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도 달라졌다…'천의 얼굴' 조성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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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도 달라졌다…'천의 얼굴' 조성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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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5 09:39:14 | 수정 : 2017-01-05 09: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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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이 '천의 얼굴'을 드러냈다.

지난 3·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양일간 선보인 독주회 1부 프로그램은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1번과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9번으로 같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질감을 선보였다. 3일 연주는 격정에 휩싸여 불꽃 같은 연주를 선보였던 것에 반해 4일 연주에서는 그 열병을 앓은 뒤 한결 고요했다.

학자처럼 집중력 있게 파고들었던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은 여유를 머금었고, '색채의 마법'을 부렸던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9번의 명도와 채도는 한결 차분해졌다.

2015년 10월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한국에서 처음 열린 조성진의 독주회는 하루 사이에도 성장하고 진화해가는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었다. 아이돌을 방불케 하는 인기에 가려져 있던 연주자 조성진의 속살을 만난 것이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1년 남짓 동안 갈라쇼와 협연, 이번 리사이틀을 포함해 조성진이 한국 무대에 올랐던 건 총 5번. 이 공연들을 되짚어보면서 그의 성장 기록을 살폈다.

◇'쇼팽 콩쿠르 입상자 갈라 콘서트', 2016년 2월2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쇼팽의 다채로운 표정들이 스르륵 스쳐지나갔다. 조성진이 쇼팽 폴로네이즈 op. 53을 연주한 순간 일어난 마법이다. 이토록 신중하면서도 격정적이고 화려한 영웅이라니. '영웅'은 이 곡의 부제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폴로네이즈 연주로 폴로네이즈상도 거머쥔 이유를 확인시켜줬다. 하지만 상을 받은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조 옮김이 반복되고 악상이 변화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사색의 향기를 불어넣었던 조성진은 아티스트로서 스스로를 명명했다.

◇'쇼팽 콩쿠르 입상자 갈라 콘서트', 2016년 2월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본래 쇼팽 콩쿠르 입상자 갈라 콘서트는 8시 회차만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2500석이 매진됨에 따라 이례적으로 같은 날 오후 2시 공연이 추가됐다.

오후 2시 공연에서 이미 이름값을 입증한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결선에서 들려준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오후 8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엄격한 구조 속에서도 기교를 뽐낼 수 있는 이 곡에서 조성진은 현란했지만 야단스럽지 않았다. 전원 기립 박수는 마땅했다.

대담하면서 깊은 연주는 조성진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서울시향과 협연, 2016년 7월1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개월 만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들려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엄격한 구조 속에서 기교를 뽐내는 '완결성의 미학'을 선보였다. 한결 여유롭고 성숙한 해석이 돋보였다.

부러 힘을 주지 않는 노련함이었다. 테크닉은 곡 해석에 기반한 대신 감성은 자신만의 것을 덧입히는 그는 '한국인 첫 쇼팽 콩쿠르' 이후 따른 수많은 찬사에도 꿋꿋했다. 여전히 의젓한 연주는 담백하고 깔끔했는데, 그것이 조성진과 쇼팽의 투명한 색깔을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독주회, 2016년 1월3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조성진은 이날 2부에서 조마조마한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단연코 확신이 드는 음들을 거침없이 눌러갔다. 그가 들려준 쇼팽 발라드 4번은 야누스(Janus)였다. 공존할 수 없는 해석이 내내 동시에 아른거렸다.

인생의 환희와 질곡을 압축해놓은 듯한 12분짜리 이 곡의 후반부에서 조성진은 격정으로 치달으면서도 믿을 수 없게 차분했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온도 차이는 그에게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했다

◇독주회, 2016년 1월4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연주자가 배반할 수 있고, 깊이, 내밀하게, 또 온전히 변질 시킬 수 있는"(앙드레 지드) 작곡가가 쇼팽이라지만, 조성진의 쇼팽은 말 그대로 '천의 얼굴'이었다.

이날 2부에서 들려준 쇼팽의 24개 전주곡의 짧은 스물네곡을 통해 조성진은 중국 전통 가면극인 변검(變?) 수준으로 쇼팽을 얼굴을 보여줬다.

더욱 놀라웠던 건 각 곡마다 절정에 달했던 몰입감이었다. 특히 마지막 곡이자 분개와 비애로 점철된 24번 d단조의 마지막 부분에서 배우가 극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되는 '메소드 연기'처럼, 격정에 휩싸여 몸과 손을 허공에 잠시 띄운 뒤 건반을 강하게 내려쳤다. 단지 표현력이 좋다는 수식으로는 모자란, 연주와 물아일체였다.

3일 앙코르 첫곡은 드뷔시의 '달빛', 4일 앙코르 첫곡은 쇼팽의 마주르카였고 앙코르 두 번째 곡은 양일 모두 브람스 헝가리 무곡이었다. 좀 더 흥겹게 연주했던 첫날의 헝가리 무곡과 달리 두번째 날 헝가리 무곡은 함초롬했다.

이번 두 번의 리사이틀은 여전히 식지 않는 조성진의 인기를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앞서 총 이틀 간 진행한 예매에서 롯데콘서트홀 회원이 아닌 일반을 상대로 한 두번째 날에는 티켓이 9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양일간 사인회 줄 역시 길게 늘어섰다. 첫날은 오후 10시20분부터 오후 11시8분까지 진행됐고, 조성진은 줄을 서 있던 600여명에게 모두 사인을 해줬다.

두 번째 사인회 줄은 더 길었다. 오후 10시20분에 시작해 오후 11시7분에 종료됐는데 800여명이 몰리는 바람에, 사인을 받지 못한 팬들은 3분간 포토타임을 진행했다.

준비된 프로그램 1000부가 모두 소진, 추가로 700부를 긴급 제작했으며 메모장, 달력 등 조성진 관련 MD 상품도 끊임없이 팔려나갔다.

또 이번 조성진의 독주회는 지난해 8월 롯데콘서트홀 개관 이후 가장 높은 유료판매를 기록했다. 1984매(3일기준), 1937매(4일기준)로 총 3921매가 판매됐다.

올해 세계에서 예정된 조성진의 연주는 80여회. 서울 공연은 이번이 유일했다. 한국에서 남은 공연은 5월 6일 통영국제음악당 무대다. 모차르트 소나타와 드뷔시 '영상'을 들려주는데 벌써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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