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가족살해, 가족의 '힐링기능' 회복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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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가족살해, 가족의 '힐링기능' 회복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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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9-09 13:51:06 | 수정 : 2013-10-10 10: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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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박지현 책임연구원 "우리 가족의 탄력성을 찾아라" 당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사건사고 중 하나가 '가족살해'이다. 대부분 경제적 이유나 불화로 갈등을 빚는 가족 간에 발생한다.

9일 오전 부산 동구의 한 주택가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수년 간 어머니께 구박을 당했다는 대학교 4년생 아들(25)은 며칠 전부터 살인을 마음먹었다고 한다.

앞선 8월에도 서울 천호동에서 20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언론들은 이 사건을 영화 ‘공공의 적’에 맞먹는 패륜범죄로 소개해 더욱 충격을 던졌다. 이혼한 부모를 오가며 돈을 타쓰던 20대 무직자 아들은 자동차 할부금과 사채 등 빚 2800만 원에 대한 상환독촉을 받고 있으면서 친구들과 여행갈 경비를 구하지 못해 서울에 있는 아버지를 찾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필요할 때만 찾느냐’며 핀잔을 주었고 발끈한 아들은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다가 결국 아버지를 살해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패륜적 요소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은 지문 등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방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했고, 검색한 대로 화장실에서 가루세제를 가져온 아들은 아버지 시신 위에 뿌리고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집안에 있던 귀금속과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

이런 패륜범죄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가해자의 충동조절 장애를 우선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충동조절장애를 유발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찰이 시급한 시점이다. 병을 완치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병증뿐만 아니라 병의 뿌리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박지현 책임연구원은 ‘가족기능 장애’를 그 뿌리로 지목한다.

박 연구원은 “현대사회에서 중요시되는 가족기능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힐링의 기능’이다. 복잡하고 험한 인간관계에서 돌아왔을 때 가족에게만큼은 사랑 받고 사랑을 주는, 안식처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힐링의 기능, 애정의 기능이다”면서 “그런데 이것이 가족이라는 공동체보다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사회풍토로 인해 실현되지 않는 것이 패륜범죄의 보다 근원적인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는 “가족의 삶보다는 개인의 삶을 더 중요시하는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가족 간 심화된 대화가 적어지게 된다. 피곤하니까 쉬려고 하지 굳이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 각자의 방에 들어가서 각자의 고립된 섬에 있다가 나가는 것이다”면서 “가족은 삶을 공유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화가 안 되니 공감대가 약화되고 정서적으로 유대감이나 친밀감을 느끼지 못한다. 때문에 서로 떨어져 있는 느낌, 고립된 느낌, 단절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가족의 탄력성을 확인해보라고 박 연구원은 조언한다. ‘가족의 회복력’이라고도 하는 이 탄력성은 가족에게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극복할 수 있는 가족의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개인이나 가족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부정적인 면이 강조될 경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건강한 가족은 금전적 문제나 가족 간 갈등이 생기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끌어모아 힘을 합치고 문제를 해결한다. 그런데 존비속살인이 일어나는 가족의 경우는 이런 탄력성이나 회복력이 약화되어 있어 그냥 부러져버리거나 무너져버리는, 가족붕괴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 “어떤 가족이나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강점도 역시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제는 우리 가족의 강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가족은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어떤 가족은 유머가 뛰어나기도 하며 또 어떤 가족은 단합이 잘 된다. 아무리 소소한 것이라도 우리 가족의 강점이 될 수 있다. 이런 강점들을 찾아보고 강화한다면 보다 좋은 가족과 사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가족의 탄력성 회복을 위해서는 서로의 부정적인 감정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박 연구원은 주장한다.

그는 “어린 아이가 울고 떼 쓰면 부정적인 감정들이 풀리듯이 우리 어른들도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해소가 되는데 이런 얘기를 했을 때 가족들이 인정해줘야 한다. 가족 내에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면 결국 각자 안에서 썩게 된다.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들을 인정해주고 위로해주는 한 마디가 가족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당부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마인드가 바로 '역지사지'다. ‘나라면 그렇게 안 했을 텐데’ 가 아닌 ‘내가 저 사람이었다면 나도 저렇게밖에 할 수 없었겠구나’ 라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역지사지'가 필요하다고 박 연구원은 말한다.

감정 해소를 위한 또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감정의 입출금통장’이다.

박 연구원은 “좋은 감정들, 좋았던 이야기들, 나중에라도 힘이 될 수 있는 감정들은 통장에 입금을 시켜주고, 언어적 폭력, 상처를 주는 일, 애정관계가 무너지는 것 등은 출금을 하듯 빼낸다. 이 통장을 플러스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았던 상호작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상호작용 유지를 위해 첫째는 TV를 끄고 모이는 것. 둘째는 나부터 소소한 얘기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옥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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