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다 비켜!' 대중문화계 점령한 '강한 여성'…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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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다 비켜!' 대중문화계 점령한 '강한 여성'…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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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5 13:30:15 | 수정 : 2017-06-05 13: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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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더우먼'의 한 장면.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문화계에서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영화계에서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영화 열풍이 거세다. 여성 캐릭터가 액션영화의 주인공인 설정은 새로운 게 아니지만,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작품들은 여성 주인공을 남성 캐릭터보다 정신적·육체적으로 훨씬 더 강인한 인물로 그린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선봉에 선 작품이 DC엔터테인먼트의 새 히어로 영화 '원더우먼'(감독 패티 젱킨스)이다. 북미 현지에서 개봉 첫 주말에만 1억 달러 이상 벌어들이며 성공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원더우먼(갤 가돗)의 순수하고 정직한 정의로움을 꼽는데, 이런 모습이 탐욕적이고 파괴적인 남성 캐릭터와 대비되면서 관객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슈퍼맨을 내세운 '맨 오브 스틸'(2013), 배트맨과 슈퍼맨을 함께 선보인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2016) 등이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완성도 면에서 혹평 받으며 침체기를 겪었던 DC엔터테인먼트가 여성 캐릭터인 원더우먼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원더우먼'을 연출한 패티 젱킨스 감독 또한 여성인데, 이 작품의 개봉 첫 주말 흥행 성적은 역대 여성감독 흥행 순위 1위에 해당한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악녀'(감독 정병길) 또한 주목해야 할 여성 캐릭터 영화다. '내가 살인범이다'(2012)에서 액션에 대한 재능을 선보인 바 있는 정병길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액션 욕망'을 맘껏 펼쳐보인다. 액션에 대한 정 감독의 야망이 투영된 인물이 바로 김옥빈이 연기한 여자 '숙희'다.

숙희도 원더우먼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배신이 난무하는 비열한 남자들의 세계에서 희생당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런 남자들을 향한 숙희 복수는 짠하면서도 통쾌함을 안긴다. 웬만한 남자배우도 엄두를 못 낼 액션연기를 소화하는 김옥빈의 연기가 인상적이고, 트렌드에서 비껴나있는 액션 장르를 여배우를 통해 살려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드라마에서도 영화계와 비슷한 '여성 파워'가 부각되고 있다. 이시영이 MBC TV '파수꾼'에서 연기하는 미혼모 형사 '조수지'가 가장 눈길을 끈다.

하나뿐인 딸 유나의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형사 일을 자부심 삼아 살아가는 조수지는 엄마와 셋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가 각종 흉악범죄를 일삼는 범인을 끝까지 추격해 잡고 흠씬 두들겨 패는 순간 여혐이 여전히 득세하는 사회에서 묘한 쾌감과 대리만족을 안긴다. 이시영은 실제 격한 카레이싱 액션도 직접 소화하며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오는 10일 방송예정인 tvN '비밀의 숲'에도 형사 캐릭터가 등장한다. 배두나가 연기하는 '한여진'으로 타협 제로에 무대포지만 따뜻한 심성의 경찰이다.

예능계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이 점쳐진다. 이달 중 방송되는 JTBC '효리네 민박'에서는 이효리와 아이유가 주축 멤버로 나선다.

남성 집단 토크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은 무의식적으로 여성이 배제되다시피 된 장르다. 지난달 시즌 2를 종영한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여성 출연자들을 내세웠지만 가장 화제가 됐던 건 이미지 소비가 큰 걸그룹이었다.

끼 있는 여성 MC들이 대거 출연 중인 MBC 에브리원 '비디오 스타'는 남성 MC 체제인 MBC TV '라디오스타'에 기댄 형태로 출발했다. 이효리는 과거 '해피투게더' 등 남성 중심의 예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스타로, 그의 예능 복귀는 다양성에 결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 배우 김희선 역시 최근 올리브 채널의 '섬총사'로 예능계에 새로운 피를 수혈했다.

공연시장은 뮤지컬계에서 변화의 바람이 크게 불고 있다.

동명원작 소설이 바탕인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7월23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가 대표적이다. 일명 '키다리 아저씨' 후원을 받아 성장하는 고아원 출신의 제루샤 주디 에봇의 이야기인데,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19세기 영국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당당하고 독립적인 인간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여성 '제인 에어'가 겹쳐질 정도로 똑똑하고 현명한 여성의 캐릭터를 살렸다.

앞서 올해 초 창작뮤지컬 '레드북'은 신사의 나라 영국, 그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 받는 빅토리아 시대에 야한 소설을 쓰는 안나를 통해 뮤지컬계 기념비적인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여성 장관을 연이어 기용하는 등 여성을 배려하는 정부가 새로 들어섰지만 청와대 행정관 내정자가 과거 여성 비하로 구설에 오르는 등 남성이 주축이 된 한국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고민해야 할 지점이 많다.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난 평범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겪는 힘겨운 삶을 조용히 톺아보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의 인기는 그 만큼 이런 지난함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연업계 여성 스태프는 "최근 대중문화계에 잇따라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여전히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여성의 강렬한 심리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의 주된 소비 주체가 여성인데 여성으로서 정작 업계에서 일하면서 부당한 일과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최근 대중문화계의 여성 캐릭터 부각이 단지 유행이나 흐름으로 그치지 않고, 여성들에 대한 인식 자체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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