 혐오는 인권과 양립할 수 없고 효과도 역기능이다. 목표가 인권이라도 방법에 증오와 혐오를 수반한다면 그 자체로 반 인권적이다. 배제·차별과 관용·포용은 젠더와 법을 관통하는 일관적인 주제"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연구소의 역할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서로 옳다고 우기는 건 나는 알고 너는 모른다는 주장과 다름 없지만 그렇게 확신하고 단언할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전효숙 올젠더법연구소 이사장은 "현존하는 대부분의 사회는 역사적·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남성중심적이며 여성은 열등한 사회적 지위에 있다"는 말로 성평등의 현주소를 정리했다. 그는 "여성 차별은 인종·노동·경제·문화 모든 면에서 중첩적으로 이루어져 여성에게 가혹한 결과로 나타난다"며 "그동안의 선행 연구들은 남성중심의 사회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장은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여성의 지위를 향상하고 젠더평등을 실현하는 게 가능하다"면서도 법 자체가 젠더 관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법을 해석·적용하는 사람 역시 젠더 인식을 잘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조인이 사회 교육기관에서 젠더교육을 해야하며 동시에 학자나 실무가들이 젠더 관련 용어와 이론을 재정비하고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여자끼리 모여서 불평등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 모여야 한다.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말하고 들어야 살기 좋은 길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고, 유치원 때부터 더 나아가 가정 밥상머리에서부터 성평등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모든 사람이 평등한 게 불가능하다고 해서 추구하지 말아야 할까. 그래서는 안 된다"며, "그 길이 멀고 험난해도 다음 세대를 위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의무가 있다. 이런 노력을 다같이 하기 위해 연구소를 이끌고자 한다. 여러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망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