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핵무기가 넘쳐나는 시대…트럼프·푸틴, '핵 경쟁 망령' 소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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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핵무기가 넘쳐나는 시대…트럼프·푸틴, '핵 경쟁 망령' 소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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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4 12:32:55 | 수정 : 2016-12-26 09: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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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핵무기 경쟁 돌입하면 중국·북한 핵개발 자극…한국·일본 핵무장에도 영향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이 오직 ‘미국인’에게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 명제는 최근 트럼프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툭 던진 짧은 글에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이미 핵무기가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트럼프는 핵 능력을 더욱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8년 동안 ‘핵 없는 세상’을 지향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은 트럼프가 대통령 권좌에 앉는 순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경쟁에 돌입하고, 중국과 북한의 핵 개발을 자극하며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2일 오전(이하 현지시각) 트위터에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의 분별력을 갖는 시점까지 핵 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The United States must greatly strengthen and expand its nuclear capability until such time as the world comes to its senses regarding nukes).”는 글을 올렸다. 전후 좌우 맥락도 없이 갑자기 올라온 이 한 문장의 글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논란이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에 응답한 것이라는 게 가장 합리적인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 수도 모스코바에서 개최한 국방 회의에서 “세계 상황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지만 이를 알아차릴 시간이 없다”며 군의 각별한 경계와 군사력 강화를 주문했다. 이어 “러시아는 여전히 많은 것이 부족하다. 핵 능력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해군과 우주항공 부대의 역량을 강화해 정보와 통신 시스템 수준을 향상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핵능력 강화’ 주문을 정면으로 대응했다. 어쩌면 트럼프 당선인은 푸틴 대통령이 말한 “러시아는 어떤 잠재적 공격자보다 강력하다”고 한 대목에 자극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제이슨 밀러 백악관 공보국장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핵확산 위협을 저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핵무기가 테러집단과 불량 정권에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미 현지 언론은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핵 능력 강화’와 ‘확장’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물론 ‘세계가 핵무기의 분별력을 갖는 시점’이라는 대목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에게 핵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가 핵 능력을 강화한다면 미국이 이를 능가할 것이라는 의지를 담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스웨덴 조사기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6년 1월 현재 전 세계 핵무기 실태를 보면,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는 7290개다. 미국은 7000개를 보유했다. 전 세계 핵탄두는 1만 5395개로 두 나라가 전체의 약 93%를 차지한다. 이 외에 프랑스가 300개, 중국이 260개, 영국이 215개, 파키스탄이 110~130개, 인도가 100~120개, 이스라엘이 80개, 북한이 10개를 보유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 경쟁이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핵무장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푸틴 대통령이 맞장구를 치면서 불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하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천명했다. 8년 동안 재임하며 이를 구체화했고, 2010년 4월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새로운 전략무기 감축협정을 체결하며 2018년까지 두 나라의 핵탄두를 각각 1675개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2012년 러시아 대선에서 승리한 푸틴은 이 협정에 비협조적이었다. 오히려 폴란드 접경에 핵미사일을 배치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를 하며 핵 능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이라면 뭐든지 반대로 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핵능력 의지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은 단순히 핵능력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언제든지 핵을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인식하고 있어 문제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외교 정책 전문가에게 “핵무기가 있는데 왜 사용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여러 차례 따져 물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는 미국 MSNBC 앵커 조 스카버러가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 전직 핵무기 담당 장교들은 10월 트럼프 당시 후보가 핵무기를 충동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며 이를 경고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한 적이 있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서한에서 장교들은 “대통령만이 핵무기 발사를 명령할 수 있다. 이 명령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으며 미사일을 발사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 대통령의 오판·충동적 결정·나쁜 판단의 결과는 대재앙이 될 수 있다.…도널드 트럼프는 국가의 최고 사령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에게 핵무기 발사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 그가 버튼에 손가락을 얹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23일자 일본 교도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의 ‘핵 능력 강화’ 발언을 전하며 “트럼프 당선인은 냉정과 자제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핵정책을 불안하게 보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레이시 힐리스팀슨센터 연구원은 AFP 인터뷰에서 무모하고 무책임한 트럼프 당선인과 야망을 꿈꾸는 러시아가 만나면 냉전으로 돌아가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의 핵 경쟁은 전 세계를 핵 공포에 밀어 넣을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아시아 패권을 두고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이 당장 핵 능력을 증강할 것이고 이는 북한의 ‘핵 억지력 보유’ 그러니까 자위권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아예 북한 핵 문제가 국제사회의 통제에서 벗어나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최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북한 핵 개발을 명분으로 군비를 확장하는 일본도 핵을 보유하는 악순환을 연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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