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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침대 사태 두 달…전문가, “가장 시급한 건 피해 실태 조사”

등록 2018-06-20 21:33:00 | 수정 2018-06-20 23:00:48

20일 국회의원회관서 ‘생활 속 방사능 실태와 대응방안 토론회’ 열려
원안위·산업부·환경부·식약처 관계자 참석했지만 속 시원한 설명은 없어

우체국 직원들이 16일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수거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불거진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송파우체국으로 옮기고 있다. (뉴시스)
숙면을 유도하고 집중력을 강화하며 숲 속 같은 맑은 공기를 만드는 음이온이 나온다는 말을 믿었지만 침대에서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라돈이 나왔다. 쉬고 잠자고 뒹굴며 지낸 침대가 방사성물질 라돈을 뿜어낸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정부도 제조사도 허둥거리며 침대 매트리스를 치우느라 허덕이지만 무엇보다 이 침대를 사용하며 피폭된 피해자들의 건강을 확인하는 게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크다. 2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라돈 침대 사태를 통해 본 생활 속 방사능 실태와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는 “라돈과 그 외 다양한 핵종이 있는 침대에서 생활한 것은 진짜 심각한 문제”라며 “피해자와 피해 수준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라돈 침대 사용자들의 피해 상황은 충분히 우려할 만한 수준의 문제”라며, “핵종이 몸 안으로 들어간다면 피폭 유효 선량 효과는 달리 계산해야 한다. 외부 피폭과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피폭할 경우의 누적 선량 그래프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이하 생방법)이 피폭 선량 기준을 1mSV/년 이하로 규정했다고 해서 이게 안전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사선에 노출이 안 되는 게 가장 안전하며, 얼마라도 피폭되면 이에 비례해 암 발생률도 높아진다”며, “제도적으로 1mSV/년을 기준으로 정한 것은 0mSV/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합의한 기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한국이 화강암을 기반에 둔 지역이라 자연 상태의 피폭 선량이 3mSV/년으로 세계 평균 2.4mSV/년에 비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기에 생방법 기준 1mSV/년를 더 더해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피폭 선량이 4mSV/년가 되느냐 3mSV/년가 되느냐 결정하는 법 안에서 살고 있다. 그게 우리 실상”이라며, “단 1mSV/년에 노출되더라도 1만 명 중 1명에게 암이 생기는 만큼 1mSV/년이 그리 간단하고 의미없는 수치는 아니다. 피폭 수준을 평가할 때 1mSV/년을 안전선으로 오해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 교수는 피해자 등록 사업 등 피해자와 피해 수준을 파악하는 사업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라돈 침대 피해자가 얼마나 라돈에 노출됐는지 평가하고 호흡기 등에 암과 관련한 질병 발생 수준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피해 조사는 시의성이 중요한 만큼 올해 안에 상당한 수준의 실태조사를 수행해야 하며, 피해자 규모를 고려해 충분한 예산을 긴급 편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까지 라돈 침대 피해자 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사용자가 10만 명에 이른다는 추정이 나온다.

주 교수는 라돈 침대를 만든 대진침대 사용자들을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건강보험 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자료를 이용한 노출 추정 인구집단 대상 방사선 관련 암을 평가하고 장기적인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침대 생산·폐기 과정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방사능 노출과 질병 발생 수준을 면밀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대진침대가 2010년부터 생산한 모델 중 24개의 연간 피폭선량이 1.11mSV에서 최고 13.74mSV에 이르며, 한 매트리스의 연간 피폭선량은 9.35mSV로 침대 사용자가 2010년부터 지금까지 사용했다면 70mSV이상 피폭됐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 집에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2~3개 사용한 집도 많아 피폭량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고, 태아·영유아·어린이·임산부·여성이 방사선에 취약한 만큼 정부가 이러한 피폭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생활 속 방사능 실태와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주영수(가운데) 한림대 의대 교수가 피해자 실태 조사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뉴스한국)
이날 토론회에는 라돈 침대 사태와 관련이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들이 참석했지만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김동호 산업부 제품안전정책과 과장은 “라돈침대 보도가 나온 후 언론의 연락을 받았지만 곤혹스러운 게 방사능 관련한 것을 산업부에서 관리하는 게 없다”며, “각 부처의 책임과 권한은 개별 법률에 따라 움직이는데 방사성 물질 문제는 생방법에 따라 원안위가 관장해 왔다”고 말했다.

안세창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과장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질을 사용한 게 가장 큰 문제다. 1mSV/년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을 현장에서 적용하지 못했다. 살충제 계란 사태와 비슷하다. 규제가 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던 게 문제”라며, “모나자이트 침대도 원안위 규제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시중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나자이트는 토륨과 우라늄 함량이 높은 천연 방사성물질 광물로 국내에서 취급하는 원료물질 중 방사능 농도가 가장 높다. 우라늄·토륨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각각 방사성물질인 라돈과 토륨을 생산한다.

김성곤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정책과 과장은 “의약품·의약외품 허가 대장을 살펴보니 모나자이트를 허가한 경우가 없고, 화장품에서 방사성물질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다만 의료기기나 의료기기 원료로 모나자이트를 금지하되 개인용 온열기에는 표면방사선량이 기준을 넘지 않으면 허가했다”고 밝혔다.

음이온을 방출한다고 광고한 다수의 제품을 식약처가 허가한 게 문제라는 지적에 김 과장은 “기준에 맞아서 허가한 것일 뿐이며 해당 업체가 판매 과정에서 음이온을 광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발제 과정에서 “음이온 제품을 건강 제품으로 파는 데 기여한 곳이 식약처다. 의료기기도 허가했다. 천연 방사성물질을 사용한 각종 제품이 토르말린과 모나자이트를 사용했는데도 허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과장은 “음이온을 방출한다는 게 전문가 연구 결과를 통해 근거 없고 허위 과대광고라면 당연히 음이온 효과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고서곤 원안위 방사선방재국 국장은 “방사성물질 관련해 문제가 발생해 죄송하다”며, “(생방법을 만들 때) 모나자이트를 생활 주변 용품에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돈 침대 사태는) 원료 물질인 모나자이트를 규제하면 된다고 하지만 생방법은 원료물질 수입업자만 자발적으로 등록하거나 신고하게 하지 어떤 유통 단계를 거쳐 제품 생산 가공업체로까지 가는지는 (관리 대상에서-기자 주) 빠져있다”며, “게다가 가공 제품을 원안위에 등록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 업자가 신고하지 않는 한 적발해야 하는 수준이라 이를 충분히 관리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라돈 침대와 같은 사태를 막는 일은 원안위에서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며 여러 부처가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법적 규제를 보완해 인허가나 인증제도를 통해 제품이 방사성물질을 포함하는지 표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