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부경찰서, 55일간 업무규칙 무시한 황당한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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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부경찰서, 55일간 업무규칙 무시한 황당한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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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4-24 09:19:49 | 수정 : 2012-04-25 10: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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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직접 경찰서 방문했지만 여전히 ‘가출 중’
경찰서 4곳 직접 찾아가 가출 해제 요구해도 거부하고 경찰이 정보 누설하기도
대한민국이 이미 다문화 다종교 사회로 접어들면서 갖가지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가운데 제주동부경찰서가 개종을 강요당한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해 적법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업무처리 규칙을 무시한 실종수사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게다가 피해 여성이 4차례나 경찰서를 직접 방문했지만 무려 55일 동안 수사를 벌여 경찰력까지 낭비했다.

A시에 사는 최지현(가명·30대) 씨는 지난 2월 남편이 개종을 강요하며 떼어 놓은 자녀들을 찾기 위해 시댁과 친정이 있는 제주도로 내려갔다. 최 씨는 아이들을 만나긴 했지만 친정 가족들로부터 경기도 안산에 있는 모 교회에서 개종 교육 받을 것과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아이들과 떨어져 지낸다는 가족들의 요구대로 각서를 썼다. 이튿날 최 씨는 친정식구들을 피해 모텔로 아이들과 피신했지만 남편의 가출신고로 졸지에 가출인이 됐다. 최 씨의 신원이 정보시스템에 올라갔고, 제주동부경찰서가 실종수사에 착수했다.

제주동부경찰서 전경. (뉴스한국)
제주동부경찰서 직접 방문한 최 씨 쉼터 인계하고도 실종 수사
제주동부경찰서는 수사를 시작한 첫 날부터 경찰청이 예규로 정한 ‘실종아동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이하 업무처리 규칙)’을 무시했다. 부녀자나 14세 미만에 대한 가출신고의 경우 실종수사팀이 즉각 현장에 출동해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CCTV를 분석하는 등 신고자가 모르는 단서를 확보해 정황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담당 형사는 현장출동은커녕 가족과 통화만 했다.

남편의 가출신고 사실을 몰랐던 최 씨가 신고 접수 다음날 제주동부경찰서를 찾아가 남편과 친정가족들로부터 신변보호를 요청했을 때에도 경찰은 업무처리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업무처리 규칙에 따르면 경찰이 가출신고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당사자에게 가출신고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가출 신고 대상자가 가정폭력 피해를 호소하면 본인 요구에 따라 쉼터 등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후 가출을 해제한다. 보호자에게 신고 대상자를 발견했다고 통보하더라도 소재를 노출해서는 안 된다. 소재를 알릴 경우 피해자가 또다시 가정폭력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신변보호 차원에서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당시 담당 형사는 최 씨를 가정 폭력 피해자라고 여겨 제주여성1366센터로 인계하면서도 최 씨가 가출인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정보시스템에 최 씨의 가출 신고 내용이 이미 올라가 있는데다 형사과 실종수사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가출신고 대상자의 소재를 확인할 경우 더 이상 가출 신고를 유지할 필요가 없지만 제주동부경찰서는 가장 기본적인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무려 55일 동안 경찰력을 낭비했다.

쉼터에서 보호할 때는 언제고…경찰이 직접 소재 누설해
경찰이 기본 업무처리 규칙을 무시하면서 최 씨는 2차 피해를 당했다.

최 씨가 제주를 떠나 서울에 있는 쉼터의 도움을 받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비행 일정을 확인한 제주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이하 여청계) 담당자가 직접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최 씨의 소재와 이동 상황을 알린 것이다. ‘업무처리 규칙’은 “가출인이 거부한 때에는 보호자에게 가출인의 소재를 알 수 있는 사항을 통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최 씨가 가정폭력 피해자로 쉼터의 보호를 받은 사실을 몰랐던 여청계는 최 씨의 소재를 누설했다.

이 때문에 최 씨는 남편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남편의 친구와 마주쳐 실랑이를 벌였다. 최 씨는 최대한 빨리 공항에서 벗어나 쉼터로 가고자 했지만 남편의 친구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고 늘어졌고, 이 과정에서 최 씨의 옷이 찢어지고 아이가 다치는 등 몸싸움까지 발생했다. 주변에 있던 시민의 도움으로 최 씨는 가까스로 공항을 벗어나긴 했지만 경찰이 또 다시 자신의 소재를 남편에게 알려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최 씨는 직접 경찰관서를 방문해도 가출 해제를 거부당하자 제주동부경찰서에 직접 내용증명을 보내 피신 경위와 피해 상황을 소상히 설명했지만 이후에도 경찰은 무려 한 달 동안 가출 신고를 해제하지 않았다. (뉴스한국)
경찰서 4곳 찾아가고 내용증명까지 보내도 가출 해제 거부
남편과 가족에게 소재가 알려질 경우 또다시 자녀들을 강제로 떼어놓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최 씨는 가출해제를 위해 경찰관서를 직접 찾아다녔다. 제주동부경찰서를 포함해 무려 4군데의 경찰관서에 자녀들과 함께 직접 방문했지만 가출 신고는 해제되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가출 신고자 본인이 경찰관서를 찾아가 가출 해제를 요구하면 해제가 가능하지만 최 씨가 찾아간 경찰관서는 매번 가출 해제 권한을 제주동부경찰서로 넘겼다.

최 씨와 자녀들이 서울에 올라와 처음 방문한 곳은 김포공항경찰대다. 당시 김포공항경찰대는 제주동부경찰서로부터 최 씨의 검문 요구를 받고 최 씨에게 동행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경찰에게 자녀들의 소재를 확인시키고 경찰의 요구로 의무 사항이 없는 진술서까지 기록했다. 김포공항경찰대가 이를 제주동부경찰서에 통보했지만 여청계 담당자는 자신이 직접 아이들의 안전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가출 신고를 해제하지 않았다.

이후 최 씨는 경기도 성남에 소재한 중앙파출소를 찾아가 경찰에게 아이들의 신원을 확인시켰지만 이때도 담당 경찰관은 제주동부경찰서로 결정을 넘겼고, 제주동부경찰서는 연락을 받고도 가출 해제를 거부했다. 또한 최 씨가 제주동부경찰서 여청계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하며 제주여성1366센터에 다녀 온 사실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담당자는 가출 해제를 하지 않았다.

최 씨가 아이들을 동행해 서울 방배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직접 찾아갔을 때 담당 경찰은 최 씨와 자녀들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지만 제주동부경찰서에 가출 해제 권한이 있다며 책임을 미뤘다. 방배경찰서의 연락을 받은 제주동부경찰서는 최 씨가 보호 중인 아이들이 안전한 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다며 가출 해제를 거부했다.

최 씨가 제주동부경찰서 채운배 서장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내 피해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가출 신고 해제를 요구했지만 이때에도 제주동부경찰서는 남편의 신고내용에만 치중하며 최 씨의 실종 수사를 계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5일 간 이어진 가출 수배는 지난 3월 27일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해제했다. 서초경찰서 담당 경찰관은 “본인 또는 보호자가 요청할 때는 해제할 수 있다"고 말하며 업무처리 규칙에 의해 가출 신고를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가출 신고 이튿날 최 씨가 아이들과 함께 제주동부경찰서를 찾았을 때 해제됐어야 할 가출 신고가 업무처리 규칙을 무시한 경찰 대응으로 무려 두 달 만에 풀린 것이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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