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적 강제개종 피해 호소에 미온적인 경찰 태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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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회적 강제개종 피해 호소에 미온적인 경찰 태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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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3-29 01:18:12 | 수정 : 2013-04-10 22: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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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가족문제 이유로 소극적 대응은 ‘잘못’"
"감금 상황 벗어나도록 조치 취했어야”
반인권적인 강제 개종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경찰이 이를 단순한 가족 문제로 치부하고 미온적으로 대응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인천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살던 노 모(38)씨는 작년 말부터 언니들과 형부로부터 개종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거절하다 지난 15일 오전 강제로 안산에 있는 안산상록교회(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에 끌려왔다.

가족들에 의해 교회와 원룸을 오가며 강제 개종을 요구받던 노 씨는 두 차례나 출동한 단원구 호수파출소 경찰들에게 자신을 구해달라며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경찰은 가족끼리 잘 해결하라며 현장을 떠났다. 이후 노 씨는 교회 인근 원룸에서 일주일 동안 갇혀 지내며 가족들로부터 강제 개종 교육 받을 것을 요구받았고 폭행까지 당했다.

노 씨는 지난 21일 가까스로 원룸을 빠져 나와 단원구 원선파출소에 도착했지만 악몽은 이곳에서도 이어졌다. 노 씨가 감금 상태에서 가족에 의해 개종을 요구받았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남편에게 연락해 가족을 모두 불러들였다.

이에 대해 원선파출소 측은 “노 씨가 입을 열지 않아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가족을 불렀다”고 주장했지만 노 씨는 “내가 바본가. 파출소에 들어가자마자 감금에서 탈출했다고 했지만 경찰은 진위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남편 연락처를 요구했고, 가족들이 모두 왔다”고 반박했다.

안산시 단원구 호수파출소 전경 (뉴스한국)
“구해달라”는 피해자 요구 무시한 경찰 대응은 잘못…응급조치 취했어야"
지난 16일 새벽 노 씨 사건의 경찰 대응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현장에 출동했던 호수파출소를 지난 22일 찾았다. 이 모 파출소장은 노 씨 사건 외에도 관할구역 내에서 안산상록교회 개종 교육으로 인한 신고가 잦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안산상록교회는 정통교회로 보통 개종 교육을 많이 한다”며 “특정 교단에 빠진 분들은 자기가 빠진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안산상록교회에 잘 안 가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이 조금 물리적으로 개종 교육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가족 사이에서 몸싸움이 있지만 그것은 가족 관계에서 발생한 것이다. 가족이 (개종 대상자를)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려고 조금 물리적인 행사를 했을 것이고, 도가 지나치지 않는 한 가족문제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 출동할 때는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만, ‘안산상록교회’라는 말을 들은 후에는 어떤 문제인지 밑에 기본은 깔고 간다. ‘일단 이건 가족끼리 원만하게 해결하십쇼’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의 설명은 지난 16일 새벽 당시 노 씨의 강경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왜 개입을 꺼려했는지를 알려준다. 경찰은 안산상록교회와 연관한 개종 문제일 경우 일단 ‘정통’에서 이단을 개종시키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가족들이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기 위한 것인 만큼 물리적인 행사를 용인하는 공감대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노 씨가 아닌 어느 누구라도 이러한 상황에 처할 경우 경찰로부터 도움을 받을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박형식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강압에 의해 강제 교육을 받았는지, 강압에 의해 원룸에 들어가게 된 상황인지를 판단해야지 종교 문제는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하며, “종교는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경찰이 ‘가족 간에 해결하라’고 하기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상황을 파악했어야 한다. 심각할 경우 경찰관서에 동행해서라도 좀 더 파악했어야 한다. 단순히 종교를 전하는 정도가 아니라 납치하다시피해서 장시간 교육을 받게 하고 원룸에까지 입실시키려고 했다면 그것은 아무리 가족이라도 체포나 감금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까지 조사를 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피해자가 ▶강제로 장시간에 걸쳐서 교육을 받은 점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 끌려가는 상황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했음에도 경찰이 가족에게 판단을 맡긴 것은 상황 파악이 미흡했다고 본다. 현장 출동 근무자가 자기 선에서 해결하기보다 전문 형사나 상부에 보고를 했다면 피해자가 일주일씩이나 감금당하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또 (가족이)이 정도로 조직적으로 포교를 하려는 것은 사이비 종교가 개입했을 수 있는 만큼 경찰은 이 부분까지 확인을 했었어야 정말 납치인지 가족 간의 말다툼으로 끝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문병효 강원대 법학과 교수는 “형사문제로까지 갈 수 있는 위험상태에서 경찰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위험을 예방하고 방지해야 할 의무’를 소극적으로 대했다. 가족들이 (노 씨의)의사에 반해 체포감금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경찰이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가족관계라는 점에서 접근했던 것 같다. 경찰이 도와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 직무의 범위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6조(범죄의 예방과 제지)에 따르면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서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

안산시 단원구 원선파출소 전경 (뉴스한국)
경찰의 설명대로 가족문제로 접근했다고 하더라도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법률과 달리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혜정 변호사는 “현행 법률에 따르면 가족에 의해 신체적·정신적으로 폭력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찰이 폭력행위를 제지하고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거나 수사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상 경찰은 가정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그 안에서 해결하도록 하려는 관행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5조(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응급조치)는 진행 중인 가정폭력범죄에 대하여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은 즉시 현장에 나가서 다음 각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며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의 분리 및 범죄수사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의료기관으로 인도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피모(정신병원피해자 인권찾기모임) 정백향 대표는 “경찰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는 범죄에 대해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가정문제로만 인식했다. 이 때문에 실신지경에까지 이른 상태에서 천신만고 끝에 가족으로부터 탈출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지적하며, “경찰이 개개인의 종교 자유의 중요성을 바르게 인식하고, 가족이 원하는 종교를 갖게 하기 위해 강제로 개종교육을 받게 하려고 감금하고 폭행·폭언하고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범죄가해자라는 인식을 바르게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 씨는 원룸에서 탈출한 후 정피모의 도움을 받아 원스톱서비스를 지원하는 경찰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 현재 노 씨는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상처와 충격으로 N병원에 입원하여 건강을 회복 중이며, 안산단원경찰서가 노 씨의 가족들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노 씨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개종을 강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에서 있어서는 안 될 반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문제다. 무엇보다 경찰 역시 강제 개종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저와 같은 종교범죄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인 대처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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