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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선희 성명에 분노한 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

등록 2018-05-25 07:27:05 | 수정 2018-05-25 08:05:46

"마음 바뀌면 연락하라" 김정은 위원장에게 공개 서한 보내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정상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는 모습.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3주 앞두고 돌연 회담을 취소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서한을 보내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 취소했다. 그는 "그곳에서 당신과 만나기를 매우 고대하고 있었으나 슬프게도 당신들이 최근 성명에서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적개심을 접하니 지금 이 시점에 정상회담을 여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내놓은 담화에 격분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최 국장은 마이크 펜스 미국 대통령이 자국 라디오 매체와 인터뷰 과정에서 북한 핵 폐기와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적 얼뜨기'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특히 최 국장은 "우리를 비극적인 말로를 걸은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을 보면 미국의 고위정객들이 우리를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넘긴다면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북한의 공식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고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이 수 차례 미국을 자극했고 최 국장의 성명이 결정타였다는 분석도 있다.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정상회담 실무 준비 과정에서 북한이 연락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과정에 전문가를 초대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깬 것도 문제로 본다.

다만 백악관이 언급한 이 같은 문제나 최 국장의 담화는 사실상 눈에 보이는 빌미에 불구할 뿐 실질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가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신속하게 일괄 타결하기를 바랐던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와 여기에 어깃장을 놓으며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던 김 위원장의 대응이 삐걱거리다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관측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이달 초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후 강경하게 태도를 바꾼 점도 트럼프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다.

다만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당신을 보기를 고대한다"며, "당신이 마음을 바꿔 이 중요한 회담을 다시 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라"고 말했다.

한편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나서 첫 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 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이 담화를 '위임에 따라' 발표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한다는 의미다.



조샛별 기자 star@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