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 도심으로 끌어 들인 것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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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바이러스, 도심으로 끌어 들인 것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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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08 15:35:05 | 수정 : 2015-02-08 16: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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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 대응 연구단 송대섭 선임연구원 인터뷰
낙후된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등장했다. 워낙 강력한 병원성을 지닌 탓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이나 포유류는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치사율이 높은 반면 전파력은 약했다. 숙주가 사망하면 바이러스도 동반 사망해 퍼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콩고·수단·가봉·우간다 등 중앙아프리카에 유행하며 풍토병쯤으로 알려졌던 에볼라가 발견된 지 약 40년 만에 서아프리카 도심까지 파고들었다. 게다가 국경과 대륙을 넘어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에볼라를 차단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발을 구르고 있지만 에볼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전 세계를 강타한 에볼라 쇼크는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에볼라에 맞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 대응 연구단 송대섭 선임연구원을 만나 에볼라에 대해 들어보았다.

에볼라가 창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이 자꾸 밀림과 우림지대를 개발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도 중요한 원인이다. 밀림 속 동굴에는 수백만 마리의 박쥐가 집단생활을 한다. 박쥐는 전체 포유류의 20%(전체포유류 4,600여 종 중 900종 정도가 박쥐)를 차지할 정도로 종도 개체수도 많다. 이렇게 많은 박쥐들이 어떤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마 에볼라보다 훨씬 더 무서운 바이러스도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박쥐들이 돌아다니다 영장류를 감염시킬 경우 감염된 영장류가 밀림 안에서 사망해 바이러스가 추가로 퍼지지 않았다. 역학적 상황이 제한된 밀림 안에서 다 소멸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밀림을 파고 들어가면서 과거에는 절대 만날 일이 없었던 종들과 접촉하며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교통편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진 것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에볼라 매개동물로 알려진 과일박쥐에 의해 감염될 경우 밀림 안에서 사망하며 상황이 끝났다. 그런데 밀림이었던 곳에 마을이 생기고, 감염된 사람이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가고, 다른 나라에 입국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

올해 에볼라의 감염·사망자 기록은 1976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최대 규모다. 이유는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가 전염력까지 높을 수는 없다. 이것은 바이러스의 기본적인 특성이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세균)와 달라서 살아있는 숙주가 없으면 전파도 복제도 할 수 없다. 1976년에 발견된 자이르형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90%에 달했다. 주민들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거의 다 사망했다. 숙주가 죽음으로써 바이러스는 제한된 지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에볼라가 많이 변하고 있다. 올해 에볼라 바이러스 치사율은 과거(최대 90%)에 비해 50%대로 낮아진데다 한정된 지역을 벗어나 도심으로 이동했다. 강력한 조치가 없다면 바이러스는 번져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행히 현재는 각 나라가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초기 에볼라의 위험성을 간과했던 다국적 제약회사나 백신업체가 치료제와 백신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향후 추이는 어떻게 예상할 수 있나.
참 어려운 질문이다. 언젠가는 잦아들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게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다. 에볼라 사태 초기에는 당연히 한두 달 이내에 자연 소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에볼라가 도시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풍토병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본토에 들어오고 나이지리아에서도 속출하는 등 도심으로까지 퍼졌기 때문에 상당 기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아프리카에 에볼라가 창궐하게 된 데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안이한 대응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에볼라가 이렇게 전파될 것이라고는 신만이 알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에볼라는 지금까지 발병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끝났다. WHO는 매뉴얼에 맞게 행동했는데, 만들어 놓은 액션 플랜을 뛰어 넘는 바이러스가 발생한 것이다.

잠복기 감염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는데, 무엇이 사실인가.
공식적으로는 잠복기에는 감염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100% 확신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확답이 조심스럽다.
최근까지도 미국의 감염 의심 환자에 대해서 최장 잠복기(21일) 동안 외부와 격리시키는 것으로 볼 때, 잠복기에도 혹시 나타날 수 있는 전염성에 대해서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사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연구를 많이 한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에볼라는 환자들을 살펴본 결과를 토대로 귀납적으로 ‘잠복기에는 괜찮은 것 같다’고 보는 것이지, 에볼라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의 경우 논문 검색을 하면 수만 개의 논문을 볼 수 있다. 굉장히 다양하게 실험을 해봤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에볼라는 그렇지 않다. 에볼라는 BL4(생물안전등급, Biosafety Level 4등급) 연구실에서만 연구할 수 있는데 BL4 연구실은 전 세계 20개 국가에 54개 밖에 없다. 반면 인플루엔자를 다루는 BL3 연구실은 미국에만 1000개가 넘는다. 에볼라에 대해 생산된 지식이 너무 없다. 인터뷰를 하는 저도 에볼라 전문가가 아니다. 에볼라를 교과서에서만 봤다. 에볼라는 우리나라 어떠한 전문가도 접근해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에볼라에 대해 무지한 상황이다. 워낙 못사는 저개발국가에서, 대유행도 아니고 풍토병 수준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에볼라에 대해 연구도, 투자도 안 했다. 1976년 에볼라가 처음 발견됐을 때 아프리카가 아닌 영국 어딘가에서 환자가 나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에볼라에 감염될 경우 의료시설 이외에서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없다. 현재까지 에볼라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에볼라를 치료하는 방법은 원인 치료가 아니라 대증요법이다. 증상을 완화시켜서 환자가 살아남도록 돕는 것이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투약하고, 폐렴이나 패혈증이 생기면 항생제와 수액, 전해질을 투여하는 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나라에는 에볼라 환자만 완전 격리해 치료할 수 있는 병동이 없다. 국내에도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운용하는 병원은 있지만 그것은 BL3 등급으로 결핵이나 고병원성 인플루엔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확보된 격리병동이다. 혈액과 체액으로 전파되는 에볼라 바이러스 특성상 환자의 가검물을 완전 격리된 곳에서 검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격리병상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된 환자를 이송할 때 필요한 에어앰뷸런스도 없다. 게다가 의료진이 에볼라 환자를 다루거나 자신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준비도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 반드시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또한 우리나라 검역·방역시스템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공항에서 의심환자를 곧바로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 현재로서는 공항에서 에볼라 의심환자의 피를 뽑으면 질병관리본부가 있는 충북 오송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국민들이 보기에는 불안하다. 물론 검사 대상물을 가져가는 과정에서 오염될리는 없지만 만약 양성 환자의 혈액을 이송하다 사고가 발생한다면 혈액이 누출될 수도 있다.

이처럼 감염병 연구와 치료를 위한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에서 에볼라 치료제 후보가 나오는 모습을 보며 ‘선진국이라 가능하구나’라고 감탄할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능력으로 볼 때, 국내 연구진들도 충분히 개발 가능하다. 일례로 에볼라가 문제가 되지 않던 2012년,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미국에 연구 인력을 파견하여 에볼라 진단 기법을 습득하고, 국내에 진단법을 확립하여 현재까지 에볼라진단에 활용하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창궐한 이후 국내 연구진에 의한 백신·치료제의 개발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진 사례도 있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있어, 문제는 에볼라 연구를 제대로 하고 싶어도 연구실조차 없어서 바이러스에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감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이 이야기는 반복되지만 기반시설을 만드는 것은 항상 중요도에서 밀린다. BL4 연구실만 하더라도 일본에 2개가 있고, 중국·홍콩도 갖추고 있다. 벨라루스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BL4 연구실 운영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BL4 연구실을 만들어 많은 전문가들이 연구·협업할 수 있도록 한다면 최소한 자국민 보호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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