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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강제징용 日기업, 피해자에 1억 원씩 배상하라”

등록 2018-10-30 16:43:16 | 수정 2018-10-30 22:44:49

소송 제기한 지 13년 8개월 만…원고 4명 중 1명 남아
“원고 손해배상청구권, 한·일 청구권협정 적용대상 아냐”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에 참석, 선고를 마친 후 법원을 나와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뉴시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1인당 1억 원씩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8개월만이다. 이 같은 판결에 배상 책임을 부인해온 일본 측은 국제 소송 등 강경 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신일철주금이 피해자 1인당 1억 원의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자료청구권, 이른바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이라며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협상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이 그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가해 기업인 구 일본제철과 법적으로 동일한 기업이라고 인정하면서 “일본의 확정판결 내용은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국내법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일본 기업 측 주장도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 4명은 1941~1943년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강제징용 돼 오사카 등지에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1945년 해방 이후에야 고향에 돌아왔다. 고 여운택 씨와 고 신천수 씨는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금과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일본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2003년 최고재판소에서 판결을 확정했다.

이들은 이춘식 씨, 고 김규수 씨와 함께 2005년 한국 법원에 같은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일본 확정판결의 효력이 국내에서도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아울러 구 일본제철과 신일본제철의 법인격이 달라 같은 회사로 볼 수 없고,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민법상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2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당시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일본 재판소에서 원고들 청구를 기각한 판결은 일본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란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어 한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 충돌한다”며 “일본 판결을 그대로 승인하는 결과는 그 자체로 한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면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어 파기환송심에서도 대법원 판단에 따라 “원고들에게 각 1억 원씩 배상하고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대법원 판단이 5년 넘게 지연되며 원고 중 3명이 사망하고 이 씨만이 남았다.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공모해 강제징용 소송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법원은 지난 7월에서야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파기환송심 후 대법원에 다시 사건이 접수된 지 5년 2개월 만에 확정판결을 냈다. 이번 판결로 강제징용과 관련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일본 측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돼 배상금이 실제 언제 지급될지는 불투명하다.



조은희 기자 news@newshankuk.com