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는 ‘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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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는 ‘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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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08 15:53:49 | 수정 : 2015-02-08 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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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이란어과 유달승 교수 인터뷰
“이슬람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극단주의 운동이 등장한다. 초기에는 급성장하면서 세력을 확산하다가 곧 역사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반복한다. 지금 이슬람국가(IS)로 전 세계 극단주의 세력들이 결집하고 있다. IS는 당분간 급성장 할 수밖에 없다.”

중동 정치 전문가 유달승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교수는 IS 등장과 미국의 공습이 중동 내 세력 불균형으로 불거진 사건이라고 말한다. 세력의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것인데, 이 ‘과정’의 가장 비근한 시작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이다. 9.11(2001년) 테러 후 미국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겠다는 명분으로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전쟁 3년 후에 시아파 무슬림 학살 이유로 교수형에 처해졌지만 그의 몰락은 미국의 공격과 함께 시작됐다. 수니파인 후세인의 몰락 후 들어선 시아파 정권은 수니파에 대한 복수를 자행했다. 여기에 2011년 ‘아랍의 봄’이 겹치면서 친미 수니파 국가들의 정권 교체가 일어나며 시아파 연대가 확산됐다. 2011년을 기점으로 중동 내에서 대규모 지각 변동과 정치지형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 (뉴스한국)
셰일 붐으로 자유로워진 미국과 중동 권력 공백의 함수
유 교수는 중동사태에 대해 “아랍의 봄 이후 커다한 변화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다양한 시각에서 이 변화를 평가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친미 국가의 몰락과 붕괴의 도미노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과거 중동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집트 역할이 축소돼 권력이 이양되고 있다. 흔히 언론에서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갈등을 언급하지만 수니파 내부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간의 다양한 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실상 정권교체와 내전이 지속하면서 기존의 세력균형이 파괴된 권력 공백형태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랍의 봄’은 중동에서 꿈틀거리던 민주화의 열망이 튀니지에서부터 시작해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의 독재자를 무너뜨린 기념비적인 민주화시위를 말한다. 미국은 중동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지만 아랍권의 친미 정권들(이집트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튀니지 독재자 벤 알리 등)이 축출된 자리에 ‘반미’ 이슬람 세력이 집권하는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다. 유 교수는 중동 내에서 균형을 잃은 세력 간의 충돌이 사실상 미국의 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1년을 기점으로 아시아·태평양 재규정 정책전략을 화두로 전개한다. 근본적인 배경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실제로 외교정책을 중동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이는 중동의 역할과 관심이 새롭게 변화되는 시점과 맞닿아 있다. 중동을 대표하는 것은 ‘석유’와 ‘천연가스’이지만 셰일오일·가스가 등장하면서 사실상 세계 에너지 시장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셰일오일·가스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은 북미다. 셰일오일 덕분에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크게 늘고 있다.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2011년 570만 배럴에서 올해 840만 배럴로 늘었다. 2020년에는 하루 960만 배럴을 생산하면서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석유를 대외정책으로 사용하는 미국이 국제안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더 이상 에너지(석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는 중동에서 보다 자유로워졌음을 의미한다.

톰 도닐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작년 언론과 인터뷰에서 “셰일 붐으로 미국이 국가안보 목표를 추진할 때 더 강력한 수단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과거 중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온 미국의 입장이 ‘중재자’로 바뀌게 되면서 축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중동 내부의 권력 공백을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운 동반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바로 그러한 사례다. 중동 내 세력 균형에 있어 이집트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전통적인 연대를 강화시키고 있다. 이것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 이란을 부각시켜 세력 균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시리아 내전과 이라크 내전 등 다양한 내전이 복합적으로 연계되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IS를 공습한 미국, 원하는 것은 ‘세력 균형’
그렇다면 미국이 IS를 공습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IS는 이라크 서북부 지역과 시리아 일부 지역을 장악하면서 세력을 넓히기 위해 테러와 살인을 자행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미국은 8월 8일(현지시간) 제한적 공습을 시작했고 9월 22일 전면공습으로 공격 수위를 높였다. 유 교수는 IS가 미국이 설정한 한계선을 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IS가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넘었다. IS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면밀히 검토해보면 공습은 쿠르드족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됐다. 현재 이라크 정권은 시아파에 독점된 상태로 세력 불균형 상태이지만 쿠르드족은 친미 성향의 자치 정부를 가지고 있고, 쿠르드족이 차지하는 지역은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만약 IS가 애초 자신들의 지역에서만 활동했다면 미국이 공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IS가 바그다드까지 인접했을 때도 미국은 공습하지 않았다. 그런데 쿠르드족의 모술 지역을 점령하면서 미국이 공습에 나선 것이다.”

미국이 제한적 공습을 시작한 지 한 달 여 만에 전면적 공습을 감행하며 확전한 가운데 지상군 투입이 첨예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습만으로 IS를 완전히 격퇴할 수 있는지 의문이며, 미 의회에서 조차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지상군 투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완강하다. 지상전은 대리전으로 꾸려가겠다는 전략이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유 교수 역시 이라크가 중동의 ‘심장’임을 강조하며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중동개입 수위가 ‘중재자’에 머물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주변국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 공백 현상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IS가 소멸한 후 이라크의 안정화는 가능해질까. 하나의 통합 국가 형태로 유지될 수 있을까. 저는 쉽지 않다고 본다. 하나의 국가 형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전을 통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세력균형이다. 문제는 어느 하나가 강력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미국은 ‘현상유지’로 가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IS가 그 선을 넘었다.”

화약고 중동, 뇌관은 ‘자원’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중동은 여전히 석유 자원의 보고다. 석유는 곧 경제와 연관되고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한다. 중동이 세계의 화약고인 이유는 석유로 인해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중동의 뇌관은 여전히 ‘석유’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전쟁의 본질과 성격, 과정에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도사리고 있다. 그 핵심은 자원의 이해관계 충돌이다. 화석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소멸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에너지를 찾고 셰일에너지까지 개발하고 있지만 저는 셰일에너지가 환경파괴에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고 본다. 진보적 지식인들이 이 점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석유 없는 세상을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의 충돌은 언제든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쟁은 첨예한 이해관계가 우연한 계기를 통해 분출되면서 시작한다. 자원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에 각 국가는 자원 확보를 위해 충돌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전쟁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 4차 세계대전 때는 아마 짱돌로 싸울 것이라고. 3차 세계대전은 핵전쟁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앞으로 발생할 세계전쟁은 규모와 성격 면에서 과거의 전쟁과 다르다. 만약 발생한다면 파국이다. 생각해보라. 핵을 가지고 있다면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파국적 결말을 알기 때문에 국가들이 스스로 제어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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