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국제분쟁으로 난민 끊임없이 증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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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국제분쟁으로 난민 끊임없이 증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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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09 23:18:13 | 수정 : 2010-01-09 23: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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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제니스 린 마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
“우리가 난민을 돕는 이유는 이 일을 통해 스스로 정의로운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기 위함이 아닙니다. 어느 누구라도 난민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콩고민주공화국 난민들이 수단 막판두에 있는 난민촌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굶주림에 지쳐 탈수증세를 보이자 유엔난민기구 등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먹고 있다. ⓒ UNHCR
전쟁이나 분쟁 혹은 인종, 종교, 정치적 견해로 박해 받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껴 고향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을 '난민'이라고 부른다.

1950년 난민보호와 난민문제의 영구적 해결을 위해 설립된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후 반세기가 넘는 동안 5천만 명의 난민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한국을 비롯한 118개국에 260여 개 사무소를 개설해 6,700여 명의 직원들이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

난민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미흡한 한국에 부임해온 제니스 린 마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는 유엔난민기구에서 근무한지 올해로 17년째다.

전직 변호사였던 마셜 대표는 평소 변호사로서의 명성보다는 인도주의적 일을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캐나다의 한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중 난민이란 이슈를 접했고 미련 없이 난민기구 일에 뛰어들었다.

제니스 린 마셜 한국대표를 만나 한국인이 난민에 대해 어떻게 인식해야 하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들어 보았다.
유엔난민기구 제니스 린 마셜 한국대표 ⓒ뉴스한국
# 어떤 사람들을 난민이라고 하나.
- 성경과 코란에 나와 있듯이 어쩔 수 없이 피난이나 도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이들을 보호해 주어야 하며 그 보호받는 대상이 난민이다.

이들은 자신의 국가로 귀환할 경우 생명이 위태롭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외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 점이 이주민과 다른 점이다. 이주민은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안전하지만 난민은 돌아가면 생명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난민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본적인 인권을 행사하는 데 위험이 따르는 경우로 예를 들어 정치적, 종교적 견해가 달라서 국내에 머무르면 핍박을 받기 때문에 국외로 도망을 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국가 간의 전쟁이 발생했거나 자신이 살고 있는 영토내에서 국내 민족 간 갈등 혹은 분쟁이 벌어져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떠나야 하는 경우다.

# 유엔난민기구(UNHCR)는 어떤 일을 하는가.
- 유엔난민기구는 난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하지만 그전에 선행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예를 들어 엄청나게 많은 대량난민이 발생했을 경우 가장 먼저는 난민캠프가 세워질 국가의 정부와 부지 마련을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

또 난민들이 ‘비호(庇護)’나 ‘난민지위’를 얻기 위해 난민촌이 있는 나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타국가의 국경선을 통과해야 하는데 허가를 받지 못해 국경선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난민들이 중간에 통과해야 하는 국가가 있다면 그곳과 사전협의를 통해 난민들이 무사히 국경을 통과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난민촌 장소를 확정할 때는 많은 난민들이 머물 만큼 공간이 충분히 넓은지, 안전한 식수와 음식을 구할 수 있는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

# 난민들이 보호지역인 난민캠프에 머물게 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는 난민촌에 너무 오래 머무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사람이든 난민촌은 일시적으로 머무는 장소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아무리 운영이 잘 되는 난민촌이라도 그곳은 일시적으로 긴급한 상황만 면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20~30년 동안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네팔에 있는 부탄 난민들이나 파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방글라데시의 미얀마 난민들은 장기체류 난민들로 아직까지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해 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 정상적인 삶을 살기가 힘들다.
파키스탄 난민들이 음식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파키스탄 정부군이 국내 탈레반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접전이 벌어지는 마을 주민들은 집과 터전을 잃어버리고 실향민 신세로 전락했다 ⓒ UNHCR
# 난민들은 캠프생활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되나.
- 장기적으로 볼 때 해결책은 세 가지가 있으며 난민들은 그중 상황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첫 번째는 자신의 국가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난민들이 가장 원하는 해결책이지만 자신들의 나라나 고향이 안전해진 다음에나 가능하다.

두 번째 해결책은 현지에 통합되는 것이다. 이 방안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비호를 구한 국가에서 난민들을 그 나라 국민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경제적, 법적으로 인정해줘야 가능하다. 그래야 그 나라 국민처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법적 통합이란 시민권 획득이나 혹은 일반 시민처럼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영주권 획득을 말한다.

세 번째 해결책은 재정착이다. 이 방법은 처음 도망해서 난민이 되었던 나라에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제 3국에 가서 통합되는 방법이다. 현재로선 미국이 가장 큰 재정착국이며 캐나다나 호주 등도 난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재정착에 성공하려면 역시 사회, 경제, 법적 통합이 가능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 가장 적합한 해결책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단기간 내에 난민이 속한 고향의 상황이 안정된다면 첫 번째 해결책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해 장기적 난민으로 전락하게 되면 현지통합이나 재정착의 방법을 상황에 맞게 지원하고 있다.

# 난민캠프에서 난민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점은 무엇인가.
- 생존을 위한 모든 것을 난민캠프에서 제공하다 보니 자신의 존재가 사회의 일원이란 생각도 들지 않고 할 일도 없다고 느낀다. 또한 자신의 삶을 창의적으로 영위해나갈 기회가 없어 수동적이 되고 무기력해져 불만족스런 생활을 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 기구로서는 이들한테 다음날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일 중의 하나다.

어린이들에게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마련해 주고 일반인들이 사는 것처럼 살아나갈 수 있게 돕고 있다.

어린이 난민의 경우 강제 징집하거나 납치하는 일들이 흔히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심한 경우 8~10세 어린이들도 징집되는 것을 봤다. 시에라리온 출신의 한 난민 청년(18세)은 어린 시절 납치돼 군인이 되었는데 납치될 당시 나이가 겨우 10세였다. 그런 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어린이 교육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 최근 전 세계 난민상황은 어떤가.
- 현재는 난민보다 국내 실향민이 더 많이 발생한다. 국내 실향민은 난민과 상황은 똑같지만 국경을 넘지 못한 이들을 말한다. 가장 최근에 실향민이 발생한 나라는 파키스탄으로 정부군과 탈레반 군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향민들을 유엔난민기구가 돕고 있다.

스리랑카의 경우도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벌어진 내전은 끝났지만 반군 측이 많은 국민을 억류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마실 물과 음식이 부족한 상태여서 그들을 지원하는 일도 시급하다.

그밖에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요르단 주변국에도 많은 난민들과 실향민들이 섞여 살고 있으며 그런 실향민들을 돕는 일이 유엔난민기구의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실향민 문제는 아시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단 다르푸르와 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국내 실향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역은 유엔 직원의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지원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케냐 북부지역에는 소말리아 난민들이 많이 있는데 최근 홍수가 발생해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남미에도 콜롬비아 실향민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파키스탄 곳곳은 수시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희생자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다.
# 난민구호 활동을 하면서 안타까운 일은 무엇인가.
- 난민들 중에서도 여성과 어린이 경우는 난민촌에 도착하기까지 특별히 더 힘든 여정을 경험해야 한다. 국경을 넘거나 음식을 얻는 과정에서 노동착취를 당하기도 하고 성폭력을 당하는 일도 흔히 일어난다.

남성 없이 난민캠프에 도착한 여성과 어린이 난민들은 이후에도 힘든 과정이 남아 있다. 그들이 지낼 텐트를 칠 수 있도록 기둥과 천 등을 제공하는데, 여성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텐트를 세우기는 매우 힘들다. 앞으로는 여성과 어린이를 더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 많은 상황들이 있지만 한 가지 사건이 특별히 뇌리에 남는다. 난민이 발생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난민이 발생한 경우인데 1994년에 하이티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그 쿠데타와 관련된 사람들이 배라고 할 수도 없는 보트를 타고 도망을 쳤다.

미 해군들이 그들을 구조해 자메이카의 한 병원으로 수송했고 이후 일일이 개개인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난민인지 아닌지 판정을 내리는 일이 시작됐다. 그때 한 조사관이 오랜 굶주림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깡마른 소년을 앞에 놓고 부모님이 정치적으로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반복해서 묻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너무 지쳐 기진한 소년은 조사받고 있는 테이블에 턱을 받치고 겨우 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조사관은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던졌고 매번 ‘모른다’고 대답하던 소년이 급기야 울음을 터트렸다.

그 일을 통해 분명 난민으로서 인도주의적인 방식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때로는 법적인 측면으로만 일을 처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됐다.

# 유엔난민기구(UNHCR)의 재정은 어떻게 마련되나.
- 가장 큰 재원의 출처는 각국 정부들이다. 유엔에 가입한 국가들은 그들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분담금을 내게 된다. 하지만 유엔에 적립된 기금이 곧장 유엔난민기구에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유엔 가입국 들 중 어떤 국가가 특별히 ‘난민을 돕기 위해 유엔난민기구에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에만 우리 기구에 지원된다. 두 번째 재원은 시민들이 모금하는 적은 금액이다.

기업으로부터는 물자를 수송하거나 난민이동을 도와야 할 때 필요한 자동차 등 현물형태로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재원은 역시 각 정부의 자발적 지원으로 들어오는 후원금이다.

#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난민도 발생하고 있나.
- 난민의 법적 정의에 의하면 정치, 종교, 인종적 박해를 통해 난민이 된 사람들만 난민으로 인정하고 있어 환경적인 요소로 난민이 된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환경에 문제가 생겼는데 그곳에 다시 분쟁이 일어나 그곳을 떠나야만 한다면 그들은 난민이라 할 수 있다.

또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위기에 놓인 몰디브나 투발루에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나게 되었을 경우 그 나라의 국민은 무국적자가 된다. 그런 경우 보호대상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 기구의 지원대상이 될 수 있다.
# 난민구조 활동에 대해 한국정부와 한국 국민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 가장 먼저는 한국정부와 기업, 국민이 난민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그 상황이 인도주의적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또 난민을 지원하는 일은 난민의 인권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어느 누구라도 난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란 사실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한국도 한국전쟁 이후 유엔과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지 않은가. 그것처럼 한 개인이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난민을 돕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자신도 난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난민지원은 남이 아닌 나 자신을 돕는 일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하는 만큼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하고 도와주기 바란다.

# 남은 임기기간 동안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우선 한국 정부가 난민을 인정해 주는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한국에서 난민지위를 인정받아 체류하고 있는 난민들이 한국 국민과 마찬가지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누렸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난민들도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119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병원 응급실을 바로 찾을 수 있는 권리, 인터넷에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난민은 결코 한국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조금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여러분과 똑같은 존재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조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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