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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 실종사건, “손님, 거스름돈 900원이십니다”

등록 2010-09-19 15:51:18 | 수정 2010-09-19 15:51:18

서비스 의식 너무 철저? 돈을 높여주는 이상한 사회
사회 변화 민감한 존댓말, 급격한 층위 상실로 혼란 겪는 중
1992년 만든 표준화법, 사회적 변화에 따라 새로운 변화 요구

38살 평범한 직장인인 A 씨는 집 근처 제과점에 가서 계산을 하던 중 종업원으로부터 정체불명의 존댓말을 듣고 의아했다. 어린 여종업원이 손님을 깍듯하게 대하던 중 “거스름돈 900원이십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표현은 “거스름돈 900원입니다”가 맞다.

그는 편의점이나 카페, 이동통신 대리점 등 어느 곳을 가도 종종 돈이나 물건을 존대하는 표현이 들려 거슬린다고 했다. 실제로 유명 제과점의 한 종업원은 거스름돈을 존대하는 이유에 대해 “뭔가 잘못된 것 같기는 한데…상대방을 높여주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 나왔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이상한 대화가 우리 사회에 만연할까. 무조건 높이기만 하면 존댓말이 되고 상대방을 존중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반대로 우리 사회에서 존댓말이 실종됐음을 의미한다. 존댓말이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대로 된 존댓말이 사라진다는 것은 존중과 배려의 방법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은 물론 존중의 대상이 모호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존댓말이 난무하는 현상이 급격한 사회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보급과 대중 매체의 발달로 인해 세대 간의 벽은 물론 성적인 벽, 계층 간의 벽이 모두 허물어지면서 사회적 혼란을 겪게 됐고, 이것이 그대로 언어 혼란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존댓말을 사용해야 할지,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점점 애매해지고 있는 셈이다.

국립국어원 이준석 연구관은 “지금은 존대와 하대의 대상이 역전이 되고 있고 사회적 변화에서 존대법은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에는 공식적으로 존댓말을 사용해야 하는 대상이 정해져 있었지만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예전과 달리 고객에 대한 과잉 존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품 판매자가 고객은 물론 고객과 관계되는 모든 것을 다 높여주려고 하다 보니 돈이나 물건까지 높이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백화점이나 유명 마트, 편의점, 제과점이나 카페, 식당 등에서 철저한 고객 응대 교육이 강화되면서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말하는 과잉 존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방송 매체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케이블 홈쇼핑에서 “고객 여러분, 지금 상품이 얼마 안 남으셨습니다”고 말하거나, 방송 사회자가 시청자보다 패널을 더 존대해 “○○○ 씨께서 출연자의 곡에 대해 이렇게 평가해주셨습니다”고 하는 것이다.

이 연구관은 “언어는 늘 변화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 같은 잘못된 존댓말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교과서에서 봐왔던 존댓말처럼 시대적 변화와 맞지 않는 표현을 강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존대와 하대의 대상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에 맞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연구관은 “가정과 사회에서 서열에 따른 존댓말을 반영한 것을 가리켜 화법이라고 하는데 지난 1992년 표준화법이 만들어진 후 20년이 지났다. 언어는 대게 25년~30년 주기로 변화를 겪고 있는 만큼 지금의 존댓말 혼란은 새로운 표준화법에 대한 시대적 요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