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6월 12일 공습을 당한 시리아 이들리브의 모습. 하얀헬멧으로 불리는 시리아민간방위대가 피해 현장에서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다. (AP=뉴시스)
케리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무려 13시간 동안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한 끝에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가 시작하는 12일 일몰부터 임시 휴전에 돌입하는 데 합의했다. 두 사람은 10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휴전 합의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아사드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를 무력진압하면서 시작한 시리아 내전은 벌써 5년째를 맞았다. 미국이 시리아 반군을 지지하고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면서 대리전으로 비화해 무수한 피해를 양산했던 내전이 양측의 휴전합의를 통해 종지부를 찍는 듯 보였다.
아사드 대통령이 휴전안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시리아 정부군 편에서 반군을 공격한 헤즈볼라도 먼저 공격하지는 않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반군의 입장은 달랐다. 무엇보다 아사드 정권이 약속을 제대로 지킬지 의문이라는 반응에 힘이 실렸다. 막상 임시 휴전에 돌입한 후에도 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대한 공격을 자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게다가 시리아 반군도 입장이 다른 여러 계파가 나뉘어 있어 협상 결과에 따라 동시다발적으로 휴전을 할 것인지 의문이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합의안에 서명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와 북부 알레포에 공습이 있었다. 10일 오후 12시 30분께 이들리브 시장이 공격을 당했고 이튿날 알레포도 공습을 당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 정부군 소행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들리브 공격은 휴전 기자회견이 있은 지 수시간 만에 발생한 것이다. CNN에 따르면 이들리브에서 최소 61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부상했다. 12일에 시작하는 명절을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이 시장에 몰린 터라 피해가 컸다. 알레포 피해까지 합하면 사망자는 최소 90명에 이를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공습 피해 지역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현장에서 있었던 한 목격자는 CNN과 인터뷰에서 “호각 소리가 있은 후 폭발했다. 공습은 시장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공습으로 도로가 파괴돼 ‘화이트헬멧’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시리아민간방위대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