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권하는 사회③] “헤이트 스피치 방치하면 시한폭탄처럼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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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 권하는 사회③] “헤이트 스피치 방치하면 시한폭탄처럼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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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08 15:28:44 | 수정 : 2015-02-08 15: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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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섭 박사, “헤이트 스피치는 낙서까지 처벌하는 미국…우리도 범죄 개념으로 포섭해야”
지난 2010년을 전후해 미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헤이트 스피치를 포함한 증오범죄를 연구하고 있는 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차별을 하는 것만으로도 편견범죄 즉 증오범죄이고, 그대로 놔둘 경우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최 박사는 미국의 한 대학 캠퍼스를 방문해 현지에서 얼마나 각별하게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는 지 경험한 적이 있다.

“대학은 제한된 커뮤니티이다 보니 헤이트 스피치가 한 두 건만 터지더라도 파급효과가 상당히 크다. 인종집단이 다양하고 차별과 편견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헤이트 스피치로 인해서 통합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특정 인종이 헤이트 스피치나 증오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동병상련의 관계에 있는 이들에게 증오심이 확산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대학 내에서는 학생들이 스프레이로 벽에 낙서(그래피티)를 하고 여기에 민족 특유를 표현하는 속어를 사용하면 색출해서 처벌한다. 낙서는 직접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봄으로써 편견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에게 눈에 띄는 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굳히는 데 자극이 된다면 언젠가 증오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뉴스한국)
“헤이트 스피치나 증오범죄 규제법이 없어 죄가 되는 지도 몰라”
최 박사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적·종교적 차이를 가지고 차별을 할 경우 이것이 편견범죄에 해당하며, 규제하지 않을 경우 확산한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아직 국내에 헤이트 스피치나 증오범죄를 규제하는 법이 없어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것이 범죄인지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흑인을 증오해서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흑인을 폭행한 경우 많은 사람들은 흑인을 ‘폭행’한 그 자체는 범죄라고 생각하지만 ‘흑인을 증오한’ 것이 증오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모른다. 이 때문에 헤이트 스피치와 증오범죄를 처벌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이 있어야 무엇이 헤이트 스피치인지 증오범죄인지 인식할 수 있고, 범죄를 엄하게 처벌함으로써 차별이나 편견을 동기로 범죄를 행동하지 않도록 규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박사가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헤이트 스피치와 증오범죄 규제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증오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혼란의 피해 규모 때문이다. 최 박사는 이를 ‘시한폭탄’에 비유한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지만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반 범죄에 전파와 오염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헤이트 스피치와 증오범죄는 증오집단이 증오대상에 대해 ‘편견’ 즉 ‘증오’를 동기로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인데, 범죄의 동기인 편견과 증오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순식간에 전파되는 데다 전달과정에서 메시지의 강도는 더욱 강해진다. 이 때문에 이를 접한 일부 사람들은 자신 역시 증오대상으로 인해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며 집단 의식화 또는 신념화화 한다.

최 박사는 “편견과 선입견이 내재화해서 자리를 잡으면 그것이 증오집단의 구성원들에게는 ‘상식’이자 올바른 행동의 지침이 된다. 백인 우월주의자 집단인 KKK(Ku Klux Klan)는 백인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고 신념화되어 있다. ‘게르만민 족이 가장 우세하고 열등한 유태인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독일 나치의 신념이 아니었다면 600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고 설명한다.

이어 최 박사는 오랫동안 단일민족으로 이어져 온 우리나라의 경우 헤이트 스피치와 증오범죄에 더 취약하고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미국에서는 ‘다른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상적으로든 종교적으로든 이념적으로든 이데올로기든 다른 것이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살아가며 많은 역사적 경험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어 오며 미국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단일화’로 인해 다른 것을 깊이 있게 접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우리나라는 결코 헤이트 스피치와 증오범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인종과 민족이 아니더라도 단적으로 자신과 다른 종교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강한가”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사회 전반이 헤이트 스피치와 증오범죄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특히 검·경찰과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법부가 성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했던 것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헤이트 스피치와 증오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 뿐 아니라 검사와 판사도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 수사과정에서도 무엇이 헤이트 스피치이고 증오범죄인지 밝힐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고, 어떤 연유에서 발생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수사 일선에 있는 경찰과 검찰이 헤이트 스피치와 증오범죄를 범죄의 개념으로 포섭해야 한다.”


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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