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지하경제 살찌우는 ‘카드깡’ 실태 기업형 구조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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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지하경제 살찌우는 ‘카드깡’ 실태 기업형 구조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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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8-03 18:40:48 | 수정 : 2008-08-03 18: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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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전직 카드깡업자 인터뷰
● 전주 한 사람 밑에 모집책 수 명과 5~6명 도매상 조직, 도매상들은 수많은 카드깡업자 거느려
● 장사 안 되는 깡품목 발생하면 재빨리 다른 업자에게 전환
● 현금화된 돈은 도매상 통해 전주에게 상납
● 카드깡은 개인 파산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를 교란
● 깡 대상 품목 상상초월, 고속도로 통행카드까지 번져
● 대포폰과 가명 사용하는 깡업자들, 단속 뜨면 핸드폰 버리고 잠수

카드깡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는 ‘현물 거래 없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카드결제 처리’라는 뜻이다. ‘깡’이란 말은 얼마씩 돈을 거둔다는 뜻의 일본어 ‘와리깡’에서 왔다. 예전에는 ‘깡업자’가 특정 불법가맹점을 만들어 놓고 전표를 허위 작성해 현금을 조성한 후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고리로 빌려주는 형식이었다.

요즘에는 실제로 물건이 오고가는 이른바 ‘깡치기’, ‘깡판매’로 불리는 현물카드깡이 이루어지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문 깡업자에게 자신의 신용카드와 주민등록증 사본을 쥐어주고 비밀번호와 카드 한도 내역을 알려주면 수수료를 제한 현금을 즉시 받을 수 있다. 약 25%에 달하는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즉시 현금을 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서민들이 카드깡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카드깡이 기업구조를 갖추고 대형화되기 시작한 때는 김대중 정권을 지나면서부터다.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신용카드가 서민들에게까지 확대되면서 신용카드의 명암은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가 막다른 길에 다다른 사람들이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카드깡을 의뢰하고 있다. 카드깡은 카드 시장의 어두운 세계에서 암약하면서 눈속임으로 서민들에게 급전을 쥐어 주는 대신 엄청난 빚더미로 몰아넣고 있다.

카드 유통시장의 10% 가량이 카드깡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카드깡은 지하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카드깡은 과연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 것일까. 과거 카드깡을 했던 A를 만나 베일에 싸여 있는 깡업자들의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뉴스한국
기업화된 카드깡… 전주 아래 모집책, 도매상, 소매상 일사분란
A는 카드깡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화이트보드 판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피라미드 형태 꼭대기에는 전주가 존재하고 그 아래는 복수 이상의 도매상이 존재하며 한 사람의 도매상 아래에는 역시 복수 이상의 소매상이 존재한다. 모집책은 별도로 전주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이 소매상이 이른바 ‘카드깡업자’다.

카드깡에 대해 가장 많이 알려진 존재가 카드깡업자지만 실제 카드깡업자는 그야말로 맨 하위 조직으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카드깡이 발생할 경우 앉은 자리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챙기는 존재는 바로 전주, 도매상, 모집책이다. 모집책은 별도로 움직인다. 궁여지책으로 카드깡에 손을 내미는 의뢰인들이 인터넷이나 거리 광고, 생활정보지 등을 통해 모집책에게 전화를 하면 모집책은 의뢰인의 카드 상태를 조사해 전주에게 곧바로 보고한다. 이렇게 매일같이 모집책이 모으는 카드의 양은 엄청나다.

일단 모집책이 전주에게 연락을 하면 전주는 곧바로 현금을 보내준다. 대개 카드깡을 의뢰하는 이들은 카드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금액을 요구하는데 전주는 의뢰인이 요구한 금액 중 25%를 제한다. 이렇게 얻은 수수료를 전주, 모집책, 도매상과 카드깡 업자가 나눠 갖는다. 의뢰인 입장에서 보면 깡업자에게 현금을 빌리는 대신 25%의 선이자를 내게 되는데 이와는 별도로 카드 회사에 빌린 금액에 해당하는 돈과 이자도 갚아 나가야 한다.

의뢰인의 손을 떠난 카드는 모집책에서 전주에게 이동하고, 도매상과 카드깡업자들을 거친 후 약 2~3일 만에 되돌아온다. 전주는 의뢰인에게 받은 카드를 현금화하기 위해서 도매상들에게 넘기고 도매상은 다시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수많은 카드깡업자들에게 분류한다. 카드가 깡업자들 손에 들어오면 본격적인 카드깡이 시작되는 것이다.

전주가 수십억 원이 넘는 현금을 쥐고 자금을 유통시킨다면 도매상은 카드깡업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양한 업종에서 카드깡을 하는 업자를 얼마나 많이 관리하느냐에 따라 카드를 현금화하는 속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 을 하는 업자와 쌀깡을 하는 업자는 각각 활동하는 영역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라면, 휴지, 생리대, 참기름, 음료수, 술 등 깡업자들마다 자기 분야가 있다.

A가 든 예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전주에게 10억 원에 달하는 카드깡 의뢰가 들어왔다고 치자. 전주는 일단 의뢰인들에게 수수료를 제한 현금 수억 원을 보내준다. 전주 입장에서는 수중에 들어온 신용카드를 즉시 현금화하지 않으면 현금조달력이 떨어지게 된다. 전주는 발 빠르게 자신이 부리고 있는 5명의 도매상에게 약 2억 원에 달하는 카드를 전달한다. 도매상은 분배받은 카드를 자신이 관리하는 깡업자들에게 넘기고 깡업자들은 대형할인마트나 백화점을 통해 카드를 현금화한다. 만약에 전자제품깡의 상황이 안 좋을 경우에는 재빨리 다른 품목의 깡업자에게 넘겨야 한다.

전주가 수많은 카드깡업자를 일일이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도매상이 중간에서 관리를 맡는 것인 만큼 전주부터 모집책, 도매상까지는 거의 조직처럼 같이 움직이지만 카드깡업자들은 업종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카드깡 범죄행위 거친 현금은 도매상 거쳐 전주에게 상납
A를 비롯한 카드깡 관계자들에 따르면 깡업자들이 깡하기 쉬운 곳으로 가장 많이 지목하는 곳이 대형할인마트다. 다양한 품목을 물량에 관계없이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할인마트 노조 관계자는 “대형할인매장에서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카드깡이 일상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깡업자와 마트 간 유착관계는 이미 오래 전에 고착화되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일부 대형마트의 경우 깡업자로부터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미리 연락받아 본사를 통해 물량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

깡업자가 대형할인점에서 이른바 ‘깡’을 하는 수법은 대체적으로 간단하다. 깡업자는 일단 의뢰인의 카드로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한다. 구입한 물건은 각 품목에 따라 특정 도매시장에 내놓거나 소매상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넘겨 현금을 확보한다. 대부분 부가세와 소득세가 탈루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로를 따라 유통된 상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게다가 대형할인마트 쪽에서도 매출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깡업자에게 판매하는 품목의 경우 단가를 낮춰주기도 한다. 깡업자들의 물건이 쉽게 팔려 현금화하기 쉬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량이 많아질 경우에는 물건이 따로 오가지 않고 깡업자와 마트, 납품업자가 전표로만 계산한다. 최근 이랜드 그룹은 ‘쌀깡’ 의혹을 받고 있다. A는 문제된 쌀 깡을 대표적인 예로 설명했다. 쌀은 금액이 큰 대신 마진이 적어 부가세가 없다. 대개 쌀은 하루에 한 매장에서 적게는 10 포 남짓이나 많아야 100포 가량 팔리지만 깡업자가 나타나면 수백, 수천 포가 순식간에 팔려나간다. 전직 카드깡업자 A의 설명이다.

“카드깡업자가 마트에서 쌀을 몇천 포씩 구매할 경우에는 쌀이 직접 움직이지 않아요. 납품했다는 전표만 왔다 갔다 할 뿐이죠. 예를 들어 5,000포를 깡하려고 가정한다면 전표상으로 5,000포가 마트로 들어왔다가 나간 것으로 매입과 매출이 맞아 떨어지면 문제가 없어요.”

쌀깡이 이루어지는 도식은 다음과 같다. ▶깡업자는 먼저 쌀깡에 필요한 물량을 마트에 요구한다. ▶마트에서는 자사에 물건을 대주는 판매업자로부터 깡업자가 주문한 수량의 물건을 들여온 것처럼 전표를 끊는다. ▶깡업자가 마트로 가서 카드를 긁어 모든 물량을 구입해 간 것처럼 한다. ▶깡업자는 구입한 쌀을 판매업자에게 되팔고 현금을 받는다. 실제로 이들 사이에서 움직인 쌀은 없다.

쌀값을 깡업자가 카드로 계산했기 때문에 카드사로부터 마트에 대금이 지급되어야 마트가 판매업자에게 다시 대금을 지불하게 된다. 이 기간이 대개 보름에서 한 달 가량이다. 결국 판매업자는 깡업자에게 해당 물량에 대한 현금을 지불하고 약 보름에서 한 달 후에 마트로부터 대금을 결제 받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판매업자가 비정상적으로 깡업자와 거래를 하는 이유는 약 5%에 달하는 선이자를 받기 때문이다.

카드깡 조직이 의뢰인에게 얻은 25% 가운데 전주, 모집책, 도매상의 몫을 제하고 카드깡업자에게 남은 수수료 중 일부를 판매업자에게 떼어주고 대신 현금을 당겨서 받는 것이다. 이렇게 현금화된 돈은 도매상을 통해 전주에게로 올라가게 된다.

대형할인마트가 얻는 이익은 매출실적이 올라가는 것과 판매한 쌀에 대한 마진율이 조금 남는 정도다. 반면 판매업자의 경우 깡업자에게 해당 물량의 현금을 미리 주는 대신 깡업자로부터 약 5%의 선이자를 받게 된다. 판매업자로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깡업자와 대형할인마트, 납품업자들은 공정거래법과 여신금융관리법을 위반하게 된다. 카드깡을 의뢰한 의뢰인 역시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되기 때문에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당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고가의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전자깡 역시 깡업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수법이다. 깡업자가 마트에 뜨면 하루에 채 10대도 팔리지 않던 TV가 수백 대씩 판매 된다. A에 따르면 지난 4월 13일경 한 대형할인마트에서 밤 10시 20분에서 10시 40분 사이에 유명 브랜드 세탁기 17대가 팔려나갔다. 카드로 계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계산부터 배달 전표까지 만드는 데 꼬박 1시간이 걸리는 분량이다.

상품권으로 계산을 한다고 해도 상품권의 일련번호를 일일이 적어야 하기 때문에 20분 만에 끝낸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게다가 한 사람의 카드로 계산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배달이 되는 장소는 17대 모두 다른 곳이었다. A에 따르면 이 같은 수법은 카드깡업자가 의뢰인 한 사람의 카드로 계산을 하고 물건은 이미 물색해 놓은 도매업자나 소매업자에게 넘긴 것이다. 전자깡업자들이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다. 이 밖에도 전자깡을 통해 깡업자가 구입한 전자제품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판매된다. 전자제품 소매상이 밀집한 서울 용산에서 풀리기도 하고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저렴하게 판매되기도 한다.

카드깡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한 상품권 깡도 문제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용카드로 할인받을 경우 25%가 선이자로 제해지지만 카드 일시불로 상품권을 구입한 후에 이를 현금으로 바꿀 때에는 할인율이 7%에 불과하다. A는 상품권 깡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상품권을 사면 카드깡에 비해 적게 할인돼요. 한 카드로 최대 100만 원어치를 살 수 있는데 급전이 필요한데 일시불로 결제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100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구입합니다. 여러 개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카드별로 100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구입하는 거죠. 그리고 합법적인 상품권 매매업체에서 약 7%의 수수료를 제하고 현금으로 돌려받아요.

카드깡에 비해 현금을 훨씬 많이 받는 겁니다. 다만 상품권은 일시불로만 결제할 수 있어요. 상품권 매매업체는 이렇게 모은 상품권을 카드깡업자들에게 다시 3~5%의 수수료를 제하고 되팔아요. 주류깡의 경우 대부분 상품권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상품권을 얻은 깡업자들은 백화점 등지에서 곧바로 현금과 맞바꿉니다.”
홈에버 한 지점이 각종 상품을 대량으로 쌓아놓았다. ⓒ뉴스한국
카드깡이 무서운 이유는 속칭 통대납 때문
A에 따르면 카드깡이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다. 깡업자들 사이에서 횡행하는 속칭 ‘통대납’ 때문이다. 카드깡을 의뢰한 의뢰인이 일정 금액을 연체했다면, 연체된 금액을 모두 갚은 후 한도 끝까지 카드깡을 하는 수법이다. 이럴 경우 의뢰인의 수중에 들어오는 현금에 비해 선이자와 카드 회사에 갚아야 할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현금이 급한 사람에게 카드가 있는데 한도가 100만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사람이 카드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을까. 그런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50만 원을 이미 사용했다고 가정하면 이 사람은 약 두 달 안에 카드회사에 50만 원을 갚아야 한다. 그런데 급전이 필요해서 카드깡을 찾는다. 이 때 통대납의 덫에 걸려들게 된다.

모집책 입장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금액을 대상으로 카드깡을 해야만 많이 남는다. 그런 만큼 이미 사용한 50만 원을 대신 카드회사에 갚아준다. 카드 한도를 다시 100만원으로 만든 상태에서 깡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의뢰인에게는 25%를 제한 75만 원 가운데 미리 갚아준 50만 원을 뺀 25만 원만 현금으로 주어지게 된다. 카드깡이 발생할 때 금액이 대개 100만 원, 400만 원, 600만 원 식으로 딱딱 끊어지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결국 이 사람은 수중에 25만 원을 쥐었지만 카드회사에는 100만 원을 갚아야 한다. 연체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집책은 연체금액을 모두 갚아준 후 한도 끝까지 카드를 긁는 수법을 사용한다.

카드깡을 하는 의뢰인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막다른 상황에서 깡업자를 찾는다. 이런 사람들의 카드 한도가 수백만 원씩 남아있을 리 만무하다. 연체액이 쌓여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1000만 원 한도 카드에서 400만 원이 연체되어 있다면 모집책은 400만 원을 갚은 후 1000만 원을 상대로 카드깡을 한다. 선이자 즉 수수료 250만 원과 대신 갚아준 400만 원을 제하면 의뢰인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350만 원에 불과하다. 400만 원만 갚으면 되는 상황에서 카드깡을 하게 되면 350만 원을 수중에 쥐고 원금 1000만 원과 이자까지 갚아야 되는 상황이 된다.

“카드깡을 하게 되면 무조건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터지게 되어 있어요. 터진다는 말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는 뜻이죠. 통대납을 한 번 하면 2, 3달은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연체금액을 모두 갚은 후 이용한도 끝까지 카드를 긁고 나면 카드회사가 하나 둘 이용한도를 낮추기 시작해요.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집니다. 결국 터지는 거죠.” 실제로 여신금융협회 한 관계자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카드회사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현금 매출이 갑자기 느는 회원에 대해 이용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카드깡은 개인을 파산하게 만들 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교란시킨다. 재화가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 유통된다면 유통 단계마다 부가세와 소득세가 붙게 된다. 하지만 카드깡을 통할 경우 깡업자의 손에서 도매상이나 소매상에게 전달될 때 세금이 탈루된다. 깡업자는 대개 대형할인마트에서 구입한 물품을 세금을 붙이지 않고 저렴하게 도매상으로 넘기기 때문에 정상적인 유통시장이 교란된다.

정상적인 유통시장이라면 공장에서 출고된 이후 도매가와 소매가가 책정이 된다. 하지만 깡업자는 마트에서 판매단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한 물건을 도매상에 되파는 식으로 역으로 치고 들어간다. 도매상 입장에서는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깡업자를 통한 유통 통로를 선호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합법적인 과정을 밟고 세금을 내는 도매상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중간 유통 단계가 뭉개지기 시작하고 결국 대형할인마트가 도매상의 역할을 하게 된다. 소매상은 물론 슈퍼마켓도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서는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에 카드깡업자를 통한 불법적인 경로를 거치게 되다가 결국 생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소매상이 사라지고 불법적인 도매상과 대형할인마트만 살아남는 기이한 유통구조가 형성돼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

카드깡 품목 중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쌀깡의 경우 피해가 농민들에게까지 전이되고 있다. 깡업자들에 의해 저렴한 가격의 쌀이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농민들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출고하라는 가격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 계열사 중 하나인 홈에버 상암점 전경. ⓒ뉴스한국
대포폰에 가명 쓰는 유령 깡업자들, 단속 뜨면 잠수
“깡업자들이 대상으로 삼는 품목 리스트를 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공산품 전품목으로 엄청 다양합니다. 실제로 고속도로 통행카드까지 다 하고 있어요. 안하는 것이 없는 거죠.” 우리 경제 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카드깡은 단순히 카드깡을 의뢰하는 의뢰인과 깡조직만 연루된 것이 아니다. 깡업자가 카드를 사용하는 할인마트의 경우 매출실적을 높이고 마진을 남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대형할인마트에 근무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마트 측에서 아예 깡업자들의 리스트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 실적이 낮다 싶을 때마다 즉각적으로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적 경쟁은 카드 회사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카드깡업자와의 유착관계를 끊기 어렵다는 것이 A의 설명이다. A를 비롯한 카드깡과 관련된 몇몇 관계자들은 카드회사 역시 깡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검찰이 현재 수사 중에 있는 이랜드 그룹의 조직적인 쌀 카드깡 지시 의혹 사건에 대해 A가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며 회의적인 결론을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카드깡업계에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카드깡의 실체를 밝히고 처벌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카드 회사의 경우 대부분 대기업의 계열사인 만큼 검찰의 칼끝이 웬만큼 날카롭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 결과에 대해서 “깡업자 몇 명과 마트 몇 군데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정도에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깡업계에서 손을 뗀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정보를 입수하고 있는 A는 국내 지하경제를 움직이는 깡조직이 상당히 기업화 되고 있고 조직적이라고 설명한다. 대개 이들은 ‘**상사’, ‘@@개발’ 등의 사무실을 내고 활동을 한다. 이들끼리 전화 연락을 할 때에는 대부분 대포폰을 활용하고 가명을 사용한다. 단속이 뜰 경우 대포폰을 버리고 잠수하기 때문에 혐의를 포착하는 것이 쉽지 않다. 깡조직의 최상위 존재인 전주 역시 베일에 싸여 있다.

“깡조직과 전주의 존재에 대해 깊숙하게 내막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전주는 대개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로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바지사장을 내세워 움직이기 때문에 전주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전주가 운영하는 회사 역시 몇몇 여직원과 사무장 등을 두고 운영하는 일반 회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각자 서로 다른 일을 맡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는 일은 없어요.

도매상은 전주와 직접 연락하지 않고 사무실로 연락을 하고 있고요. 전주의 정보력은 상당히 빠릅니다. 이런 적이 있습니다. 한 아들이 아버지의 카드로 카드깡을 했어요. 집에 날아 온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란 아버지가 카드회사에 전화를 했습니다. 카드회사는 즉각 마트로 연락을 하고 대금 지급을 중지합니다. 그러면 전주가 지급 중지된 대금을 마트에 대신 갚아 줍니다. 지속적으로 거래하기 위해서 보호를 해주는 거죠. 전주는 카드회사에서 마트에 전화를 하기 전에 상황을 미리 알 정도로 정보력이 빠릅니다.”

이처럼 카드깡은 조직적이고 기업화되었기 때문에 일망타진하거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깡업자들이 붙잡히더라도 웬만해선 입을 열지 않기 때문에 도매상 윗선의 사정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는 카드깡을 하는 현장에서 업자를 붙잡지 않는 한 이들의 뒤를 캐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여신금융협회의 한 관계자 역시 “카드깡으로 물건을 직접 사는 경우 이를 적발하는 것은 힘든 것이 사실이다”고 말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카드깡과 관련 정보를 얻었을 때 이를 검찰 쪽에 의뢰해 수사를 요청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제보가 그리 많이 들어오는 편이 아닌 만큼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털어 놓는다.

A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정부 당국의 의지가 없다면 서민들의 카드깡 피해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동적인 단속에만 머무를 경우 카드깡으로 인한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유가로 인해 은행 문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서민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과 대책도 절실한 때라고 덧붙였다.

“물론 카드깡을 의뢰하는 사람에게 1차적인 잘못이 있어요. 하지만 카드깡조직은 서민들 주머니에서 25%라는 선이자를 앉은자리에서 강탈해 가고 후차적인 재정적 피해를 고스란히 서민에게 떠안기는 것이죠. 카드깡으로 발생한 빚을 갚아나가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해요. 단순히 제보나 고발을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길거리, 인터넷, 생활정보지 등에 넘쳐나는 카드깡 관련 광고를 단속해야 해요. 할인마트에 자주 등장하는 깡업자를 현장에서 잡아 물건을 어디로 넘겼는지 등을 추궁하는 등 실질적인 단속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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