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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동, ‘지옥의 문’ 열리면 제 3차 세계대전 발발

등록 2012-03-24 11:19:57 | 수정 2012-04-25 08:57:22

2012년은 국제 정세 판가름할 분수령…이란·이스라엘 전쟁이 관건

전 세계의 눈과 귀가 '화약고' 중동에 쏠리고 있다. 화약고의 뇌관은 핵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이란과 이스라엘이다.

중동에서 힘의 논리를 지배하고 있던 이스라엘에게 핵개발 박차를 가하는 이란은 눈엣가시다. 이란이 이른바 핵무장 면제구역에 직면한 만큼 이스라엘은 적절한 타격 ‘시점’을 찾고 있다. 면제구역은 본격적으로 핵폭탄을 만들기 시작해 군사 공격으로 더 이상 핵무장을 저지할 수 없는 시점을 말한다.

대선을 앞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기 전에 군사적 행동을 하는 것이 정치적 무리가 따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정치적 역학구도가 변하면 언제든지 전쟁 카드를 꺼낼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습으로 중동 지옥의 문이 열리는 순간 열강이 아마겟돈으로 몰려들면서 제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4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할 무기는 확실히 알 수 있다. 바로 돌멩이와 몽둥이다”고 한 비관적인 예측은 핵에 의한 3차 세계대전이 지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유대인 목숨 구하던 이란, 1979년 혁명 후 이스라엘을 ‘작은 사탄’ 지목
중동 패권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이란과 이스라엘이지만 두 나라는 파란만장한 과거사를 공유한다.

기원전 587년 남유다가 바벨론에 점령을 당하고 유대민족이 포로로 잡혔을 때 이들을 해방시킨 것이 ‘이란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페르시아 키루스 2세였다. 당시 키루스 2세는 특유의 관용정책으로 바벨론에 포로로 와 있던 유대인을 두 차례에 걸쳐 예루살렘으로 귀국하게 했고 예루살렘 성전을 짓도록 했다.

이후에도 양국은 특별한 관계를 이어간다. 구약성경의 ‘아하수에로왕’으로 알려진 크세르크세스 1세는 유대인 에스더를 왕후로 맞아 무한한 사랑을 베풀었다. 유대민족을 말살하려는 페르시아 재상 하만의 음모를 알아챈 에스더 왕후가 죽음을 무릅쓰고 크세르크세스 1세 앞에 나아가 직언을 했을 때, 그는 하만의 목을 베고 유대민족을 보호하는 결단을 내린다.

이스라엘이 위기에 처한 극적인 순간마다 도움을 주었던 이란은 1948년 5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나라를 세웠을 때에도 이스라엘이 주권국가임을 인정했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1967년 6월 주변 국가들과 ‘6일 전쟁’을 치르며 중동의 ‘공공의 적’으로 미움을 받았을 때마저도 원유를 공급하며 물밑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친미성향의 팔레비 왕조가 1979년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 혁명으로 무너진 이후부터다. 호메이니는 ‘자유 자주 이슬람공화국’을 구호로 내세웠다. ‘자유’는 팔레비 왕정 체제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며, ‘자주’는 외세로부터의 자주를 말한다.

이란이 반미로 돌아선 기념비적인 사건 역시 팔레비와 연관이 있다. 혁명으로 축출당한 팔레비 전 국왕이 미국으로 망명하자 호메이니를 추종하는 학생들이 테헤란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습격해 수십 명의 직원을 무려 444일 동안 억류했다. 이들은 과거 미국이 이란에 저지른 행태에 대해 사죄할 것과 팔레비 전 국왕의 처형을 요구했다. 미군 특수작전부대가 작전명 ‘독수리 발톱’으로 인질을 구해내려 했지만 오히려 특수요원 8명이 목숨을 잃는 등 허점을 드러내며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호메이니가 하메네이 등 성직자 세력과 규합해 자유주의 세력과 좌파세력 등 반대파를 숙청하면서 이란은 철저한 반미로 돌아섰다.

미국의 대중동정책이 이스라엘을 지지한 것도 이란을 자극했다. 팔레비 전 국왕 당시 미사일 개발 프로젝트까지 함께 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두 나라는 결국 적이 되었다. 무슬림국가이면서도 소수파인 시아파가 주를 이루는데다 아랍계가 아닌 페르시아계라는 점 때문에 ‘중동의 섬’으로 불리던 이란은 이스라엘을 희생 제물로 삼아 아랍 국가와 연대를 모색한다.

중동 아랍 국가들이 1948년 이스라엘의 국가 수립을 ‘재난’으로 인식한다는 점을 간파한 이란은 아랍 국가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이스라엘과 정면으로 대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스라엘을 가리켜 ‘작은 사탄’이라며, “지도에서 쓸어버려야 한다”고 한 호메이니의 발언은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천 년 동안 깊은 관계를 유지하던 두 나라는 정치적 대척점에서 섰고 이후 이란이 중동 통일을 목적으로 이스라엘인 제거에 앞장서는 헤즈볼라를 지원하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극에 달했다. 게다가 이란이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두 나라는 서로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하며 공격 시점을 노리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 핵개발에 뿔난 이스라엘, 중동에선 사실상 ‘외톨이’…사면초가
이란이 핵개발을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팔레비 왕조 때였지만 혁명으로 잠시 중단했다. 이라크 전쟁(1980년)을 거치며 중동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핵이 필요하다고 절감한 후 멈췄던 핵개발에 다시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다.

이란은 국제법을 근거로 평화적인 핵사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힘의 불균형에 빠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동 내에서 고립무원 상태인 이스라엘 입장에서 주변 다른 나라가 핵을 가질 경우 존재론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정민 교수는 “이스라엘은 전통적으로 중동에서 자신들의 전략적 군사적 우월성을 상당히 큰 폭으로 유지하겠다는 안보전략을 가지고 있다. 자국을 둘러싼 아랍 이슬람국가보다 군사력 차원에서 차이를 둬야 한다는 점 때문에 자신들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주변국가에게는 핵문제를 양보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스라엘의 기본적인 생존전략이다. 게다가 이란 핵개발은 미국보다는 이스라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란 타격설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스라엘은 핵개발을 저지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1981년 이라크 오시리크 원자로와 2007년 시리아 원자로를 공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개발 의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란이 대량살상무기인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해외정보국(MI6)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보유한 ‘세질2’를 뛰어 넘는 장거리 미사일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실험에 성공한 ‘세질2’의 사거리는 1,930km로 이스라엘 제 1의 도시 텔아비브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재스민 혁명 이후 중동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이스라엘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외대 유달승 교수는 “이집트의 친미 정권이 붕괴한 만큼 이집트의 행보가 이스라엘의 또 다른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집트 의회가 최근 이스라엘 대사관을 추방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결국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입지를 부각하기 위해 ’전쟁 위협론‘ ’전쟁 위기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란의 핵문제를 국제 사회에 크게 부각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스라엘은 아랍국가의 맹주로 군림한 이집트와 1979년부터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사실상 ‘친이스라엘’ 정책의 핵심 축인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당하면서 사실상 외톨이가 됐다.

이집트는 중동전쟁을 일으키며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였다가 1979년 3월 26일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이스라엘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집트는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고 빼앗긴 시나이 반도를 되찾는 등 이득을 챙기긴 했지만 30년이 넘도록 이스라엘의 버팀목을 자처했다. 아랍의 철저한 외면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에 동참했던 이라크가 돌아서면서 이스라엘은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작년 1월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이집트가 없다면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친구 하나 없는 국가로 남을 것이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바레인 등 중동 내 다른 국가들이 아랍의 봄으로 직면한 위기를 외부로 전환하기 위해 이스라엘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도 중동 내에서 불안한 입지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가와의 관계가 1979년 이스라엘-이집트 국교수립 이후 최악이다. 과거 이란만을 상대해 신경전을 벌여야 했던 이스라엘로서는 주변국과의 미묘한 관계에서 끊임없이 강공책을 쏟아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한 것이다.

이스라엘, 이란 공습 ‘시간문제’…단독 전쟁은 버거워
핵 문제를 연구하며 이란과 이스라엘 관계를 주시하고 있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이란에게 시간을 더 주면 핵 개발 수준이 면제구역(무력으로 저지할 수 없는 상황)에 진입해 더 이상 핵무장을 저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하루라도 빨리 군사공격을 하는 것이 이란의 핵무장을 저지하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사실상 임박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면제구역’ 때문이다. 이란에게 ‘시간’은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직결한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이란은 핵 시설을 산발적으로 만들어 지하 벙커나 터널에 은폐하는 작업을 이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이란이 핵실험을 한다면 상황은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다. 영국 더 타임스가 지난 10일 보도한 이스라엘 국립안보문제연구소(IN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