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MBC·KBS는 동토의 왕국” 영화 ‘공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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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MBC·KBS는 동토의 왕국” 영화 ‘공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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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09 21:01:31 | 수정 : 2017-08-09 22: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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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언론시사회…최승호 감독, “언론이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 망가져”
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영화 '공범자들'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맨 왼쪽부터 박혜진 아나운서, 최승호 감독, 김민식 PD, 김연국 기자, 성재호 기자. (뉴스한국)
‘공영방송 MBC와 KBS가 몰락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리고 몰락한 MBC·KBS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공범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고 그 답을 증명하는 영화다. 권력이 MBC·KBS를 장악했다는 전제 하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의 기록을 스크린에 눌러 담고, 권력에 맞선 언론인들이 벌인 처절한 사투를 새겼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시사회를 통해 입소문이 난 영화 ‘공범자들’의 언론시사회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공범자들’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그해 8월 8일 벌어진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사태를 시작으로 정권이 MBC·KBS를 장악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짚어간다. 브라운관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기록을 복기하는 것만으로도 몰입도가 상당하지만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수준은 아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전원 구조’라는 역사적인 오보가 어떻게 나왔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MBC·KBS가 권력의 시녀로 몰락하는 것을 막겠다며 언론인들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배어나는 듯하다.

영화 상영시간이 1시간 45분인데, 이날 언론시사회에서는 영화가 끝난 후 무려 1시간 가까이 감담회가 이어졌다. 간담회에는 감독인 최승호 PD와 김민식 MBC PD, 김연국(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MBC 기자, 성재호(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KBS 기자가 참석했다. 2012년 MBC 노조가 170일 동안 파업할 때 동참했다가 이후 프리랜서를 선언한 박혜진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다.

최 감독은 “‘공범자들’은 9년 동안 공영방송 KBS와 MBC가 방송을 장악하려는 자들에 의해 어떻게 점령됐는지, 어떤 싸움과 희생이 있었는지 기록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지난해 10월 영화 ‘자백’을 개봉할 때만해도 이 영화를 꼭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할 때 사회의 많은 부분이 변할텐데 방송 장악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KBS·MBC가 동토의 왕국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영화라는 수단으로 호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개봉 전부터 유명해진 이유는 최 감독이 ‘공범자들’로 지목한 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영화에서 이들을 비판하며 제시한 각종 증거와 증언은 근거가 명확하다. 영화에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기사나 증언 등으로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회자된 내용들이다. 영화에서 과거에 없었던 내용을 주장하거나 내세운 것은 아니다”며, “그들의 행동을 담은 영화의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것은 그동안 그 모든 경험을 함께 한 데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1일 오후 3시께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9년의 기록을 편집해 영화로 만드는 과정을 묻는 질문에 최 감독은 “지난한 과정이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며 윤석민 편집자의 공이 컸다고 강조했다. 그는 “9년 동안 겪은 일들, 트라우마를 다시 새겨야 했다. 여기에 더해지는 고통이 있다. 자료화면 안에서는 죽어라 싸우고 있는데, 그 결말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앞을 보지 못하며 싸우는 모습들을 보면서 할 수 있다면 (화면 안으로) 들어가서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공범자들' 포스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의 독립성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 답답하다는 지적에 김연국 기자는 “2008년 이후 ‘언론의 자유’가 공기 같은 것이구나 깨달았다. 있을 때는 모르는데 없어지니 이를 되찾기 위해 누군가는 피눈물 나게 싸우고 때로는 패배하고 처절하게 무너질 수 있는 소중한 것임을 알았다”고 말하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한 1987년 체제를 뛰어넘어 공영방송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인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에 앞서 방송을 권력의 사유로 도구화하고 언론인을 학살한 자들의 진상을 조사하고 법정에 세워 처벌해야 한다”며, “국민이 무서워서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도록 또 한 번의 촛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장악의 ‘주범’을 조명하는 대신 공범자들을 주목하도록 영화의 틀을 짠 이유를 묻는 질문에 최 감독은 “공범자의 끝판왕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다른 공범자들을 모두 만나고 마지막에 이 전 대통령에게 가서 ‘당신이 언론인에게 질문을 못하도록 해 나라가 망가졌는데 그 책임을 아느냐’고 묻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집권하면서 공영방송 장악 계획을 진행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물려주면서 계획이 악화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을 발생시킨 최고 책임자는 이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이 전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에서 실제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분들을 묶어서 ‘공범자들’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 범위 안에는 굉장히 많은 인간군상, 방송사 안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김민식 PD가 MBC 사옥 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 생중계를 하며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외친 후 벌어진 사건이다. 외로운 외침으로 끝나는 줄 알았지만 수많은 언론인들이 보인 모습은, 각본 없는 드라마다. 몇몇 기자가 이 장면을 인상적이라고 꼽았지만 정작 김 PD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다며 오열했다. 아래는 김 PD의 말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내가 과연 저항자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다. 저는 공범자 중 하나일 수도 있다. 2012년 (MBC 노조가) 170일 동안 파업한 후 집행부에서 격한 논쟁이 있었는데, 이용마 기자가 끝까지 싸우자고 했지만 저는 접고 가자고 말했다. 제가 다시 싸우게 된 이유는 이 기자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고서다. 이 기자는 2012년 파업이 끝난 당시 ‘이대로 가면 조합원들이 피해를 본다’고 했고, 이후 5년 동안 그 피해를 보며 속이 썩었지만 저는 그 안에서 잘 살았다. 정말 부끄럽다. 제가 과연 저항자일까, 이 기자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미안해서 ‘그때 같이 싸웠다면 이렇게까지 망가졌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죄를 갚는 심정으로 했다.”

기자간담회를 마치며 성재호 기자는 영화 속에서 이용마 기자가 ‘우리의 싸움의 의미는 기록으로 남는 것 그 자체’라고 말한 대목을 언급하며, “이 영화는 그간 정권의 방송장악과 이에 맞서 싸웠는지 서론에 해당한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KBS와 MBC가 정상화한다면 기억해야 할 공범자를 담은 속편들이 우르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법원이 영화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오는 17일 정상 개봉한다. 이 영화 배급사 대표는 2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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