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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5·18 유족 매수하고 분열 획책했다"

등록 2017-10-26 10:21:39 | 수정 2017-10-26 14:02:44

박주민 의원, 1983년 작성 추정 '비둘기 시행계획' 문건 공개
기무사·안기부·경찰 총동원…연탄 한 장 지원한 것까지 관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광주민주화운동 유족을 매수하고 분열하도록 직접 지시한 문건을 공개했다. (뉴스한국)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유족을 매수하고 분열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문건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일명 '비둘기 시행 계획' 문건을 공개했다. 5·18 관계자와 학계는 정부가 광주시립공원묘지 제3묘역 소위 '망월동 묘지' 분산 이장 계획을 은밀하게 진행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 주장을 문건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의원이 국방부에 요청해 받은 '비둘기 시행계획'은 1983년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한다. 5·18 희생자 묘가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이후 저항의 근거지 역할을 할 것을 대비해 묘를 분산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건에는 묘지 이장 1차 계획이 꼼꼼하게 적혀있다. 사망자 묘 현황을 연고별로 분석하고, 다른 시·군의 묘는 해당 시장과 군수가 책임지고 직접 순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시행계획에 따르면, 505보안부대가 1차 대상 연고자 11명의 배경을 정밀 조사하고 신원 환경을 분석한다. 전남도는 순화책임자를 소집해 교육한다. 묘 이전에 필요한 비용과 위로금은 전남지역개발협의회가 제공한다. 시행 관계자는 전남도청 5명, 광주시청 6명, 505보안부대 5명, 전남지역개발협의회 5명이다. 보안 관계상 최소 인원이 참여한다고 적혀 있는 만큼 정보기관과 지자체, 관변 단체가 긴밀하게 협력했던 정황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문건에 의하면 전남지역개발협의회가 작업을 했지만 이 단체를 만든 것은 정부고 단체 뒤에 있는 것도 정부"라며, "망월동 5.18묘역 성역화를 막는 작업에 군·정부·지자체는 물론 민간까지 총동원한 내용이 문건에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1981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광주 사태 관련자 현황' 문건도 공개했다. 이 문건에도 '공원 묘지의 지방 분산'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1983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광주 사태 관련 현황' 문건 역시 공원 묘지 이전 계획을 시점별로 자세히 적었다. 추진 경위에는 ▲82.3.5. 전남도지사 각하 면담시 공원 묘지 이전 검토 지시 ▲82.7.30. 세부 계획 작성(내무 장관에게 보고) ▲82.8.25. 청와대 정무 제2수석에게 보고(505부대장) ▲82.9.15. 내무장관과 도지사, 각하께 보고라고 적혀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와 이행 결과 보고 등이 담긴 만큼 철저한 사전 기획이 있었음이 명백하다는 지적이다.

전두환 정부가 5·18 유가족과 피해자를 회유·포섭·순화하기 위해 공작을 진행한 사실도 문건에 나온다. '광주 사태 관련자 현황'을 보면 '유족 성분 분석'이란 제목으로 직업·생활수준·저항활동 특성을 세세하게 분류했다. 특히 '극열 대상자 분류 기준'에 따라 유가족과 피해자를 A·B·C등급으로 나누었다. A등급은 대정부 강경 비판자, 여타 유족 선동 조종 행위자, 폭도 판정 유족으로 보상금 지원 요구자, 강경 유족으로 임원에 선출된 자다. B등급은 보상금 미수령자로 대정부 불만 표시자, 유족회 임원 중 온건자, 문제 집회 참석 빈번자다. C등급은 타의로 문제 집회 참석 빈번자, 피동적인 자를 말한다.

박 의원은 "유족과 피해자를 매우 세밀하게 분류해 관리했는데, 광주민주화항쟁이 1년 남짓 된 1981년, 가족들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이미 유족 분열 획책을 진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 사태 관련 현황' 문건에는 유족과 피해자를 포섭·관리하는 내용이 더욱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사망자는 505보안부대가 관리했고 부상자는 안기부가 전담했으며 구속자 처리는 경찰이 맡았다. 유족의 성향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한편 '집중 순화 대상 : 극열 38명'을 선정해 관리한 내용도 있다. 대상자에게 흰 쌀과 연탄을 지원한 내역까지 관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박 의원은 한인섭 교수와 박은정 권익위원장이 1995년에 공동 저술한 '5·18 법적책임과 역사적책임'에서 "1983년 들어 망월동 공동묘지의 성역화를 우려한 당국은 묘지의 분산 이장계획을 은밀히 진행했다. 묘를 이장하면 1000만 원의 위로금과 50만 원의 이장비를 받는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고 쓴 대목을 언급하며, "비둘기 시행계획에 따르면 액수까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민간인 사찰도 서슴지 않고 공권력을 이용해 국민의 권리를 침해했던 것은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역사가 되풀이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발의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