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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을 뒤집으면 경력,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라”

등록 2010-02-27 20:55:54 | 수정 2010-02-27 21:12:51

외로운 청춘에게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가 보내는 메시지

“지금의 청춘들은 손잡아 줄 사람도, 도와줄 어른도 없이 혼자 일어서야 한다. 좌절과 절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좌절과 절망의 뒤안길에는 언제나 희망과 용기라는 선물이 있다. 지금 당장 꿈을 꾸지 못한다고 우울해 하지 말자. 꿈은 언제든 내 가슴에 깃들 수 있다. 청춘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방황의 여정이다” - ‘청춘경영’ 프롤로그 중에서

지독한 방황과 철저한 자기 고민 속에서 청춘을 보내며 꿈을 현실로 만든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48).

공고출신으로 용접공까지 남다른(?) 이력을 가진 그가 현재를 살아가는 외로운 청춘들에게 ‘청춘경영’이란 책을 통해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아무도 손잡아 줄 사람이 없었던 시기를 딛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면서 체득한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다.

좋은 스펙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은 어렵고, 성공보다 실패에 익숙한 이 시대의 청춘들. 유 교수가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방황으로 점철된 청춘, 책으로 바뀐 인생
공고출신 교수라는 별칭에서 말해주듯 유 교수의 지나온 시간은 시련과 역경의 삶이었다. 홀어머니가 혼자 꾸려가는 살림살이로는 중학교 입학금을 낼 수 없어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던 유 교수는 어머니를 졸라 겨우 중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남들 다가는 중학교도 그에게는 큰 도전인 셈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한여름엔 뜨거운 용접열기 속에, 한 겨울엔 차가운 철판과 씨름하며 주어진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나 2학년 무렵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기나긴 방황은 시작됐다. 학교생활은 무기정학과 술로 얼룩졌다. 그나마 졸업 후 한국전력공사라는 직장을 구하면서 안정을 되찾는 듯 했지만 매일 선술집을 찾아다니며 목적 없는 방황은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술집 근처 서점의 유리창 너머로 책을 보는 사람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우연히 손에 잡힌 책 한권이 유영만 기능공을 유영만 교수 인생으로 바꾸어 놓았다. 공고 졸업생이 고시에 합격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책을 보면서 그도 그 길을 걸으리라 목표를 세웠고,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알지 못하던 방황은 그렇게 끝이 나고 있었다.

“Still hungry_ 아직도 배고프다”
유영만 교수는 여러 번의 목표수정을 걸쳐 지금은 ‘지식생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만들어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만드는 연구와 실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책이 좋아서 책을 벗 삼아 살면서 책을 읽고, 쓰고, 번역하다 보니 어느덧 ‘책 마니아’로 소문도 났다. 지난해 9월에는 유 교수의 목표였던 ‘나이만큼 책 쓰기’도 넘어선 50권째 책을 발간해 기념회도 열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고생해서 대학교수가 됐으니 성공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still hungry,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 지금은 교수를 하고 있지만, 어느 날 재미없다고 느껴지면 다른 일을 찾아 갈 것이다. 늘 반복되고 오늘과 같은 일이 내일 전개되면 재미없지 않나.”유영만 교수에게는 ‘PITCH(피치)’라는 핵심가치가 있다. 열정(Passion)과 기존에 안주하지 않고 무엇이든 다르게 추구하는 혁신(Innovation), 사람사이에 가장 소중한 덕목인 신뢰(Trust), 도전(Challenge), 마지막으로 행복(Happiness). 유 교수는 이 핵심가치를 기준으로 인생의 갈림길에서 결정하고, 언제든지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갈 준비한다.

이렇듯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청춘을 보낸 유 교수이기에 ‘청춘경영’을 통해 보내는 메시지는 관염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다가간다.

“청춘이란 시기에 방황한 경험은 인생에 소중한 자산이 된다. 방황을 해봐야 방향을 잡을 수 있으며, 방황을 이리저리 해본 체험, 시련, 역경이 인생의 목표의식을 잡는데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역경’이란 글자를 뒤집으면 ‘경력’이 되는 것처럼 시련과 역경을 경험해보지 않고는 남다른 경력을 만들어 나갈 수 없다. 어떤 시대나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모두 장애물이나 걸림돌을 디딤돌로 돌파구를 마련한 사람들이며, 최악을 최고로 벗 삼아 견뎌낸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방황은 어떻게 하는 것이 제대로 하는 것일까. 방황 속에서 헤매는 사람에겐 너무 어려운 명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유 교수의 해답은 간단했다. 내가 누구인지를 비춰보는 마음의 거울이자 흔들리는 ‘방황’속에서도 ‘방향’을 잡아주는 삶의 나침반은 바로 책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내안에 무엇이 있는 잘 모를 땐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라고 조언한다. ‘내가 하면 신나는 일은 무엇인가?’, ‘경험을 반추해 볼 때 내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던 것은 무엇인가?’, ‘내가 하지 않으면 불편한 일은 무엇인가?’를 묻다보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은 남과 비교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라고.

“청춘이란 시기는 탐색, 실험, 시도, 무엇인가를 모색해 보는 시추하는 시기다. 시추는 한 번에 물이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물줄기를 찾기 위해 여러 군데를 꽂는 과정을 가진다. 이처럼 개인의 욕망, 재능이란 물줄기를 찾아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모색하고 시도하는 가운데 자기 안에 꿈틀거리는 재능을 찾게 된다.”

‘청춘, 내 인생의 토양을 가꾸는 시기’
그러나 현실은 청춘들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기에는 시간이 없다며 앞으로 나아가라고 재촉한다. 등 떠밀리듯 사회가 요구하는 일정한 자격기준, 스펙을 갖추기 위해 이 시대의 청춘들은 피 끓는 시기를 책상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답도 없고, 일정한 매뉴얼도 통용되지 않는 불확실한 현 사회에서 청춘들이 견디고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유 교수는 첫째, 교양의 두께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양, 문화의 영어단어 컬쳐(Culture)에는 ‘경작하다’라는 뜻이 있다. 토양이 안 좋으면 무엇을 심어도 잘 자라지 않듯 교양이 두껍지 않으면 그 순간만을 모면할 수 있는 기술, 기법중심으로 인생을 연마할 수밖에 없다는 것.

“청춘은 인생의 밭에서 토양을 가꾸는 시기다.”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 즉 교양의 두께를 키워 그만큼 세상을 다양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즉 교양은 문제를 직면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탐색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제까지 해보지 않은 색다른 것을 시도하라고 코치한다. 비슷한 생각과 비슷한 시도를 하면 비슷한 결과만 나오지만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남다른 시도를 하면 남다른 성취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유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남다른 생각을 가지기 위해선 남다른 자극에 자기를 노출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란 자기 경험이외에는 다른 것을 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간접 경험이든 직접 체험하든 종합적인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 열쇠라고 귀띔한다.

세 번째로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유 교수는 실패를 통한 배움은 ‘내가 무엇을 못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하는 자기 정체성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패를 하되, 같은 실패가 아니라 어제와 다른 실패를 경험하라고 충고한다.

“마지막으로 남들의 기준과 가치판단, 주변사람들이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내 인생을 살지 말아야 한다. 외형적 판단으론 성공한 것이지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면 실패한 인생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는데 미래에 행복한 어느 날을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다. 유 교수는 고진감래가 통용되는 유일한 것은 자기 꿈을 향해 쫓아가는 사람들에게만 통용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요즘은 고생 끝에 관절염이 온다고들 한다. 그런데 이런 우스갯소리가 억지소리처럼 들리지 않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보다는 내 인생을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온 까닭이 아닐까.



이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