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신사 앞 욱일기 행렬, 단순한 코스프레가 아니다"
일반

"야스쿠니신사 앞 욱일기 행렬, 단순한 코스프레가 아니다"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로 기사보내기 미투데이로 기사보내기 네이버로 기사보내기 구글로 기사보내기 싸이월드로 기사보내기

입력 : 2013-08-15 00:32:55 | 수정 : 2013-08-16 08:23:34

프린트 | 기사 스크랩     글자작게글자크게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日 군국주의 상징 욱일기…제국주의 부활 염원”
왼쪽은 민족문제연구소 5층 전시관에 걸려 있는 장행기. 오른쪽 사진에서 다이쇼와 메이지 사진 아래 욱일기가 걸려 있고, 그 아래 야스쿠니 신사 전경이 보인다.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제공)
서울 청량리에 있는 민족문제연구소 5층 전시관 한쪽 벽면에는 낡고 찢긴 깃발 한 장이 액자에 걸려 있다. 엇갈린 일장기와 욱일기 아래 ‘축(祝)’이라는 쓰인 이 깃발은 일제가 침략전쟁의 병력 보충을 위해 한국인 청년을 차출해갈 때 사용한 것이다.

이것은 ‘장행기라고 불렸는데 징병검사에 합격한 장정의 집에 축하의 의미로 꽂거나 징용으로 끌려가던 청년들이 전쟁터에 나갈 때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앞세웠다.

장행기는 ‘장렬하게 떠난다’ 혹은 ‘성대한 출발’ 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당시 한국인들은 이것이 청춘의 죽음을 의미한다며 ‘청춘만장’이라고 불렀다. (만장은 상여 행렬 앞에 위치하는 것으로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며 고인을 기리는 글 등을 깃발로 만든 것이다)

서슬 퍼런 일제의 압제 속에서 부모는 생떼 같은 아들을, 아내는 남편을, 자식은 아버지를 바로 이 욱일기가 그려진 장행기와 함께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내보냈다. 그런 탓에 아직도 욱일기를 보면 가슴 깊이 사무친 원한으로 고통스럽다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다. 액자에 보관 중인 이 장행기는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1941년에 사용되던 것이다.

식민지배의 깊은 상흔과 전쟁의 날선 고통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욱일기가 광복 68주년을 관통하는 지금도 일본 등지에서 펄럭이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산케이신문이 자국 정부의 ‘욱일기 공식화’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욱일기 논란’에 불을 붙였고, 이에 대해 우리나라와 중국 등이 민감한 반응을 내놓으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태양에서 뻗어 나온 광선들이 전 세계로 향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욱일기. 이 욱일기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또 일본인들은 욱일기에 어떤 혼네(本音, 본심이라는 뜻의 일본어)를 담고 있을까. 광복절 전날인 지난 14일 만난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은 그것이 군국주의와 우경화에 대한 ‘향수’라고 지적한다.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교육홍보실장 (뉴스한국)

“식민 지배와 침략의 상징 ‘욱일기’ 아래서 역사적 참상 벌어져
식민지 체험한 한국인들은 욱일기만 봐도 가슴 ‘덜컹’
욱일기는 우리의 아버지들을 빼앗아간 깃발“

1890년 일본 육군기로 처음 사용된 욱일기는 1899년에 해군기인 군함기로 제정되며 일본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는 일본 군대의 맨 앞에 펄럭이는 욱일기를 쉽게 볼 수 있으며, 이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군은 1905년 러일전쟁과 1910년 한일합병·1931년 만주사변·1937년 중일전쟁·1941년 태평양 전쟁에 나가며 욱일기를 내걸었다. 가혹한 식민지배와 처절한 침략전쟁으로 일제가 한국과 중국 양국에 무수한 상처를 안겨줄 때에도 늘 욱일기가 선두를 지켰다. 아래는 박한용 실장의 말이다.

“욱일기는 과거의 역사와 단절된 상태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욱일기 아래서 이뤄진 역사적 참상들을 살펴봐야 한다. 그 많은 한국인들이 욱일기 깃발 아래 징용과 징병·위안부로 끌려가 숱한 고통을 당했다. 식민지 체험을 한 한국인들은 욱일기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내 아버지를 빼앗아간’ 깃발이기 때문이다. 욱일기는 이처럼 군국주의 파시즘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어 박 실장은 “욱일기는 가장 선명한 일본 군부의 상징인 만큼 일본 극우 세력이 욱일기를 내거는 것은 단순한 코스프레가 아니다.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구 제국의 퇴역 군인들이 욱일기를 들고 나가는 것은 단순한 가장 무도회가 아니다. 그것은 제국의 부활을 염원하는 것이며, 화려했던 대일본제국의 영광이 재현되기를 바라는 것이다”고 지적한다.

“스포츠는 승부를 다투는 게임, 국가 이미지와 결합하기 쉬워
군국주의 상징 욱일기 등장은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

1945년 패전과 함께 욱일기 사용을 금지 당했던 일본은 1952년 해상 자위대 창설과 함께 욱일기를 부활시켰다.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약속한 전범국가의 군대가 침략 전쟁 때 사용한 깃발을 다시 썼다는 것은 일본이 과거에 대한 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일본은 세간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욱일기에 생명을 불어넣어 60년이 넘도록 사용하고 있다. 급기야 극우세력으로 분류되는 일부 일본 시민들이 스포츠 경기장 안으로까지 욱일기를 들여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일본 정부가 자국 국민에게 욱일기를 소지하지 말라고 경고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일본은 기본적으로 욱일기가 일장기와 같이 일본을 상징하는 정통 깃발이라는 인식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항변과는 별개로 국가간 스포츠 경기에 등장하는 욱일기를 결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위)'조선안성도격전지도' 청일전쟁 초기인 1894년 6월 말 안성나루에서 청군과 일군이 전투하는 장면. 그림 오른쪽에 욱일기가 보인다. (아래)'평양대격전도'는 일본의 조선병탄과정을 미화한 역사 기록화이다. 1894년 8월 일본군은 평양성전투에서 청군을 대파하면서 사실상 청일전쟁에서 승리했다. 이 그림에서도 오른쪽에 욱일기를 들고 있는 일본군의 모습이 보인다.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제공)
한일간 스포츠 경기 중 욱일기가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는 작년 8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살 이하 한일 여자 축구대표팀 경기와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개최된 동아시아 축구대회 한일 경기였다. 당시 관중석에 등장한 욱일기는 양국의 신경전으로 이어지며 논란을 불러왔다.

박 실장은 “승부를 놓고 벌이는 스포츠는 국가 이미지와 결합하기 쉽다. 스포츠가 국가대항전이 될 경우 국민 간의 응집력이 생기는데 이런 상황에서 욱일기를 거는 행위는 국가주의와 국가주의의 충돌까지 야기할 수 있다. 스포츠가 정치화되고 과거의 역사적 갈등과 미해결 문제를 재현시키는 자극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양국의 역사 문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 대결 양상으로 이끌면서 사실상 동아시아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스포츠에 등장한 욱일기가 국가적·민족적 갈등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이 욱일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하면 안 될까
하켄크로이츠(갈고리십자가 모양)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반인류범죄를 저지른 독일 나치의 당기 문양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은 형법에서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공공장소에서 하켄크로이츠 깃발을 건 사람을 3년 이하의 금고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욱일기에 대해서도 하켄크로이츠와 같이 사용을 원천 차단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 어떠냐는 주장을 내놓지만 박 실장은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욕의 역사를 마주한 독일이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반면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고 잘못을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아베 정권은 정부 차원에서 욱일기 사용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아래는 박 실장의 설명이다.

“일본이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사 청산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사 청산이 안 됨으로 인한 극단적인 현상으로 ‘욱일기 공식화’ 발언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욱일기 문제의 본질은 일본군위안부와 강제 동원 문제를 해결하는 등 과거사 청산에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왼쪽 위) '아동연감' 1939년 표지. 욱일기를 배경으로 묘사해 전쟁분위기가 농후하다. (오른쪽 위) '싸우는 도죠' 1943년판. 일본의 히틀러 도죠 히데키 수사의 '전시활약'을 어린이들에게 선전하기 위해 만든 그림책. 인물 뒤에 일장기와 욱일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왼쪽 아래) '연초경작자의 각오' 욱일기를 배경으로 만든 포스터. (오른쪽 아래) 일본의 선전포고 보도기사를 스크랩한 일본 관서대학교 앨범(1940). 일장기와 함께 욱일기가 걸려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제공)


이슬 기자


저작권자 ⓒ 뉴스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분야별 주요뉴스

| 정치 | 경제 | 사회 | 국제 | 문화 | 연예 | 스포츠 | 북한

이전 다음




핫이슈

못 믿을 숙박앱 이용 후기…공정위, 사업자에 과태료 부과 결정
"청결 상태며 창문도 안 닫히고 최악이다" 숙박시설을 이용한 소...
안양에서 시신 일부 발견…지난해 발생한 동거녀 살인사건과 연관성 커
경기도 안양시의 한 야산에서 시신의 일부가 나와 경찰이 수사에 ...
한강공원 화장실 비상벨 설치…“살려주세요” 외치면 경찰 출동
범죄를 예방하고 시민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한강공원 화장실에 ...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항소심서 5~8년 감형
20대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섬마을 여교사 ...
경산 자인농협 총기 강도 사건 발생…경찰, 공개수배
20일 오전 경북 경산 지역에서 권총을 가진 은행 강도 사건이 ...
전남 여수에서 규모 3.2 지진 발생…기상청, "피해 없을 듯"
20일 오후 전남 여수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유승민 측, 문재인 ‘북한 인권결의안’ 관련 허위사실 유포 고발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측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허...
tvN '혼술남녀' 신입 PD 자살 사건…유가족, "회사 책임 인정해야"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신입 PD 이한빛(남·사망 당시 ...
녹색소비자연대, “단통법 시행 후 가계통신비 부담 커져”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가 14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
대법원,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범인 징역 30년 확정
서울 강남역 근처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을 살해해 ‘여성 혐오’ 논...
폭력시위 선동 혐의 정광용 박사모 회장 경찰 출석
정광용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12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경찰, 대학 사물함 뭉칫돈 사건 추적하다 수상한 행적 발견
대학 사물함에서 나온 2억 원 상당의 뭉칫돈의 출처를 추적하던 ...

TODAY 뉴스

더보기

서울농수산식품公-청과상인, ‘가락몰 이전’ 2년 갈등 해소
가락시장 현대화시설 ‘가락몰’로의 이전을 둘러싼 농수산식품공사와 청과상인들의 갈등이 2년여 만에 해결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공사)와 청과직판상인협의회(이하 협의회)는 28일 공사 대회의실에서 가락몰 이전에 대해 최종 합의하고 합의서에 서명했다. 지난 2015년 2월 ‘가락몰’이 준공돼 가락몰 입주대상인 직판상인 808명이 가락몰로 이전했지만 청과직판상인 661명 중 330명은 사전협의 부족 등의 이유로 이전을 거부하며 기존 영업장에 그대로 머물러왔다. 공사와 협의회는 지난 2년여 간 지속돼온 이전 분쟁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부터 세 차례의 협상을 통해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14일 미이전 상인을 대상으로 합의안에 대한 투표를 실시한 결과 다수가 찬성해 최종 합의로 이어지게 됐다.

많이 본 뉴스

멀티미디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