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아수라, 열정의 시간 되돌린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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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아수라, 열정의 시간 되돌린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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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8 09:25:42 | 수정 : 2016-09-28 09: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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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배우 정우성(43)은 그 자체로 영화다. 그저 '잘생겼다'는 표현이 아니다. 잘생긴 배우는 많다. 그러나 영화적으로 생긴 배우는 많지않다. 가만히 눈을 껌뻑이고 있어도 영화가 되는 것, 그게 영화적인 것이라면, 정우성의 얼굴은 영화다.

그의 신작 '아수라'(감독 김성수)는 그 얼굴을 일그러뜨려 만든 작품이다. 그 또한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변신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무너뜨린 적은 없었다.

'아수라'에서 정우성의 얼굴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주저앉기 일보 직전의 사내 '한도경'이 있다. 동정할 수도, 연민할 수도 없는 이 악당은 자신보다 더 지독한 악당들이 목에 매놓은 줄에 개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고꾸라진다. 발악하며 짖어도 보지만, 소용없다. 그가 사는 세계 '안남'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명쾌하게 들어찬 곳이다.

그러니 정우성의 구겨진 얼굴이 바로 '아수라'다. 그렇게 해야만 '아수라'라는 영화를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정우성의 연기는 제법 폭발적이다. 그가 무섭게 몰입하며 극도의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게 연기에서 곧바로 전달된다.

정우성은 이번 연기를 "열정의 시간을 되돌린 작업"이라고 했다.

-개봉 앞두고 있다. 결과물에 만족하나.

"과정에서의 성취도도 그렇고…VIP 시사회 끝나고 업계 동료 선후배들이 '부럽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찬사에 기운이 난다."

-"부럽다"의 의미가 뭔가.

"전체적인 완성도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멘트가 있나.

"정재씨(배우 이정재)가 전화로 '10년, 20년이 지나도 회자될 작품'이라고 했다. 또 나홍진 감독이 이 작품에 대해 '프레임 안의 모든 게 스승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와우, 좋았다."

-김성수 감독과 다시 작업했다. 15년 만이다. '비트' '태양은 없다' 등을 만들기는 했지만, 최근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연출가는 아니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김 감독과 다시 일했나.

"작업 방식이 좋다. 김성수 감독은 진지하고 치열하게 현장을 대한다. 정말 성실하다. 또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 최고의 감독이다. 감독님은 내가 영화와 현장을 더 사랑하게끔 물꼬를 틔워준 분이다."

-그런 김성수 감독의 힘이었는지는 몰라도 뛰어난 배우들이 대거 모였다. 연기라는 게 경쟁은 아니지만, 의식은 될 수 있지 않나.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캐스팅이 완성됐을 때 엄청 기뻤다. 고마웠다. 놀아볼 수 있겠구나, 했다. 사실 상대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면, 내가 그들에게 가진 것보다는 그들이 정우성에 대해 가진 선입견이 더 많지 않을까. 작업 방식을 교류하지 않았다면, 정우성은 되게 편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편하게 일하는 것처럼"의 의미는 무엇인가.

"다른 배우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 거다."

-그러니까 그만큼 이번 작품을 치열하게 만들었고, 이전에도 또한 치열하게 연기해왔다는 걸 말하는 건가.

"그렇다. 음…영화가 상업화되고 다수의 작품이 제작되다보니 후배 영화인들이 어떤 측면에서는 흥행 하나만을 목표에 두고, 영화의 본질을 상실한 작업을 반복하는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렇게 탄생하는 작품도 많다. 치열하다는 건 영화적 본질과의 싸움을 말하는 거다. 김성수 감독은 그런 본질과의 싸움에서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가진 분이고, 나 역시 그렇다."

-본질과의 싸움, '아수라'에서는 어땠나. 어떻게 이 작품의 본질을 찾아들어갔나.

"시나리오를 받고 당황했다. 이 주인공 같지 않은 주인공으로 무엇을,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걸까. 김 감독 본인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하는데, 텍스트 뒤에 감춰진 걸 찾아야 했다. 50대인 감독님이 투영하려는 건 40대인 내가 나만의 가치관으로 규정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걸 이해하려고 했다."

-답을 찾았나.

"스트레스였다.(웃음)"

-어떤 배우는 이런 난관을 감독과의 대화로 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혼자 깊이 고민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었나.

"애초에 확답을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질문도 하지 않았다. 내가 현장에서 연기하면, 감독이 자기 생각에 맞게 수정하면 된다. 김 감독도 구체적으로 뭔가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계속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작업을 함께 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그런 스트레스 때문인지, 영화 속에서 매우 피곤해보였다. 얼굴의 주름이 더 짙어진 느낌도 들었다. 의도적으로 얼굴을 망가뜨린 건가.

"실제로 피곤했다.(웃음) 그 얼굴은 그냥 한도경의 얼굴이었다. 뭔가를 더하지 않았다. 한도경이 표현하는, 한도경이 짓는 표정을 따라갔다. 의도적으로 어떤 표정을 지으려고 했다면 얼굴을 다듬었을 거다. 다듬지 않고 한도경 그대로를 표현하려고 했다."

-내레이션 또한 고통스럽게 들렸다.

"삶에 찌들어 지친 남자가 푹 꺼진 의자에 앉아 앞에 있는 사람에게 힘 없이 이야기하는 느낌, 감독님이 내레이션은 매우 구체적인 디렉션을 줬다. 내레이션은 촬영을 모두 마치고 꽤 시차를 두고 작업한 것이다. 더빙하려는데, 다시 한도경 안으로 들어가기 싫더라. 버티게 되더라. 12시간을 더빙했다.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이것 또한 끈질기게 작업했다."

-내레이션까지 포함해 매 장면이 쉽지 않았던 거로 보이는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뭔가.

"그건 편집됐다.(웃음) 수위 조절 차원이었을 거다. 한도경을 심리적으로 강하게 압박하는 장면이 있었다."

-카체이싱 장면이 대단하더라. 그 촬영도 멋졌지만, 차 안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한도경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스트레스의 가중이었다. 스스로 분출하는 게 아니라 폭발하는 거다. 뭔가 캐내서 김차인(곽도원)과 박성배(황정민) 사이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어이없게 총까지 뺏기니까. 스트레스의 폭발이다.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하면서 쫓아가지 않나. 당시 현장에서 감독님이 무전으로 다 좋은데, 욕은 그만해도 된다고 할 정도였다.(웃음)"

-욕을 그렇게 많이 한지 몰랐나.

"폭발이니까."

-이 정도로 힘들게 촬영했으면 후유증이 남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배우들도 있지 않나.

"나는 기억 안 나는데, 감독님이 이런 말을 하더라. 촬영 중간에 한 번은 내가 감독님께 전화해서 잠깐 방으로 와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술에 취한 내가 감독님한테 '형 저 힘들어 죽겠어요' 이랬단다. 감독님 본인은 속으로 기뻤다고.(웃음) 한도경의 스트레스에 빠지니까 정말 피로했다. 다행스럽게도 다른 스케줄(영화 '더킹' 촬영)이 있어서 잠시 피할 수 있었다. 안 그랬으면 한도경의 잔영에 취해서 많이 힘들었을 거다.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

-'아수라'는 보는 사람에게도 스트레스를 줄 정도니까. 이런 영화, 이런 배역 또 할 건가.

"또 할 거다. 근데 조금만 쉬었다가.(웃음)"

-왜 또 해야 하는가.

"이런 작업 방식을 계속해서 즐기고 싶은 거다. 어떤 캐릭터든지 또 이렇게 질퍽하게 빠져들어가고 싶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도 하나의 신(scene)을 끝내고 동료 배우들과 모여 앉아서 그 장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게 보약이다. 그 짜릿함을 알기 때문에 또 고된 작업이 된다고 해도 하게 되는 거다."

-'아수라'에서도 역시 그런 짜릿함이 있었겠다.

"배우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았다. 사실 난 너무 힘들어서 현장에서 즐기고 좋아할 여력이 없었다.(웃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40대 중반의 나이다. 흥미로운 건 나이를 먹을 수록 정우성이라는 배우의 에너지가 더 넘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다.

"자연 발산이다. 실제로 에너지가 넘친다. 욕심보다는 일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터득했다고 해야 하나. 마음 놓고 즐긴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시기다."

-40대의 배우 생활이 그 전과 다른 게 있나.

"음…. 이십대 때는 배우가 됐다라는 것, 일을 잘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삼심대 초반에는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삼십대 후반에는 다소 관습적인 태도가 있었다. 나르시시즘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사십대가 되니까 '너 뭐하고 있니'라는 물음을 내게 던지게 됐다. 이 일이 매일 똑같다고 생각한 건 아닌지. 사실 나는 매일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다른 표현과 다른 에너지로 살아가고 있는데…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아수라'는 내 열정의 시간을 거꾸로 돌린 작업이었다."

-앞으로 계획은 뭔가.

"'아수라'의 피로도가 상당했던 것만은 틀림없다. 아직은 다른 계획을 세울 여유가 없다."

-마지막 질문이다. 정우성이 '잘생겼다'는 기사가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진다. 어떻게 생각하나.

"대국민 세뇌교육이다. 하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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