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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북동부 산불로 사망자 최소 81명…실종자 100명 이상 추정

등록 2018-07-26 13:46:06 | 수정 2018-11-22 21:10:30

산불 원인 규명 과제…불법 주택·도시계획 부재 지적하기도

23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북동부에 위치한 해변마을 마티에서 소방관이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23일 그리스 아테네 북동부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80명을 넘어섰다.

그리스 소방당국은 아테네에서 약 40km 떨어진 마티와 라티나 일대를 덮친 산불로 인해 현재까지 최소 81명이 목숨을 잃었고, 어린이 23명을 포함해 187명이 화상, 호흡기 손상 등 부상을 입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소방당국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종 신고를 했다”며 생존자 구조와 사망자 시신 수습을 진행하면서 사망자·부상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희생자들의 시신이 완전히 불에 타 희생자 신원 파악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십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한 간호사는 “때때로 사람들을 보기가 어렵다. 그들은 목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24일부터 3일간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했고 그리스 전역의 주요 관광지와 관청들은 조기를 내걸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그는 “이제 동원과 전투의 시간”이라며 “구할 수 있는 것을 구하기 위한 싸움, 불을 끄기 위한 싸움, 실종자를 찾기 위한 싸움. 우리는 더 이상 애도만 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첫 화재는 23일 오후 12시 30분께 수도 아테네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키네타에서 발생했다. 서부에서 일어난 화재는 적시에 대피명령이 내려져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오후 4시 57분 아테네 동쪽 라피나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불은 최고 시속 120km에 달하는 강풍에 의해 순식간에 해변마을 마티로 번져나갔다.

빠르게 확산되는 불길을 피해 바닷가로 도망친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물로 뛰어들었고, 그 중 10여 명이 익사했다. 미처 피신하지 못하고 자택이나 차량에 갇혀 목숨을 잃은 이들도 수십 명에 달했다. 특히 마티 해안가 절벽에서는 심한 화상을 입은 채 서로 꼭 끌어안고 숨진 엄마와 아기 등 사체 26구가 한꺼번에 발견됐다. 적십자 구조대원은 “사망한 이들 중 몇몇은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것 같다. 그들이 3, 4명씩 그룹으로 발견됐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서로를 껴안아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노력한 친구나 친척, 가족일 수 있다”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북동부에 위치한 해변마을 마티에서 한 남성이 산불로 전소한 차량들을 바라보고 있다. (신화=뉴시스)
정부에게는 급속하게 번진 산불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니코스 도스카스 공공질서와 시민보호부 장관은 23일 “단순한 화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작은 화재가 많은 곳에서 발생해 이렇게 번진 정황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보호구역을 개간하려는 토지소유자들이 고의적으로 불을 질렀다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일부는 수십 년간 숲과 해변 가에 줄지어 건설된 불법 주택과 당국의 도시계획 부재가 화재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피해지역의 해안 가까이에는 많은 상점들이 콘크리트 블럭과 목재, 벽난로, 야외 가구 용품을 팔고 있다. 숲에 둘러싸여 있거나 작은 골짜기에 위치한 불에 탄 집들은 조립식 구조이거나 때로는 불법적으로 건설됐다.

한 주민은 “만약 당신이 숲에 집을 짓는다면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하다”며 “그들이 계속해서 집들을 짓는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거리나 마을 계획은 없고, 제대로 된 도로도 없다. 대부분의 집들은 60년대에 지어졌으며, 이 집들은 철거하고 처음부터 다시 지어야만 했다”며 “우리는 수년간 당국에 개선 요구를 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번 산불은 2007년 6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 산불 이후 그리스에서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은희 기자 news@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