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왕, 한국인 스트라디바리 탄생 “내 이름 단 현악기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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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왕, 한국인 스트라디바리 탄생 “내 이름 단 현악기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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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04 17:50:02 | 수정 : 2018-10-05 17: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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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왕, 현악기 제작자. (인스타그램 캡처=뉴시스)
“앞으로도 크레모나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연주자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연주자들이 원하는 이상적 악기를 만들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세계적 연주자들에게 인정받는 현악기 제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크레모나는 ‘바이올린의 수도’로 불린다. 16세기부터 현악기 제작공들이 터를 잡고 바이올린과 첼로 명기를 만들어냈다. 세계 최고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크레모나 출신 현악기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생전에 제작한 악기다.

크레모나에서 현악기 제작자로 활동 중인 정가왕(28)씨가 스트라디바리의 이름을 딴 세계적인 현악기 제작 경연 대회인 제15회 국제트리엔날레 바이올린제작콩쿠르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의 첼로 제작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1976년 제정한 이 콩쿠르는 3년마다 첼로를 비롯해 바이올린, 비올라, 더블베이스 등 4개 부문 우승자를 가린다. 지난 대회까지 한국인이 거둔 최고 성적은 동메달, 한국인이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씨는 e-메일 인터뷰에서 “크레모나 유학 첫해인 2012년은 13번째 트리엔날레 콩쿠르가 개최된 해입니다”라면서 “당시 유학생이던 저는 악기전시회를 보면서 저도 언젠가는 크레모나 트리엔날레 콩쿠르에 참가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토록 바라던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서 첫 우승을 하게 돼 무척 기쁩니다.”

이번 대회 최연소 입상자이기도 한 정씨는 30세 미만 참가자 가운데 최고 제작자를 선정하는 ‘시모네 페르난도 사코니상’ 등 4관왕을 안았다. 이 콩쿠르는 나이와 상관없이 현악기 명장들이 총출동하는 자리여서 20대가 우승한 것은 이례적이다. 수상 악기는 크레모나 바이올린박물관에 매입돼 역대 우승 작품들과 함께 영구 보관·전시된다.

정가왕, 현악기 제작자. (정가왕 씨 제공=뉴시스)
정씨는 인천 계산공고를 졸업한 뒤 한국외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바이올린 소리에 끌려 크레모나로 날아간 그는 현지 국제현악기제작학교를 졸업했다. 이탈리아 출신 현악기 명인 프란체스코 토토의 공방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에 정씨에게 우승을 안긴 첼로의 이름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L'insostenibile leggerezza dell'essere)이다.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89)의 소설 제목과 같은데, 정씨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책”이라고 했다.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소설의 좋아하는 구절들을 읽으면서 위안을 받었어요. 악기 모토를 정할 때 이 소설 책 이름을 사용하게 된 이유죠.”

정씨가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시간 관리다. 스승인 토토의 공방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콩쿠르에 악기 제출 날짜 마감까지, 첼로 제작을 끝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라고 했다. “오후 7시 30분에 퇴근 후 공방에 남아 매일 제 악기 만드는 작업을 했죠. 밤늦게 집에 돌아오면 저녁도 못 먹는 경우도 많고요. 혼자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기량을 인정받고, 끊임없이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쁘다. 애초 이달 중순께 한국으로 와 2주가량 머물 예정이었으나, 새로 들어온 일들이 많아 당분간 한국에는 오기 힘들 것 같다.

정가왕 씨는 이번 국제트리엔날레 바이올린제작콩쿠르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와 30세 미만 참가자 가운데 최고 제작자를 선정하는 ‘시모네 페르난도 사코니상’ 등 4관왕을 안았다. (정가왕 씨 제공=뉴시스)
꿈은 더 커졌다. “먼 미래에 제 이름의 라벨이 붙은 현악기가 생겼으면 해요. 스트라디바리, 아마티, 과르네리처럼 당대의 현악기 장인으로 이름을 남기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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