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20조’, 법정에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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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20조’, 법정에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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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5-27 00:01:41 | 수정 : 2013-06-01 18: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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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안동지원 막말판사,
“정통교회에서는 이단이라고 그러지 않나요…이혼하면 되겠네 그럼”
전문가, “해프닝으로 끝나서는 안 돼…종교차별 예방 ‘법관 매뉴얼’ 만들고 교육해야”
헌법과 법률을 기초로 심리하고 판결을 해야 하는 판사가 법정에서 특정한 신학적 입장을 잣대로 사건 당사자의 종교를 ‘정통교회’와 ‘이단교회’로 구분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독립적 헌법기관인 법관이 헌법 20조에 따라 국민 개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기는커녕 판사라는 권위를 남용해 국민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점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이 모(44) 판사는 형사사건 심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종교를 언급하며 ‘정통 교회에서는 이단이라고 그러지 않나’고 질문하고, 사실 근거도 없이 피해자 종교의 교주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피해자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피고인의 행위를 ‘신념’이자 ‘종교의 자유’라고 정당화하고 “종교가 다르면 가정을 지키기 어렵다”는 막말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전경. (뉴스한국)
공무원이 신앙생활 이유로 아내 납치해 폭행·감금…강제 개종 의뢰
사문서 위조해 아내 돈 빼돌리고, 이혼재판 이기려고 증인진술서 위조

2012년 11월 1일 오후 안동지원에서 이 판사의 심리로 공무원 김진영(가명·43세) 씨에 관한 사문서위조와 동행사죄 재판이 열렸다.

평소 종교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김 씨는 2008년경, 경북과학대 조교인 아내 조 모(42) 씨가 신앙생활을 시작하자 이혼을 운운하며 반대했다. 조 씨는 학창시절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1996년에 결혼한 후 직장생활과 육아로 종교에서 멀어졌다가 2007년 5월 주변의 권유를 받아 집 근처에 있는 H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 씨는 조 씨가 예배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가정의 행복을 깨뜨리는 것이고, 신앙생활을 지속하는 것은 자신의 의사에 대항하는 것이라며 함께 살고 싶다면 종교를 버리라고 종용했다.

김 씨는 인터넷에서 H교회에 대한 악성루머를 접한 후 조 씨에게 적개심과 증오심을 표출했다. ‘이단’ ‘사이비’라고 모욕하고 심한 욕설을 하거나 뺨을 때리며 폭행했다. 급기야 김 씨는 강제로 조 씨의 신앙을 꺾어야겠다고 결심한 뒤 치밀한 준비에 착수했다.

2011년 4월 김 씨는 경기도 안산의 한 교회가 운영하는 사설 이단상담소를 찾았다. 상담소로부터 ‘두 달 정도 교육을 받으면 부인의 종교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개종 착수금 50만 원을 입금하는 한편 감금에 사용할 원룸을 계약했다. 당시 김 씨는 개종에 실패할 경우 이혼하기로 마음먹고 결혼 후 마련한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매형 명의로 허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두었다.

김 씨는 곧바로 조 씨의 친정가족을 설득해 강제 개종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5월 9일 대학교로 출근하려던 조 씨를 거짓말로 차에 태워 대구에서 안산까지 납치했다. 김 씨는 상담소와 원룸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폭력적으로 개종을 요구했다. 조 씨는 종교를 바꿀 때까지 감금상태에서 폭행당할 것을 직감하고, 도망갈 기회를 엿보다 극적으로 탈출해 지인의 집으로 피신했다. 조 씨는 충격으로 열흘간 하혈과 구토에 시달렸다.

조 씨가 가까스로 탈출하자 김 씨는 버젓이 파출소를 찾아 조 씨가 집을 나갔다며 가출 신고를 했다. 납치 사건 4일 만인 12일에는 조 씨 명의의 농협 통장 출금청구서를 위조하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을 조 씨로 속여 7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경찰 조사에서는 “조 씨가 수중에 돈이 없어야 빨리 집에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개종에 실패 후 김 씨는 계획대로 그해 6월 10일 법원에 이혼 소장을 제출했다. 김 씨는 H교회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방하고 조 씨가 종교에 비정상적으로 심취했다고 몰아가기 위해 증인진술서를 위조해 법정에 제출했다.

김 씨는 고인인 모친의 50년 지기 친구로부터 ‘고인은 평소 며느리가 이단종교에 다니며 고인의 아들과 불화가 생길까 노심초사하였고 잦은 교인들의 방문과 며느리의 처신으로 신경이 예민해지는 등 악영향을 받다가 사망하였고, 나도 조 씨에게 잘못된 종교에 빠져 가정의 화목을 깨지 말라고 수차례 설득한 적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받아 이혼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이것은 김 씨가 컴퓨터로 작성·출력한 뒤 모친 친구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써 넣어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사문서위조와 동행사죄에 관해 김 씨에게 벌금 7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하였으나 안동지원 약식 담당 판사는 이를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정식재판에서 이 판사는 김 씨에 대한 벌금을 50만 원으로 감경했다. 또한 김 씨가 출금청구서를 위조해 700만 원을 인출한 것에 대해 검찰이 사기죄로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지만, 약식재판부로 자리를 옮긴 이 판사는 김 씨가 사문서위조와 동행사죄의 벌금을 받은 것을 참작해 판단해달라는 취지로 정식재판을 청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 1~2일 조 씨가 안동지원 앞에서 1인 피켓시위와 인식전환 캠페인을 열어 이 판사가 종교 편향으로 김 씨를 비호하고 있다고 성토하면서 사건의 실상이 드러났다. 조 씨는 “이 판사가 신성한 법정에서 정통교회와 이단교회를 나누고, 저의 종교를 이단이라고 해 저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며 호소했고, “판사가 종교적 편향으로 범죄자를 비호해 벌금을 깎아주고 사기죄를 참작해 달라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며 분개했다.

지난 2일 안동지원에서 피켓시위 중인 피해자 조 씨. (뉴스한국)
기울어진 ‘법의 저울’, 재판 중 피고인 주장에 동조해 피해자 모독한 판사
문제가 된 2012년 11월 1일 공판에서 김 씨는 H교회가 ‘이단’ ‘사이비’라고 거듭 주장하며 이 때문에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으니 선처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이 판사는 김 씨가 조 씨를 상대로 저지른 폭력 행위 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김 씨의 주장을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법률적인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이 판사는 “교주를 보니까 사회적으로 물의를 많이 일으킨 것 같더라”며 김 씨의 주장에 동조했다.

방청석에서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피해자 조 씨는 김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피해자 진술권을 요구했다. 조 씨는 김 씨가 자신과 자녀들의 종교의 자유를 짓밟고 인권을 침해했다고 반박했다. 또 김 씨가 ‘이단’ ‘사이비’라는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해 자신의 종교를 비방하며 폭력을 가한 것도 모자라 위조한 진술서를 법정에 제출해 재판부를 우롱한 만큼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당시 조 씨는 자신의 종교를 비방하는 김 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상당량의 자료를 재판부에 이미 제출한 상태였다.

진술이 끝나자 이 판사는 “지금도 H교회 다니세요? H교회가 정통 교회에서는 이단이라고 그러지 않나요?”라고 물으며 “종교가 다르면 가정을 지키기 어렵잖아요”라고 말했다.

조 씨가 “종교가 다르다고 가정을 지킬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종교가 문제가 아니라 피고인이 아내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강제개종을 시도한 것이 문제다”고 말하자 이 판사는 “본인의 인권을 모독하는 사람과 같이 살려고 하는 이유가 뭐예요”라고 되물었다. 조 씨와 김 씨가 이혼 소송 중에 있다고 말하자 판사는 “이혼하면 되겠네, 그럼”이라고 말했다.

판사는 또 조 씨에게 “본인의 신념이 중요한 만큼 남편의 신념도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라며 납치·강제개종 등 폭력적 방법으로 신앙을 짓밟은 김 씨의 범죄행위를 존중 받아야 할 남편의 ‘신념’이자 ‘종교의 자유’라고 말했다. 또 김 씨가 사문서를 위조해 조 씨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해서는 “그게 용납할 수 없는 문제냐”고 되물었다.

취재진은 지난 2일 대구지법 안동지원 이상균 지원장의 취재 허가를 받아 공판 당시의 녹음 내용을 확인하고 판사와 피고인·피해자의 법정 대화록을 확보했다. 대화록을 검토한 5명의 법학자와 사회학자는 심리가 전반적으로 피고인에게 치우쳤다고 지적하는 한편 종교차별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판사의 발언 중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네 가지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대안에 대해 들어봤다.

뉴스한국 DB
판사, “교주 보니 물의 일으킨 것 같더라”…전문가, “피고인의 일방적인 주장에 호응한 것은 ‘불공정’”
가장 먼저 지적한 문제점은 이 판사가 H교회에 대해 “교주를 보니까 사회적으로 물의를 많이 일으킨 것 같더라”고 말한 대목이다.

이 판사에게 해당 발언을 뒷받침하는 팩트를 요구했지만 그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김 씨가 낸 자료와 가사 1심 기록을 보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 씨가 제출한 자료에는 판사가 언급한 ‘사회적 물의’를 입증할 만한 근거 자료는 없었으며 김 씨와 조 씨의 이혼에 대한 가사 1심 판결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민주주의 법학 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판사의 발언에 대해 “불공정성을 내포한 발언으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형법 53조(작량감경)에 따르면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이 재량으로 형을 감경할 수 있는데, 판사가 ‘양형’을 언급하며 이 같이 말한 것은 조 씨 종교를 범죄의 동기라고 주장한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형량을 감경하는 사유로 볼 수 있음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같더라’는 표현은 판사의 판단이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는 것으로 판사가 피고인 쪽에 우호적으로 말한 것 아닌가. 중립적 심판자인 판사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왼쪽부터 이재승 건국대 교수·서강대 임지봉 교수·전북대 송기춘 교수. (뉴스한국)
판사, “정통 교회에서는 이단이라고 그러지 않나요”…전문가, “뭐가 정통이고 뭐가 이단인가”
두 번째 문제는 이 판사가 조 씨가 다니는 교회를 언급하며 “정통 교회에서는 이단이라고 그러지 않나요?”라고 물은 부분이다.

송 교수는 이 발언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쪽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이 약하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또한 이 표현에 대해 “‘판사가 특정한 종교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추정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통’에는 ‘옳은 것’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판사가 종교를 공정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판사 자신은 으레 쓰는 일상적인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잠재적으로 특정한 신학적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 행위다. 특정 종교 또는 특정 신학에 대한 편향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정교분리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어 “판사는 ‘정통’ ‘이단’이라는 표현이 이렇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말을 들은 피해자가 분개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법관의 문제이지 그렇게 받아들이는 일반인의 문제가 아니다. 법관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스스로 용어의 사용을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발언은 종교차별로 봐야한다. 법정은 정통이냐 이단이냐를 논할 수 있는 곳이 아님에도 아무 근거 없이 평가를 들여왔다”고 진단했고, 임지봉 교수는 “뭐가 정통이고 뭐가 이단인가”라며 “판사의 가치판단이 들어간 표현으로 가치중립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법원 마크. (뉴스한국)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단이면 어떤 취급을 받아도 된다는 뉘앙스가 포함돼 김 씨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판사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그런 용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으며 재판 과정에서 이런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적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정통’ ‘이단’으로 교회를 구분한 것은 국민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이단’이라고 하면 ‘문제 있는 집단’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꼬임에 넘어간 사람들 혹은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이 사기를 당한 사람이나 그러한 집단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듣는 사람이 모독을 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 개인뿐 아니라 해당 종교나 교회가 모독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 씨는 피켓시위를 하며, “재판 과정 중 법정에서 제가 느낀 모욕과 치욕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참담한 심정 그 자체였다”고 토로하며, “대한민국 법원이 말하는 정통교회와 이단교회는 어디입니까”라고 되물었다.

해당 판사는 “김 씨가 주장한 것”이라고 말하며, “가사 1심 판결문 ‘인정 사실’을 보면 김 씨가 H교회에 대해 ‘기성의 기독교파들로부터 이단시되고 있다’고 주장한 부분이 나온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그렇다면 판사는 ‘피고인이 당신의 종교에 대해 이렇게 주장하는데 피해자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 질문을 하는 주체가 피고인임을 밝혔어야 했다. 하지만 이 발언의 주체는 판사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누가’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 권력 관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신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종교의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판부가 종교의 교리나 지도자를 두고 ‘정통’과 ‘이단’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종교의 자유는 개인이 믿는 것에 대한 자유를 인정하는 것인데 ‘정통’과 ‘이단’을 구분해 ‘당신의 믿음은 틀렸다’ ‘당신의 신앙은 잘못됐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사석에서는 자신의 선호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판사가 법정에서 개인적인 입장으로 ‘정통이다’ ‘이단이다’, 이쪽은 옳고 저쪽은 잘못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정에서 법관은 가치평가를 이입해서는 안 되는데, 이 판사는 가치평가를 이입했다”고 진단했다.

피해자 조 씨가 피켓시위를 진행하며 배포한 전단지. (뉴스한국)
판사, “종교가 다르면 가정 지키기 어렵잖아요”…전문가, “가정을 지키려면 종교를 버리라는 건가”
세 번째 문제점은 이 판사가 “종교가 다르면 가정 지키기 어렵잖아요”라고
말한 대목이다.

발언을 확인한 전문가들은 헛웃음을 짓거나 한숨을 쉬며 답답해했다. 술좌석에서 친구들과 나눌 법한 개인적인 판단을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이야기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송기춘 교수는 “종교가 다른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종교가 다르다고 같이 사는 게 어렵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할까. 종교가 달라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교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임지봉 교수는 “판사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조 씨가 김 씨의 동의를 받아내든가 종교를 버리든가 해야하는데 그런 노력은 안 하면서 가정을 지키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이야기한 것인데 이런 말은 적절하지 않다. 피해자의 신앙의 자유를 업신여기는 발언이다”고 지적했다.

이재승 교수는 “이 판사는 종교적으로 모든 게 통일돼 하나만 믿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은 부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중앙대 신광영 교수·경희대 송재룡 교수. (뉴스한국)
판사, “남편에게도 종교의 자유가 있고”…전문가, “그러면 종교 탄압의 자유도 있나”
네 번째 문제점은 김 씨가 조 씨의 종교 생활을 반대한 것을 두고 이 판사가 김 씨의 ‘종교의 자유’ 또는 ‘신념’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다.

이 판사는 “종교가 다른 입장에서 남편이 아내의 종교의 생활에 대해서 수용할 수 없다면 남편도 종교의 자유가 있고 부인의 종교의 자유가 있잖아요. 쌍방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줘야 되거든요”라고 말했다.

이에 조 씨가 “종교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남편이 저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강제개종을 시키려 한 것이 문제이고, 이것은 인권을 유린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다”는 취지로 말하자 판사는 “본인의 신념이 중요한 만큼 남편의 신념도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라고 말했다.

임지봉 교수는 “김 씨가 조 씨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개종을 강요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까지 종교의 자유로 보호되지 않는다. 김 씨가 조 씨를 개종시킬 목적으로 폭행했다면 그것은 ‘폭행죄’가 성립하는 범죄인 것이지 ‘종교의 자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지적하며, “(판사의 말은)법리적으로 잘못된 발언이다. 김 씨의 행동은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와 무관하며 조 씨의 종교의 자유 특히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재승 교수는 “이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 조 씨가 가지고 있는 ‘종교의 자유’와 김 씨가 조 씨로 하여금 종교를 못 믿게 하는 태도를 동일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가 있고 ‘종교 탄압의 자유’도 있다는 논리와 비슷하다. 남편의 종교전쟁에 동조하는 뉘앙스로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교수 역시 “김 씨는 종교의 자유가 아니라 타인의 종교와 신앙에 대한 월권행위를 한 것이다. 본인의 선택으로 어떠한 종교를 믿든 그것은 ‘종교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데 그것을 못 믿게 한다는 것은 타인의 종교의 자유 영역를 침해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 (뉴스한국)
전문가, “안동지원 막말판사 사건, 해프닝 아냐…종교차별 예방 매뉴얼·스피치코드 만들고 교육해야”
지난 2일 안동지원 이상균 지원장은 “법정이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법적인 신념이 아니라 이 판사 자신의 신념, 종교적인 것이 묻어 나왔다”며 잘못을 시인했고, 이 판사 역시 “신앙적인 부분에 있어서 이런 것이 막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잘못했다. 실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안동지원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판사의 막말과 종교 차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서 공무원들이 보인 태도는 지위 고하와 상관없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저급한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인 만큼 법관뿐 아니라 공무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송기춘 교수는 “이런 사건이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갈등의 불씨를 자꾸 일으킨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판사가 재판과정에서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의식적이고 신중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줬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 사건은 해당 판사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대법원이 법원행정처를 통해 각급 법원 차원에서 각별하게 경고하고 시정 교육을 해야 할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법관의 말 한 마디가 소송 당사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 올 수 있는 만큼 ‘법관의 용어 사용’을 재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이번 사건은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 편견과 차별 의식을 법관이 법원에서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법원에서는 이런 발언을 엄격하게 따져 바로 잡아 일반인들에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밝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법학자와 사회학자·종교학자가 한자리에 모여 종교 차별 발언을 유형화하여 공직자의 종교 차별 예방 매뉴얼을 만들면 불필요한 분쟁과 갈등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재승 교수 역시 “법관의 종교 차별 발언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판결문에 오류가 그대로 남아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종교와 인종·성별·연령 등에 대한 차별적 언동에 해당하는 사례를 모아 스피치 코드(가칭 직무상발언윤리강령)로 제정해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피치코드의 대표적인 예가 성희롱 방지 교육 과정에서 성적 표현을 규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임지봉 교수는 “법정에서 판사가 심리를 편파적으로 진행하면 방청객과 소송 당사자 혹은 피해자 누구라도 따져야 한다. 따지는 사람이 있어야 법원도 바뀌지 않겠나. 이제까지 판사를 왕처럼 떠받들다보니 법정 문화가 판사 우위의 고압적 문화가 되어 온 측면도 있다. 그런 면에서 법정에서 판사가 중립성을 잃은 언행을 하면 그 자리에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따지고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광영 교수는 “법원은 이번 사건을 ‘사소한 문제’로 볼 것이 아니다.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상당히 다양한 형태로 국민의 권익이 침해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시민 감시 옴브즈만 제도’를 활용한다면 효과적으로 교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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