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끌려갔던 15살 소녀들, 72년 만에 극적 상봉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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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끌려갔던 15살 소녀들, 72년 만에 극적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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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7 16:54:39 | 수정 : 2017-08-17 17: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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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원 풀었다”, “안 죽고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온다”
근로정신대 판결 소식 듣고 시민단체 방문해 재회
15살에 근로정신대로 일본에 끌려갔다 광복 후 72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정신영 할머니(왼쪽)와 양금덕 할머니가 서로를 끌어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15살에 근로정신대로 일본에 끌려갔던 두 할머니가 광복 후 고향에 돌아온 지 72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이번 만남은 최근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한 근로정신대 판결 소식을 들은 정신영(88) 할머니가 시민단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을 찾으면서 이뤄졌다.

정 할머니는 “나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열다섯 어린 나이에 미쓰비시로 끌려갔는데 기회가 있다면 나도 소송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제근로 당시 참혹했던 기억에 대해 정 할머니는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지진 당시의 공포와 전투기 폭격의 굉음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며 “해방 뒤 집에 보내 달라고 했어도 한동안 보내주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왔지만 ‘일본 갔다 왔다고 하면 시집을 가니 못 가니’ 하는 분위기 때문에 그나마 남아있던 사진도 일부러 찢어버리고 살았다”며 “가족한테는 아직까지 근로정신대에 대해 말 한 마디 해본 적 없다”고 심적인 고통을 토로했다.

정 할머니의 방문 소식을 듣고 같은 초등학교 1년 후배로 함께 근로정신대로 동원됐던 양금덕(87) 할머니가 급하게 시민모임 사무실을 찾았지만 두 할머니는 한동안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실마리가 된 것은 ‘창씨개명’ 됐던 이름이었다. 정 할머니가 말하는 ‘가시와야 노부코’라는 이름을 듣고 양 할머니는 정 할머니를 기억해 냈다. “가시와야 노부코? 그래. 미나리 농사지었잖아. 알고말고.”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 오메, 살아 있었그만. 이게 얼마만이요!”

정 할머니는 “평생 호미로 땅만 파고 살다보니 전혀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며 “그때 그 친구들 안 죽고 누가 살고 있을까 늘 소식이 궁금했다. 이제 소원을 풀었다”면서 양 할머니를 힘껏 보듬었다.

양 할머니 역시 “어쩌면 동료들 중 누군가는 한 번 만나지 않겠는가 했는데, 안 죽고 살다보니 이런 날이 온다”며 “얼굴이 고왔는데 늙었지만 그 얼굴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정 할머니의 손을 꼭 붙들었다.

두 할머니는 “이제는 100세 시대라고 하니까 서로 연락하며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삽시다”라며 72년의 세월을 뛰어 넘은 짧은 만남을 뒤로 했다.


조은희 기자  [news@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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