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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영장 기각한 사이 유해용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자료 훼손

등록 2018-09-11 15:46:06 | 수정 2018-09-12 08:35:47

대법원에서 가지고 나온 출력물 파쇄하고 저장장치 분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사무실 앞에서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이 입장 발표를 했다.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의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법원의 잇단 압수수색 영장 기각으로 중요 자료를 확보하는 데 결국 실패했다. 법원의 노골적인 '제 식구 감싸기' 행태에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은 증거 인멸 행위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11일 검찰이 양 전 원장 시절인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지만 사법농단을 규명할 중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 의사로 알려진 김영재 원장-박채윤 씨 부부의 특허 소송과 관련한 자료를 청와대에 넘긴 혐의를 받으며 검찰 수사를 받던 인물이다. 이 자료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거쳐 청와대로 들어갔는데 이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앞서 이달 9일에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와 함께 그는 법원행정처가 2016년 6월에 만든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자료를 전달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통진당은 통합진보당을 말한다.

앞서 5일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김 원장 측 특허 소송 관련 문건만 압수수색하라며 범위를 제한한 영장을 발부받았고, 유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던 중 판결문 초고와 보고서 등 수만 건에 달하는 대법원 재판 관련 내부 문건을 대거 발견했다. 검찰은 이 문건이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의 진상을 밝힐 수 있다고 보고 유 변호사로부터 해당 문건을 파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문건을 발견한 당일 검찰은 이 문건의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6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유 변호사의 행위가 죄가 안 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6일 유 변호사는 해당 문건와 컴퓨터 저장장치를 파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변호사가 자료를 훼손한 사실을 몰랐던 검찰은 다시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또 기각했다. 이미 사라진 증거를 두고 검찰과 법원이 신경전을 벌이는 촌극을 연출했다. 그러다 법원이 통합진보당 소송 관련한 자료만 국한해 압수수색하라며 영장을 내줬고 검찰이 11일 오전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이미 중요 자료가 사라진 뒤였다. 유 변호사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사이 자료를 훼손했다는 사실은 10일 알려졌다.

유 변호사는 11일 기자들을 만나 "법원에서 제가 보관하던 문서가 아무런 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검찰로부터 끊임없이 압박이랄까 설득을 당할 게 너무 힘들어 파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윤 지검장 명의의 입장문에서 "증거 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